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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하자 평화단식' 캠페인에 사원 모두가 참여하는 디자인 전문회사 '모모재인'.
'하자하자 평화단식' 캠페인에 사원 모두가 참여하는 디자인 전문회사 '모모재인'. ⓒ 오마이뉴스 권우성
"파병에 대해 찬성이냐, 반대냐 분명한 생각은 없지만 이라크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했습니다."

"캠페인 취지가 제 심금을 울리더라고요."

"취지도 좋고, 이 기회에 다이어트도 할까 해서… 하하."


이유도 다양했다. '하자하자 평화단식'에 참여하기로 '결의'한 열 두 명의 디자이너들의 생각은 그야말로 각양각색.

파병에 반대하지만 외교문제를 고려하면 안 할 수 없지 않겠느냐는 '현실론'부터 부당한 전쟁에 하는 파병은 정당하지 않다는 '명분론'이나, '언제까지 미국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나... 이번엔 당당히 거부해야 한다'는 '반미론'까지.

"재주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모인 디자인 전문회사", 모모재인(在人)의 식구 열둘은 이번 '하자하자 평화단식' 캠페인에 모두 참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 '절대 파병반대'를 외치거나 '파병반대론자들의 모임'은 아니다.

4일 서울 중구 저동에 자리잡은 사무실을 찾았을 때 이들은 파병에 대해 저마다 다른 생각을 쏟아냈다.

"군사적인 입장에서는 파병되면 실전경험을 쌓는다는 이익이 있을는지 몰라도 이번 전쟁은 미국이 자국의 이익만 생각해 침공한 건데 그 뒷수습은 다른 나라에 요청하는 것은 우습다고 생각해요." - 표성렬(25)

"현실적으로는 비전투병 파병이 맞지 않겠어요? 의료부대나 전후 복구를 위한 공병대를 보내는 데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 이재준(27)

"전 비전투병 파병에도 반대해요. 그렇지만 이른바 '공생' 관계에 입각한 한-미 상황을 생각하면 파병 쪽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스럽죠." - 오병훈(29)


반전이냐 아니냐, 파병에 찬성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뛰어 넘어 이라크의 어린이를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참여한 사원들도 있었다.

정윤주(30)·윤희찬(27)·유지연(33)씨는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을 따지는 것과는 별개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있다면 꼭 도와야 한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동참하기로 결심했다"는 의견을 냈다.

오은주 '모모재인' 대표.
오은주 '모모재인' 대표.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쯤 되니 회의 테이블에 머리를 맞댄 이들 사이에선 인터뷰가 아닌 '토론현장'이 연출됐다. 아니 평소 진행하는 브레인 스토밍(Brain Storming)식의 아이템 회의 분위기였다고 해도 될 듯 싶다.

오은주 대표는 한술 더 떠 '그럼 이런 점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토론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 시절 학생운동에 몸담았고 지금도 사회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오 대표는 분명한 파병 반대 의사를 갖고 있다.

오 대표는 "이번 캠페인의 취지에도 충분히 공감하고 그러는 의미에서 세 끼를 다 굶을 생각도 했다"며 "대통령은 '주한미군 재배치'나 '북핵' 문제 등 미국이 내세운 이른바 '옵션'들 때문에 파병 쪽으로 결정을 내린 것 같지만 한번 국민투표를 해보면 결과는 반대로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지만 자신이 대표로 있는 사원들에게 캠페인에 참여하자는 얘기를 꺼내기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나야 생각이 분명해 당연히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사원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걱정했다"며 "처음평화단식 얘기를 꺼냈을 때 모두들 쉽게 수긍해 오히려 놀랐다"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오 대표는 은근히 사원들의 생각이 어떤지 궁금하더라는 얘기도 보탰다. 그는 "사실 회사 내에서 파병이나 전쟁 같은 정치·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없다"며 "일 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많으니 술자리에서도 은근히 피하게 되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 부분은 일부 사원들도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오병훈(29)씨는 이번 캠페인 참여로 파병문제에 대해 서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돼 좋았다는 의견을 냈다.

오씨는 "회사라는 (사회적인) 공간에서 이런 민감한 이슈에 대해 굳이 시간을 내 얘기하기는 어렵다.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일 텐데 이번 기회에 캠페인 참여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서로 자연스럽게 토론하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 있을 것"이라며 다른 단체나 회사의 참여를 권유하기도 했다.

어찌됐건 이날 만난 모모재인 식구들이 모두 한 가지 사실에 공감한 것은 분명했다. 바로 "내가 나눈 것으로 다른 이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다.

인터뷰를 끝내며 오은주 대표는 이런 말을 남겼다.

"돕는다는 데 굳이 세계관이나 역사관,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찬반 여부는 필요 없을 거예요. 내가 한끼라도 굶어서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으니 참여한다는, 그리고 인간의 생명은 어떠한 경우에도 존중받아야 하는 소중한 것이라는 작은 교집합만 있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모모재인'이 단식의 날로 정한 11월11일. 이날 모모재인은 밥은 굶지만 일을 거르지는 않는다.

왼쪽부터 1팀-이재준, 윤희찬, 유지연, 서은주씨. 2팀-윤승로, 정윤주, 오병훈씨. 3팀-표성렬, 김기상, 이미란씨.
왼쪽부터 1팀-이재준, 윤희찬, 유지연, 서은주씨. 2팀-윤승로, 정윤주, 오병훈씨. 3팀-표성렬, 김기상, 이미란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우리 밥값, 정말 이라크로 갑니까"
'지구촌나눔운동' 통해 이라크 어린이 돕는 데 쓰일 계획

"그런데 정말 이라크로 가긴 가는 겁니까? 어디로 돈이 새지는 않을까요?"

이날 인터뷰 테이블에 앉자마자 터져 나온 질문이다. 자신들이 보낸 밥값이 정말 이라크 국민을 돕는 데 쓰이느냐는 얘기.

'모모재인'의 최연소 디자이너 표성열씨는 "공중파 방송사에서 실시하는 수재민 돕기 ARS 성금에 참여하면서도 '이 돈이 정말 수재민에게 전달될까'하는 의문을 갖게 되는 세상"이라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당황스러웠지만 당연한 질문이었다.

답은 "물론 그렇다"이다. <오마이뉴스>와 한국청년단체연합(KYC) 등 4개 청년단체가 공동으로 벌이고 있는 '하자하자 평화단식' 캠페인으로 모인 성금은 전액 이라크 국민을 돕는 데 사용된다.

캠페인 모금액은 '지구촌나눔운동'(이하 나눔운동, www.globalsharing.org)을 통해 이라크에 전달된다. 나눔운동은 지난 98년 만들어진 시민단체로 교육·직업훈련·보건의료 활동을 통해 개발도상국 및 제3세계를 돕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나눔운동의 이사장 및 부이사장 등 총 5인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5일 오후 출국, 이라크를 방문해 현지 상황을 조사할 예정이다.

지구촌나눔운동의 한재광 사업부장은 "5박6일간 이라크에 머물면서 어떤 부문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지 조사하게 된다"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모인 성금은 의약품·휠체어·학용품 지원 등 이라크의 어린이를 돕는 데 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5일 오후 1시까지 '하자하자 평화단식' 캠페인에 참여한 네티즌은 모두 120명으로 총 138만700원이 모였다. 캠페인은 오는 11일까지 계속되며 <오마이뉴스> 메인 화면에 띄워진 배너를 클릭해 참여할 수 있다. /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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