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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열어보는 이메일. 그때마다 RE로 시작되는 정체불명의 스팸메일이 그득하다. 여지없이 전체선택을 누르고→삭제→휴지통비우기→로그아웃의 순서로 편지봉투를 닫는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스팸메일 속에 무엇인가가 있다.

'안녕하세요 MBC 시사교양국입니다'라는 제목에, 보내는 이는 '시사교양국'으로 된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에구! MBC에서도 스팸메일을 보내는구나, 생각하고 휴지통에 버리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메일을 열어봤다. 아래와 같은 내용이었다.

안녕하세요.
MBC 시사교양국 작가 박효진 입니다. 저희 시사 교양국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준비중에 있습니다. 취재중에 윤태 기자님께서 쓰신 '아버지는 무식해서 자식 많이 낳았다'라는 인상적인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부자관계는 남아선호 사회에서의 특별한 탄생, 성장과 갈등, 오랜 가부장제 사회에서의 역할 충돌, 그리고 긴 갈등 끝의 화해로 이어지는 매우 다양하고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한국 사회에서의 아버지와 아들의 다양한 사례를 취재하여 새로운 시대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모색하고 따뜻한 감동을 전하고자 합니다.

윤태 기자님께서 가지고 계신 아버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들을 인터뷰하고 싶은데 가능하실지 여쭙고 싶습니다. 연락처를 알 수 없어 메일을 보냅니다.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전화로 좀더 자세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메일이 도착한 것은 6월 28일(토), 나는 즉시 휴대전화번호를 적어 박효진 작가에게 답장을 보냈고 이틀 후인 30일(월) 오전 박 작가로부터 전화가 왔다.

몇몇 인적사항을 묻는 그녀에게 나는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다. 그날 오후 필자는 인터뷰를 당했다(?). 매일 인터뷰를 하던 내가 이날은 인터뷰를 당한(?)것이다. 말문이 어찌나 막히던지.

인터뷰를 끝낸 박작가는 다큐멘터리 방영이 확정되면 시골 필자의 집에서 촬영을 할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더 필요한 부분은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준다고 했다.

MBC를 나오면서 필자는 내내 생각을 했다. 이 가슴떨림. 그렇다면 내가 데뷔(?). 혼자 씨익 웃기도 하며 '진짜 촬영하면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하나' 별 상상을 다해보며 걸어나오는데 앞에 은행이 보인다. 긴장했으니 마음이나 가라앉히고 가자 하는 생각에 은행에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시원하다. 앞에 컴퓨터가 보였다. '5분만 항해하다 갈까?'생각하며 습관적으로 이메일을 열어봤다. 그런데 이번엔 또 뭔가?

안녕하세요, mbc [따뜻한 세상] 작가 손지은이라고 합니다. 저희 따뜻한 세상은 이번 5월에 신설된 휴먼다큐프로그램인데요, 매주 화요일 밤에 방송되며, 총 1시간분량의 프로그램으로, 3코너로(각각 20분 분량)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 중 가족시네마라는 코너를 담당하고 있는 작갑니다. 가족 시네마에서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같지만 또 다른 모양으로 알콩달콩 살아가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음으로써, 너무 가깝기에, 너무 편한 존재이기에 잊고 지냈던 가족의 소중함을 되돌아보는 코너입니다.

며칠 전 오마이뉴스에 실린 윤기자님의 기사를 보고, 기자님의 가족을 저희 가족시네마에 초대하고 싶어 이렇게 메일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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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절약정신은 금탑산업훈장감


부디 저의 제의를 긍정적으로 살펴주셨으면 하는 부탁과, 가부에 대한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주옥같은 가족의 이야기를 명작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


MBC 따뜻한 세상 홈페이지 메인화면
MBC 따뜻한 세상 홈페이지 메인화면 ⓒ 윤태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필자는 이메일에 적힌 손지은 작가의 휴대폰에 문자를 날렸다. 지금 MBC 앞에 있으니 직접 만나 얘기를 하자고 했지만 손 작가는 일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며 내일(7월 1일)전화주기로 했다.

손 작가는 <오마이뉴스>에 실린 '아내의 절약정신은 금탑산업훈장감'이라는 필자의 글을 보고 절약을 주제로 우리 가족의 생활 일부를 촬영해 방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저녁 필자는 아내와 상의한 후 촬영에 응하기로 했다.

다음날 손 작가에게서 전화가 왔고 구체적인 내용과 계획을 가지고 조만간(7월 9일) 만나서 촬영일정을 잡기로 했다. 20분 방영인데 약 4일 정도는 촬영해야 한다는 손 작가의 말에서 이 일이 그리 쉽지마는 않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참 쇼킹한 일이 내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됐을까? 그것은 바로 <오마이뉴스>의 힘 때문이다. 인터넷 언론이라는 매체 특성상 매우 많은 독자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조회수를 올리는 '불특정 다수의 힘'을 얘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여타 종이신문처럼 정확하고 딱딱한 스트레이트 기사나, 치밀한 분석기사, 명쾌한 해설기사가 <오마이뉴스>의 전부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을 공감대의 장(場)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소프트한 그러나 각종 삶이 배어 있는 기사들이 <오마이뉴스>의 매력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력이 있다면 끌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무더운 여름날 지나는 객이 우물을 그냥 지나쳐 갈 수 없듯 말이다. 방송작가들이 소재거리에 목말라 있을 때 <오마이뉴스>라는 우물을 발견한 것이라면 올바른 표현일까? 퍼내고 퍼내도 맑은 물이 솟는 우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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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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