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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영상 따뜻한 세상팀 두승택 PD가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윤태 기자집 옥상에 올라 전경을 촬영하고 있다
제 3영상 따뜻한 세상팀 두승택 PD가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윤태 기자집 옥상에 올라 전경을 촬영하고 있다 ⓒ 윤태
한편 윤 기자 부부의 TV출연은 지난 달 21일 윤태 기자가 <오마이뉴스>에 '아내의 절약정신은 금탑산업훈장감'이라는 기사를 게재했고 이 내용을 눈여겨본 MBC <따뜻한 세상> 측이 TV 출연을 제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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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절약정신은 금탑산업훈장감

이에 대해 윤 기자는 아내와 즉각 상의했고 "창피해서 별로 출연하고 싶지 않다"는 아내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다소 창피하고 힘들어도 그 추억은 오래 갈 것"이라며 촬영을 종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촬영은 순조롭게 이뤄졌으며 마지막 촬영이 있던 지난 15일 밤 윤 기자의 아내는 담당 프로듀서에게 볼펜 한 자루를 선물하면서 "4일 동안 함께 한 시간이 너무 즐거웠고 막상 촬영을 끝내니 시원섭섭하다"며 이별의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과일과게에서 남편과 말다툼 촬영후 인터뷰하는 장면
과일과게에서 남편과 말다툼 촬영후 인터뷰하는 장면 ⓒ 윤태
◆전체 줄거리=윤태 기자 아내의 절약정신은 가히 가공할 만하다. 노끈을 잘라 이쑤시개를 만드는가 하면 종이박스를 오려 뜨거운 그릇 받침대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절약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가 집 밖에서 큰 벽거울을 하나 들고 들어온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고 재활용해도 손색없지만 거울 같은 것은 집에 들이는 게 아니라며 윤태 기자와 아내는 한바탕 싸움을 벌인다. 이에 앞서 과일가게에서 주인에게 좀 과하게 깎아달라는 아내와 윤 기자는 또 말다툼이 있었다.

이 같은 아내의 절약에 윤 기자가 온갖 논리대응을 펼치며 적당히 하라고 하지만 '모두 당신 위해서'라는 아내의 말에 윤 기자는 할말이 없어진다. 이처럼 밀고 당기는 가운데 할아버지 제사를 모시기 위해 시골에서 올라온 아버지에게 용돈을 드리는 아내를 보며 윤 기자는 아내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되는데….

윤태기자 아내 김령희씨가 슈퍼에서 라면을 고르고 있다.  물건은 많이 안사고 텅빈 시장바구니만 클로즈업 되는 장면이 나온다
윤태기자 아내 김령희씨가 슈퍼에서 라면을 고르고 있다. 물건은 많이 안사고 텅빈 시장바구니만 클로즈업 되는 장면이 나온다 ⓒ 윤태
◆촬영 과정=우리 부부를 취재·촬영할 두승택 PD가 도착했다. 적지 않은 체구에 큰 카메라 가방을 두 개나 들고 왔다. 그런데 카메라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흔히 방송에서 보는 그런 종류의 카메라는 아니었다. 두승택 PD는 요즘엔 TV방송에서 6미리 카메라를 많이 사용하고 특히 휴먼다큐 프로인만큼 출연자들의 심적인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해줬다. 저녁때부터 시작된 촬영에서 우리 부부는 간단한 인터뷰만 했으며 숙소로 돌아가는 두PD에게 식사대접도 못했다. 어리벙벙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아내의 선물을 사러 시장으로 향하는 윤태 기자
아내의 선물을 사러 시장으로 향하는 윤태 기자 ⓒ 윤태
가방을 구입하기 앞서 평소 아내의 절약정신에 대해 인터뷰하는 윤태 기자
가방을 구입하기 앞서 평소 아내의 절약정신에 대해 인터뷰하는 윤태 기자 ⓒ 윤태
둘째날 일요일이다. 우리 집 근처 여관에 투숙한 두PD가 일찍 올라왔다. 일이 가장 많은 날이다. 이날 촬영내용은 출퇴근하면서 차 안에서 과일 먹는 장면, 슈퍼에서 물건 사는 장면, 벽거울 마찰 사건, 가방을 사 아내에게 선물하는 장면 등이었다. 가방은 방송소품이라며 두PD가 공짜로 사줬다. 이때 아내는 촬영상 아니라 실제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 날은 두PD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했다. 어제는 너무 실례했기 때문이다. 식사했냐고 물으면 매번 '빵 먹었습니다'라고 말하는 두PD가 너무 안쓰러웠다.

셋째날, 월요일이다. 출근장면을 촬영한다고 한다. 아침 5시 30분 두PD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교통체증을 우려해 일찍 나섰다. 아내의 사무실에 도착한 두PD는 아내가 거래하는 식당서 음식을 얻어오는 장면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장면을 간단히 찍었다.

낮 시간 동안 두PD는 두 편의 영화를 봤고 퇴근시간에 우린 다시 만났다. 퇴근하는 길에 아내가 식당에서 얻어온 반찬을 내게 자랑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돌아오는 길에 과일가게에서 티격태격하는 장면도 찍었다. 과일과게 아주머니의 친절한 협조로 금방 끝낼 수 있었다.

두승택 PD와 아내가 NG 나는 장면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두승택 PD와 아내가 NG 나는 장면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 윤태
그날 아내 인터뷰 장면에서 아내는 10번 정도의 NG를 냈다. 피곤해서 그런지 자꾸 말이 꼬이는 것이었다. 두승택 PD는 스무 번까지 봐준다고 했다. 몸만큼이나 마음이 넓은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아내는 11번째 기어이 성공했다.

마지막날이다. 아버지께서 시골에서 상경하셨다. 할아버지 제사 때문이다. 남부터미널서 만나는 장면부터 촬영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자꾸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웃으셔서 몇 번의 NG가 났다. 이동하면서 나는 제사를 모실 장소인 큰아버님 댁에 전화를 드려 촬영일정을 말씀드렸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보니 큰댁은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 카메라가 들이닥쳐버린 셈이다. 큰어머니께서 촬영한다는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여하튼 4일 동안 찍은 테이프 분량은 60분짜리 10개이다. 한 테이프당 2분 정도 사용한다고 한다. 20분 방송이니까 2분씩 쓰면 딱 맞는다. 나머지 58분은 버린다. 10개 테이프 모두 말이다.

다큐멘타리 서두 부분에 우리 가족을 소개하는 영상이 잠시 스쳐지나간다
다큐멘타리 서두 부분에 우리 가족을 소개하는 영상이 잠시 스쳐지나간다 ⓒ 윤태

붉은 악마티를 입고 인터뷰 하는 아내. 촬영 첫날 첫 장면이다
붉은 악마티를 입고 인터뷰 하는 아내. 촬영 첫날 첫 장면이다 ⓒ 윤태
◆MBC <따뜻한 세상>은 어떤 프로그램=지난 4월말 봄 개편 때 생긴 프로그램이다. 심야프로그램으로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밝고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 숱한 역경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 일상 생활 속에서 작은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즉 이러한 사람들의 일상을 TV를 통해 세상에 알림으로써 내 가정과 주위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휴머니즘'을 바탕에 둔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일과게에서의 마찰장면이다. 이날 두PD는 소품으로 토마토 5천원어치를 사줬다
과일과게에서의 마찰장면이다. 이날 두PD는 소품으로 토마토 5천원어치를 사줬다 ⓒ 윤태

두승택 PD인터뷰

▲ 두승택 PD
ⓒ윤태
"이 직업은 마치 마약과도 같습니다"라고 두승택 PD는 서두를 시작했다. 필자가 보기엔 PD가 너무 고생하는 것 같은데 두 PD는 오히려 이 일이 즐겁다고 한다. "힘든 만큼 보람있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두 PD한테는 이번 촬영이 그리 만만치 않았던 것 같다. 남한산성에 위치한 우리 집을 수시로 오르락내리락 했으니 말이다.

"10시간 분량의 테이프에서 20분의 장면을 뽑아내 짜맞추는 일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힘듭니다. 그러나 이 일을 완성했을 땐 무엇보다 매우 큰 성취감을 느낍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두 PD가 이 직업이 마약과도 같다고 말하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연예인들을 상대로 여러 프로그램에서 촬영을 했던 두PD는 이번 <따뜻한 세상> 프로그램을 촬영하면서 연예인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연민의 정을 느낀다고 했다.

"한참 전에 나간 방송 중에서 제가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판단해 모든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편집을 해야 하지만 너무나 인간적인 정에 이끌려 객관적인 시각을 잃은 적이 있습니다"라며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만큼 이 프로그램이 휴먼다큐 프로그램의 특성을 살렸다는 반증이 되기도 하는 대목이다.

"많은 방송에서 휴먼 다큐형식의 프로그램을 제작·방영하고 있지만 <따뜻한 세상>은 진솔한 삶을 여실히 보여주는 게 차별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라며 두 PD는 6미리 카메라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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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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