메뉴 건너뛰기

close

초등학교 일제고사가 부활했다. 작년에 교육감 취임사부터 수우미양가 식의 통지표를 부활시키겠다고 하여 언론의 직격탄을 받았던 일이 어제의 일 같다. 혹시 언론에게 공격을 받을까봐 몸을 사리던 서울시 교육청은 새해 들어 마침내 공식적으로 일제고사 부활을 선언했다.

학력신장 방안을 마련하게 된 동기는, 서울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고도 전국에서 중위권밖에 안 되므로 그 동안의 무시험 상황이 학력저하를 초래했다는 판단에 따르고 있다. 또 학원에 위임했던 학력(?) 신장을 위해 이제 학교에서도 치열하게 노력하겠다는 단단한 선언이다.

발표가 되기 전 이미 대부분 학교들이 자발적으로 시험을 부활해 교육감의 정책에 찬성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시험 부활에 찬성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마음이 씁쓸한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왜 많은 사람들은 마음이 씁쓸한 것일까?

관련
기사
서울시교육청의 생뚱맞은 학력신장방안

학력신장방안에 마음이 씁쓸한 이유

첫째, '학력신장'이라는 단어에 먼저 거부감이 든다. 똑같은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학력신장 방안'이라는 말만 사용하지 않았다면 많은 사람들이 암담하다는 생각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에 '창의력 교육 보완 방안'이라는 말을 사용했더라면 어땠을까? 지금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창의력을 기르는 일일 것이다. 실제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학력은 창의력과 반대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학력신장 방안이라는 말은 앞으로 서울 교사들이 전부 창의력보다는 학력에 중점을 두고 교육을 지도할 것 같다는 이상한 뉘앙스를 풍긴다.

둘째, '일제고사 부활'이라는 말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모든 초등학교들은 이미 수학경시대회니 한자경시대회니 영어듣기대회니 하며 각종 일제고사들을 보아왔다. 거기에다 공 교육감이 취임하기 이전인 2004년 여름방학 전에 각 학교에는 수학 가단계 평가를 실시하고 여기에 적응하지 못한 아동에 대해 지도를 하도록 지침이 내려온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일제고사 확대' 말이 더 정확한 의미가 될 것이다.

셋째, 변증법적인 절차에 대한 아쉬움이다. 학력신장 방안 운운하는 서울시 교육청의 지침에서 과연 이전의 교육체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보완하려고 시도하고 있는가? 아니면 이전 것의 교육적 노력을 완전히 무시하고 반대의 영역으로 옮겨가 전혀 새로운 깃발을 들어올리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말하자면 교육의 변화를 추구하는 면에 있어서 이전의 것을 충분히 이해한 후 문제점을 조사하고 보완할 점을 찾아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가 하는 변증법적인 절차에 대한 아쉬움이다.

넷째, 초등학교의 시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관점의 문제이다. 적어도 초등학교 시기는 단지 시험 보는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하는 시기가 아니다. 학생들은 다양한 체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아닌 자신의 적성을 개발해 가야한다. 그러나 교육감은 특기적성교육에 대해서는 별로 의지가 없다. 특기적성도 주지교과와 관련된 활동을 하라고 한다.

다섯째, 그동안의 수많은 사조와 외국교육과의 비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교육은 명문대학 입학을 위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지가 더욱 굳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다.

왜 교육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근시안적인 생각으로 교육을 접근하는 것은 여러모로 해롭다. 안 그래도 교육에 관련되어 학부모들이 매우 근시안적인데 교육기관이라도 원대한 시선으로 교육을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여섯째, 교육과정의 비정상화가 초래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이미 교원평가에 대해서 시행되기도 전에 잔뜩 불안해져 있다. 따라서 교사들은 학교에서 시행되는 각종시험에 촉각이 곤두 서 있는 것을 작년 한 해 동안 관찰할 수 있었다.

각종 전문가들이 교육과정을 만들었으면 교사는 그 교육과정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교사가 수업에 충실하는 것 이외의 활동을 벌이려면 교사는 교육과정을 무시하고 아동을 가르칠 수밖에 없으며 수업시간에 학원처럼 문제집을 풀면 아동의 학력이 많이 향상될 것이다.

그동안 인성교육 위주의 교육활동이 많은 문제점을 가졌을 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학부모에게 정확하게 통지가 되지 않음으로 해서 미처 손을 쓰지 못하다가 알았을 때는 이미 늦어버리는 그러한 문제점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학력신장 방안'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로 인하여 현장의 교육과정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일이 없도록 교육청은 최대한의 배려를 아끼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3차원 공간에서 3자녀를 키우며 살아가면서 4차원적 사고를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3차원 공간 속에서 4차원적인 문제발견력과 문제해결력으로 수학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