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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텔레비전 전송 방식을 놓고 현재 정보통신부와 방송단체 간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DTV 논의는 양 극단, 즉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이해 없는 피상적 주장이나 지나친 지엽적 기술 논의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일반 독자들의 올바른 이해를 막고 있습니다. 이에 DTV 논란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글을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 글을 이해하시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디지털TV(DTV) 관련 지식이 요구됩니다. 이를 소개한 첫 번째 기사를 먼저 읽고 이 글을 읽으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필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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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V논란,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두 번째와 세 번째 기사는 현재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방식변경 주장자들과 현행방식 지지자들이 각각 어떠한 주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방식변경 주장자들의 견해를 살펴보는 이유는 현행방식 주장자들의 주장이 주로 방식변경 주장에 대한 대응논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식 변경을 주장하는 측의 문건들을 검토하면 대략 다음의 주장들로 요약됩니다.

① 현행 HD는 일반 가정에서 보려면 많은 비용이 들어가며, 이는 공중파 방송의 핵심적 이념인 보편성에 위배된다.

"국내에서 '비싸고 큰 수상기'의 독점생산과 판매가 미국식 주장에 깔려 있다는 결론밖에 얻을 수 없게 되었다. 현재 50인치 이상의 수상기는 미국에서 2000만원 정도의 가격이 붙어 있다.("'디지털TV' 다른 나라들의 경우", 김학천 건국대 교수, <한겨레>, 2004년 1월 7일자)

"주거 면적이 늘어나지 않는 한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서 대형 TV를 쉽사리 구입하기는 어려운 것이 일반 시청자들의 입장인 것이다. 서둘러 진행되는 현재의 HD 정책이 서민층을 위한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은 그래서 나온 말이다. 서민과 중산층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참여정부의 정책방향과도 괴리가 있다." ("DTV, 그 오해와 진실 9가지". 이창형 KBS방송기술인협회 부회장, <오마이뉴스> 2004년 1월 16일자)


▲ 미국 최대의 가전 양판점 Bestbuy 인터넷 상점에서 팔리는 TV 중 가장 비싼 50인치 벽걸이TV 2종류 중 하나인 삼성제품입니다. 6800달러(약 800만원) 정도이군요. 다른 50인치 모델인 파나소닉의 제품은 9000달러, 약 1000만원선입니다.
ⓒ 삼성전자
이 주장들은 케이블이나 위성방송과 차별되는 공중파 방송의 보편성을 강조합니다. 즉 유료 시청자를 위한 케이블. 위성방송과 달리 무료나 저렴하게 제공되는 공중파 방송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보편적 접근성은 첫 번째 저렴한 보급가능성, 두 번째 난시청의 해소에 맞추어지며, 미국식은 이 두 가지 모두 실패했다는 주장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주장은 예외없이 HD 방송이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논의가 동반되기 마련입니다.

② 이동수신은 향후 방송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요한 기술이다.

"이런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동수신이 반드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명백해진다. 미래 매체환경의 핵심을 구성할 디지털방송의 이동수신은 '자동차 운전석에 텔레비전을 달면 위험하지 않느냐'는 식의 논점을 벗어난 대응으로 넘길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디지털방송 결론은 유럽식이다". 강인규 시민기자, <오마이뉴스>, 2004년 1월 23일자)

이동수신은 미국식에서는 별도로 도입해야 하나, 유럽식에서는 추가비용 없이 도입가능하며, 향후 매체들의 통합(convergence)이나 사람들의 이동성 증가라는 추세에 적합하다는 주장입니다. 앞으로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정보를 원할텐데 이동수신이 안되는 미국식 송신방식으로는 이에 대비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③ 정보통신부는 미국의 압력과 미국식 특허를 가진 일부 재벌의 이해에 굴복해 밀실행정으로 미국식으로 결정했으며 현재에도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한국기술인연합회 김용덕(KBS 소속) 사무국장은 '97년 말 정통부 일부 관료와 미국 사대주의를 추종한 일부 전문가들이 모여 미국식도 유럽식만큼 개선이 가능하다고 우기는 바람에 이 지경이 됐다'며 '그것 때문에 현재 디지털TV 전송방식 재검토 문제가 더욱 꼬이게 됐다'고 그들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철관 시민기자, <오마이뉴스> 2002년 11월 12일자)

"지난해 말 프랑스제 전투기가 훨씬 좋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F-15 전투기를 정부가 선택했다. 이 전투기 구입비용은 국민세금 6조원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디지털TV 전환비용은 그 10배인 60조로 추정된다.(중략)

정부가 강행한 미국 지상파 디지털TV 전송방식 공식 가전업체인 LG전자도 어떤 식으로든 정통부 기자들에게 로비를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올만 하다." (김철관 시민기자. <오마이뉴스>, 2002년 10월 13일자)


이것이 아마도 일반 대중에게 가장 설득력 있는 변경론일 것입니다. 미국 사대주의 내지는 압력에 의한 결정이며, 8-VSB방식의 특허를 다량 보유한 LG전자의 로비에 의해 정보통신부가 외부의 의견수렴과정 없이 미국식으로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역시 업계출신이라 이러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④미국식은 한국지형에 맞지 않는 수신율 낮은 방식이다. 난시청을 해결하지 못한다.

"시민·방송 단체는 유럽 방식이 도심지 건물 안팎과 휴대폰의 수신율이 미국 방식에 비해 월등히 낫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9월과 11월 MBC 자체실험 결과 도심지 건물 밖에서 안테나 높이 9㎙ 고정수신의 경우 유럽식은 84.1~86.4%, 미국식은 72.7%의 수신율을 보였다." ("미국식이냐 유럽식이냐", <한국일보>, 2002년 8월 29일자)

현재 방식변경론자들이 주장하는 비교시험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①의 주장과도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단 이 기사의 '휴대폰의 수신율'이라는 표현은 이동수신과 휴대수신을 착각해서 유럽식이 휴대폰에서도 수신된다고 쓴 것으로 보입니다. 시민·방송단체나 기자 중 누가 무지해서 나온 오류인지는 확인이 어렵군요.

이상으로 유럽식으로 변경해야 하는 주요한 근거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회에서 이에 대한 현 방식 유지측의 주요 논리들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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