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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10월 26일 사학과 동문 서산 답사 때 찍은 기념촬영 모습.
사진은 지난 10월 26일 사학과 동문 서산 답사 때 찍은 기념촬영 모습.


10월 31일 학교 앞. 선배가 만나자마자 쑤욱~ 종이를 내밀며 말한다.

"너 이 기사 봤어?"
"네?"

종이를 받아들고 보니 <오마이뉴스> 기사를 출력해 온 거다. 11월 11일 이라크 파병 반대를 위해 '평화 단식'을 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우린 얼마전 졸업한 동문들이 준비해서 다녀온 서산답사 이야기, 12월로 예정된 과 동문 송년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1월 4일 오후 7시 30분 종로에 있는 선배의 사무실, 졸업생 7명이 함께한 자리였다.

'이라크 파병 반대와 노동탄압 중지의 내용으로 학생회에서 공동으로 플래카드를 만들어 달자는 제안이 있다'고 하니 선배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수락하고, 15일에 있을 파병반대 국민대회에도 같이 가자는 의견도 나왔다. 작년에 갔던 촛불시위 얘기도 하고 이번 기회에 15일에 갈 수 있는 사람들은 모여서 함께 가기로 '작당'을 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회의는 짧게 끝났고, 아주 길고 걸쭉한 뒤풀이 자리가 이어졌다.

자리를 옮겨 저녁을 먹으며 정치 얘기도 하고, 요즘 사는 얘기도 함께 나눴다. 그러던 중 나에게 <오마이뉴스> 기사를 불쑥 던져줬던 선배가 '파병반대 평화 단식'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11일에 우리 함께 단식하자는 제안이다.

"니가 하루를 굶을 수 있겠냐?"라는 우스개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좀더 심각하게 발전해 "미국에서도 이라크 미군 철수하자는 여론이 높다던데"라는 정세분석까지 곁들여졌다.

술이 한순배 돌면서 우스개는 '결의'로 바뀌어갔다.

"그래? 그럼 우리도 하자!"
"좋아요!!"
"야! 백수가 단식해도 되나?"
"야! 3000원 내가 내줄게."
"너도 할 거지?"
"당연하죠."

그때 들어온 92학번 선배는 '두 달째 월급을 못 받아 여유가 없다'며 말을 얼버무리다가 곧 심상치 않은 주변 분위기를 감지하고 결국 '그래 나도 한다'고 말하며 술자리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결국 이날 참석자 전원은 11월 11일 하루 단식에 참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단, 직장인들에게 하루는 조금 무리인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어 한 끼 단식으로 결정되었다.

그러고 나서 여기저기서 건네지는 평화 단식 밥값 3000원. 어떤 선배는 허락도 없이 부인 몫까지라며 6000원을 내버렸다. 이날 따라 천원짜리가 많다. 선뜻 지갑을 여는 걸 보니 다들 이런 기회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파병 반대 집회에는 자주 참여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나마 우리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말이다.

이 정도 되자 선배 한명이 "우리 말고 함께 할 사람 더 없냐?"고 분위기를 띄운다. 그러자 곧바로 이날 모임에 참여하지 못했던 5~6명의 이름이 오고 갔다.

"내가 먼저 돈부터 내고 그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돈 받겠다."

선배 한명이 선 듯 지갑을 대납을 해줬다.

이날 같이 얘기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자세한 내용과 한끼 단식을 함께 할 것을 제안하기로 했다. 그리고 주위에 같이 할 사람들을 찾아보자는 얘기까지…. 그리고 15일에 있을 파병반대 집회에서 다같이 보자는 말과 함께 나누었다.

다음날인 11월 5일, 전날 이야기한 대화 내용이 메신저를 통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누구야~ 누구야~ 우리 한끼 단식하기로 했어. 오마이에서 하는 평화단식은 말야…."

내용을 설명하고 함께 하자고 하니 바로 "좋아"라는 대답이 튀어 나왔다.

아직 학생인 사람들에게는 문자를 보냈다. (혹시 수업 중일지 모르니… ^^; ) 그리고 저녁에 다시 전화를 할 것이다. "그래, 좋아"라는 대답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하자하자 평화단식'은 좋은 생각인 것 같다. 아직 참여가 저조해 아쉽지만…. 매일매일 이라크와 이라크 파병 관련해서 뉴스들이 올라오고,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때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우리의 이라크 파병 반대에 대한 마음을 함께 표현할 수 있어서 좋다. 비록 조그만 금액이지만, 이라크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또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가입한 여러 카페나 커뮤니티에도 글을 올릴 작정이다. 파병 반대의 마음과 밥값까지 함께 모을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친구들에게 이라크 파병 반대에 대해, 그리고 평화 단식에 대해 알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난 오늘부터 메신저 대화명을 바꿨다.

"이라크 파병 반대-11일 한끼 단식 함께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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