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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학력신장 방안'관련 비판의견이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라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서울학생 학력 신장방안에 대해 교육단체들이 사실상 '일제고사 부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높이고, 학생들의 성적에 대한 압박감도 한층 늘어날 것이라면서 학력신장방안의 수정·보완을 촉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1일 초등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알아보기 위해 학교별로 자율적인 시험을 보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학력신장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시험 횟수나 시기, 평가방법 등은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을 들어 학교가 자율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 중·고교의 경우 서술형·논술형 평가가 늘어난다. 올해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부터 국어·사회·수학·과학·영어 과목에 대해 서술형·논술형 평가가 30% 이상 출제되며, 2007년에는 시험문제의 절반이 서술·논술형으로 출제된다. 아울러 영어·수학 중심의 수준별 이동학습도 확대된다.

일부에서 1997년 3월에 폐지된 일제고사를 부활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자율에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일제고사 부활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학교 자율" - 교육단체 "사교육비 부담 늘 것"

하지만 교육단체들은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학력신장 방안에 대해 부작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31일 성명을 통해 "평가중심의 학력신장방안은 교육과정을 왜곡하고 사교육 시장의 새로운 상품이 될 것"이라며 "서울시교육청이 학교환경개선, 독서교육강화, 교육복지·학생복지 여건 개선 등 의미 있는 과제를 제출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평가중심의 학력신장 방안이 학교 현장에 가져올 역기능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전교조는 서울시 교육청이 발표한 학력신장방안 중 다음과 같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면서 교육현장의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1) 중학교 1학년 진단평가는 학교간 과열경쟁 뿐 아니라 초등학교교육과정마저 왜곡시킨다.
2) '학교단위 성취도평가의 자율적 실시'는 일제고사 부활로 연결될 것이다.
3) 수준별 이동수업 확대는 '소외된 보통학생'을 울리는 일이 될 것이다.


이철호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도 "성적으로 인해 아이들이 겪는 고통을 외면한 처사"라며 "오늘 오후 관련 성명을 내고 이번주 목요일쯤 대책회의를 거쳐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경양 사립학교법개정과부패사학척결을위한국민운동본부(사학국본)는 "우리나라 초등학교 학생들의 학력은 세계최상위권이다, 학력보다는 인성교육을 해야할 것"이라며 "교육청의 지침대로 하면 사교육이 팽창되고 그에 따른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도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윤봉 학부모연대 운영위원장은 "학력신장 방안으로 인해 사교육이 활성화되는 역효과를 가져올까 우려된다"면서 "서울시 교육청은 이에 대한 대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갑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원칙적으로 학력신장방안은 필요하지만 한국교육 현실의 특성상 부작용을 낳을 부분도 있다"면서 "초등학교의 성적통지 방법, 중·고등학교의 서술·논술형 시험문제 확대 등은 좀 더 논의해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고문하는 교육이 될 것"
네티즌들, 서울시교육청에 '학력신장 방안' 비판 글

서울시 교육청 게시판에는 학력신장 방안을 비판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 아이디 '하늘나리'는 "일본만 해도 과학에서 발견능력, 모든 교과에서 참여의욕 등이 첫째 학력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학력신장방안이 추진될 경우 수능점수가 높으면 학력이 높고, 낮으면 학력이 낮고, 문제 쉬우면 학력이 높고, 어려우면 학력이 낮고, 이런 수준의 학력관으로는 공교육 정상화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아이디 '수능비판'은 "아이들의 인성이 파괴되고, 황폐화되는 혹독한 교육이 펼쳐질 것"이라며 "이왕이면 우열반 편성도 하라"고 말했다.

자신을 중학생이라고 밝힌 최현진씨는 "학원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학생"이라며 "학원 좀 그만 다니게 해주세요"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아이디 '예쁜여우'는 "결과적으로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우리 아이들만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며 "엄마들은 아이들의 성적이 더 좋게 나올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질 좋은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을 고문하는 교육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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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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