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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은 각종 소총과 기관총, 유탄발사기, 탱크(K-1, K-1A1), 장갑차(K-200), 대·소 구경의 각종 야포(60mm 박격포에서 155mm K-9 자주포까지), 로켓포('구룡'), 대공포('비호'), 각종 탄약 및 포탄, 미사일('현무', '천마' 등) 등 지상군 장비는 물론 어뢰, 구축함, 잠수함도 만든다.

이밖에 군단급 무인정찰기, KT-1 훈련기, UH-60 블랙호크, T-50 고등 훈련기 및 A-50 경 공격기, KF-16 등을 자체 또는 면허생산하고 있다. 2002년 현재 79개 방위산업업체에서 368개 물자를 생산하고 있다.

▲ 국산 K-1 탱크.
ⓒ 합동참모본부
한국방위산업진흥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방산물자 완성 장비 360개 품목의 국산화율은 평균 69.81%다. 지난 1973년 율곡사업을 시작할 때 '소총 한 자루'도 만들지 못하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그러나 방위산업 내부를 분석해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속빈 강정' '아직도 굴뚝산업 수준'이라고 표현할 만 하다. 이같은 실정은 한국 방위산업의 가동률을 살펴보면 금방 드러난다.

국방부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1998~2002 국방정책>을 보면, 지난 2001년 현재 국내 방산업계의 가동률은 50.3%다. 이는 일반 제조업체 가동률 73.2%보다 훨씬 떨어지는 수치다. 더구나 해마다 방산업계는 전체적으로 한 해 1000억원 정도의 적자를 내고 있다.

방위산업 업체 경영실태
구분 1997 1998 1999 2000 2001
매출액(억원) 34,402 33,875 31,211 33,359 37,054
경상수지액(억원) -1,301 -1,237 -1,287 -1,762 -1,149
방산부문 가동률(%) 56.9 52.8 50.8 48.5 50.3
일반제조업 가동률(%) 79.9 68.2 76.6 78.3 73.2
방산물자 수출액(만달러) 5,802 14,719 19,663 5,537 23,720
ⓒ 오마이뉴스 고정미 자료:'1998~2002 국방정책'(국방부)

지난 6일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방산업 가동률이 낮은 이유와 발전방향을 문의했다. 하지만 "국내 방산업체의 형편없는 가동률은 벌써 10년째다, 새삼스러울 것 없다"는 심드렁한 반응만 돌아왔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앞으로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방위산업 구조로는 기반을 유지하기도 힘들고, 발전 한계에 도달했다고 입을 모은다.

첨단무기 생산능력 없어 재래식 무기만 생산

"특혜?... 울며겨자먹기로 한다"
국내 방산업체들의 하소연

탱크를 생산하는 로템의 한 관계자는 "1988년부터 실전배치에 들어간 K-1탱크는 연간 120대 정도 주문을 받았으나 신형 K-1A1탱크는 연간 주문 물량이 40대도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신형 K-1A 탱크 가격이 K-1보다 2배 뛰었지만 개발 비용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것"이라며 "밖에서 볼 때 방산업체에 각종 혜택이 주어지는 것 같지만 요즘 방산업은 울며겨자먹기로 한다"고 말했다.

방산업이 이런 상황인데 한국군은 정비창 보유를 위해 중복투자를 한다. 육군 종합정비창이 수천억원을 들여 K-1전차 생산 설비와 똑같은 것을 들여와 직접 정비를 하고 F-16전투기 정비창을 공군이 따로 운영한다.

한 군 관계자는 "정비를 생산업체에 맡기면 방산업체의 가동률도 높이고 정비 과정에서 성능 개량 능력도 키울 수 있다"며 "미군은 해외 주둔기지가 많아 자체정비가 필요하지만 한국은 지역이 좁아 민간에게 정비를 맡기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지적했다.

순 자본주의적인 논리로 따진다면 방산업의 활로는 '죽음의 상인', 즉 무기 수출이다. 그러나 수출할 만한 국내 방산 제품 대부분은 미제 장비를 라이센스 생산하거나 미국의 기술자료를 이용해 만들었다. 따라서 제3국에 수출하려면 미국의 동의가 필요한데 허락을 잘 안해준다.

지난 2일 한국 국방부로부터 수출허가를 받고 국산 K-1A 기관총 등을 싣고 부산에서 아프리카의 세네갈로 가던 화물선이 스페인 당국에 나포된 것은 무기 수출이 만만찮음을 잘 보여준다.

그동안 한국의 주 수출품은 방독면, 일반 탄약, 군복, 방탄 헬밋 등이었다. 대우종합기계가 지난 1993년 K-200 장갑차 111대를 말레이시아로 수출한 것, 삼성테크윈이 터키에 오는 2011년까지 10억 달러 상당의 K-9 자주포를 수출하기로 한 것 등이 예외적인 사례다. / 김태경 기자
방산업체의 가동률이 저하된 이유를 <1998~2002 국방정책>은 "재래식 기본 병기류에 대한 군 소요물량 충족으로 더 이상 내수물량 창출이 어렵게 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단지 국내 수요가 한정된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이스라엘·스웨덴·오스트레일리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방위산업은 한국보다 건실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 국가의 군대 규모는 남한보다 훨씬 작아 자국내 수요도 적다. 이에 비해 한국 방산업체의 환경은 오히려 양호하다.

국내 방산업체가 '고사위기'에 몰린 것은 근본적으로 한국군의 전력 증강을 위해 필수적인 첨단 장비를 생산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군은 해외에서 사와야 한다. 한국이 자체 생산하는 탱크·장갑차·야포 등은 과거에는 '첨단 장비'였겠지만 이제는 '재래식 기본 병기'에 불과하다.

여러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한국은 앞으로 첩보위성(정찰위성), 공중조기경보통제기, 3000t급 잠수함, 공중급유기, 대형상륙함, 이지스함,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한국형 다목적헬기(KMH)를 도입할 계획이다. 주한 미군이 전력 증강을 위해 110억달러를 투입하는 것에 발맞춰 한국군이 도입하기로 한 장비목록에는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이 들어있다. 아직도 아파치 헬기 도입 주장은 계속되고 있다. 이들 장비 가격은 어림잡아 20조원이 넘는다.

이 가운데 한국이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오는 2012년까지 도입할 7000t급 KDX-3 이지스함(3척 2조9608억원)도 자체 건조하지만 '국산'이라고 부르기 힘들다. KDX-3의 최고 핵심인 '이지스 시스템' 자체가 외제로, 이것이 없는 KDX-3는 평범한 군함, 심하게 표현하면 '떠다니는 고철'에 불과하다. 국산 군사장비 가운데 상당수가 껍데기는 국산인데 속은 외제다.

▲ 국산 KDX-1 광개토대왕함
ⓒ 합동참모본부
한남성 한국국방연구원 방산기술연구실장이 지난 2월 발표한 '방위산업의 경쟁력 제고 방향'이라는 논문을 보면, 완성품 기준으로 볼 때 지난 25년간 한국군이 획득한 무기의 72%가 해외에서 도입한 것이다. 더구나 앞으로 15년간 계획중인 장비 가운데 해외에서 구입하는 비율은 금액 기준으로 87%에 이른다.

역시 무기체계 전문가인 황동준 국방연구원장도 지난 2001년 '방위산업, 어떻게 재도약시킬 것인가?'라는 논문에서 "향후 5년내에 한국이 획득해야될 주요 대형 무기체계의 95%는 해외 직구매로 계획되어 있어 국내 방위산업은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었다.

한국군이 앞으로 투입할 막대한 전력투자비가 거의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해외에서 도입한 장비는 20~30년간 운영하는 동안 부품값 등 운영유지비로 애초 도입 가격의 60% 이상이 들어간다. 전투기의 경우 2배에 이른다. 외국 무기를 도입하면 결국 그 무기에 따라 군사교리, 작전술 등도 종속된다.

지난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이 투하한 폭탄의 60% 이상이 JDAM 등 정밀유도폭탄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는 1991년 걸프전 때의 10% 선에 비해서도 크게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F-117 스텔스 전폭기 한 대가 단 1회 출격으로 투하하는 정밀유도폭탄 1발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B-17 폭격기가 4500회 출격해 폭탄 9000발, 또는 베트남전 때 전폭기가 95회 출격해 폭탄 190발을 투하했을 때와 동일한 효과를 지닌 것으로 평가한다.

이렇게 전쟁양상이 바뀌는데 한국은 첨단장비 생산능력이 없다. 탄약 및 포탄 생산업체인 풍산의 한 관계자는 "탄약은 기본적인 군 수요가 있어 사정은 나은 편이지만 이전에 연간 3000억~4000억원 정도의 매출이 요즘에는 100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며 "포탄 수십만발 팔아봐야 고성능 미사일 한 발 값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탄약 국산화율은 무려 90.51%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국방부가 민주당 박양수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자료를 보면 국방품질관리소가 사용불가능하다고 판정해 버리는 탄약이 연간 250t이다.

한국은 현대전에 핵심적인 감시·정찰 장비, 장거리 정밀유도무기, 정보보안 및 사이버전 시스템, 지휘·통제를 위한 C4I 장비 등을 모두 해외에서 구입해야 한다. 따라서 재래식 무기만 생산할 수 있는 국내 방산업체에 대한 주문은 늘기 어렵고 이는 경영악화로 이어진다.

형편없는 연구 투자비

지난 1970년대 방위산업을 처음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현재 한국 전체의 과학·기술 수준은 대단히 높아졌다. 일부 분야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국방기술에 관한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는 오히려 갈수록 벌어지는 느낌이다.

한국의 국방 개발 연구비가 이유를 설명해준다. 현재 한국의 국방 연구개발 비용은 절대 액수가 부족할 뿐 아니라, 전체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에 못미친다. 이는 주요 선진국의 10%선에 한참 떨어지는 수치다. 국방부는 오는 2015년까지 선진국 수준인 10%선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지만 과연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오마이뉴스 고정미
한국은 1980년대 초반까지는 독자 연구·개발을 통한 무기생산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 시절 방향을 바꿨다.

군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재빠르게 무기도입을 요구하는데 비해, 독자적으로 무기를 연구·개발하는데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 요구 충족이라는 단기 목표를 위해 해외 무기 직구매가 크게 늘어났다. 한편으로 무기생산 능력 향상이라는 장기 목표를 위해서는 라이센스 생산이 추진됐다.

의도는 다르지만, 전두환 정권이 지난 1982년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국방과학연구소의 유도탄 개발 팀을 해체한 것도 독자 연구개발 포기를 보여준 현상이었다.

한국군은 기술도입 생산 자체에도 불만이 많다. 예를들어 전투기 도입비용으로 전체 10억달러가 책정됐고 해외에서 직구입하면 대당 5000만달러씩 20대를 살 수 있다고 가정하자. 그러나 라이센스 생산하면 기술도입료를 물기 때문에 대당 7000만달러 정도로 오른다. 같은 비용으로 구입대수는 14대 정도로 주는데 비해 국내 생산 설비를 갖추는데 드는 시간때문에 도입 기간은 훨씬 늘어난다. 군의 이런 불만도 해외 직도입이 크게 늘어난 중요한 이유였다.

국방부 스스로도 <1998~2002 국방정책>에서 "한국은 첨단무기의 독자개발보다는 조립생산·모방개발에 의한 재래식무기의 조기 전력화에 치중해 핵심기술을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기술경쟁력이 떨어지고 방위산업의 고비용·저효율의 악순환이 발생했다"고 자인하고 있을 정도이다.

기술도입 효과 의문

▲ 국산 고등훈련기 T-50. 이 비행기는 경공격기(A-50)로도 사용된다.
ⓒ 합동참모본부
한국은 무기를 라이센스 생산할 때 직구매보다 더 많은 돈을 들였다. KF-16은 국내에서 기술도입 생산하면서 미국에서 직구매 할 때보다 무려 10억달러를 더 줬다. 1980년대에는 미국의 F-5를 '제공호'라는 이름으로, 1970년대에는 500MD 헬리콥터를 라이센스 생산했다. 그 때마다 정부는 라이센스 생산을 통해 대단한 항공기술의 축적이 이뤄질 것이라고 호언했다.

한국은 지난해 F-15K 40대를 42억2800만달러에 면허생산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비행제어, 항공저나, 무장제어, 시험평가 등의 기술을 이전받아 항공분야 핵심기술 수준을 현재 40%에서 70~80% 수준으로 향상시켜 오는 2015년 한국형 전투기 독자개발을 위한 기술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한국의 이전 경험은 과연 이런 기술도입을 통해 얼마나 기술축적에 성공할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지난 4월 국방연구원이 펴낸 <절충교역에 대한 이해와 우리나라의 추진현황>이라는 책자에 따르면, 1983년부터 2002년 5월까지 해외로부터 장비를 도입할 때 절충교역을 적용한 기본계약은 모두 366개 사업에 금액으로는 153억달러다.

이 가운데 절충교역 평가액은 45억달러로 이 가운데 기술획득(21억달러), 해외수출(즉 납품·19억달러) 등이 대부분이다. 기술획득이 47%로 최대를 차지하는데 1990년 이후에는 절충교역 가운데 기술획득의 비중은 무려 67%에 이른다.

그러나 한국의 방위산업 기술 개발에 별로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업체가 주는 기술 자체가 별 쓸모 없는 경우가 많은데다, 무엇보다 한국 업체 스스로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판단하지 못하고 정부가 정한 절충교역 비율 30% 채우기에만 급급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핵심기술 이전에 적극적이었던 프랑스 닷소사의 라팔을 버리고 미국 보잉사의 F-15를 구입한 것 자체부터 한국이 과연 독자적인 기술축적 의지나 있는지 의심케한다. 닷소는 비행제어, 항공전자, 무장제어 분야의 핵심기술을 대부분 주겠다고 했으나 보잉은 미 행정부의 엄격한 기술이전 통제정책을 핑계로 일부만 이전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경쟁력 생길 수 없는 '철밥통' 방산업

국내 방위산업에는 전문화·계열화 제도라는게 있다. 전문화란 특정 장비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로, 지정된 품목을 '전문화품목', 지정된 업체를 '전문화 업체'라 한다. 계열화업체란 완성 장비의 부품을 담당하는 회사로 전문화업체의 협력업체가 된다.

한 군 관계자는 "특정 분야의 전문화·계열화 업체로 지정되면 사업수행의 우선권이 보장되기 때문에 기술개발을 소홀히 하게된다"며 "이 제도를 폐지하고 완전 경쟁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열화 업체의 기술력이 취약해도 전문화업체는 계열화업체의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계열화 업체도 적극적인 기술 개발을 할 필요가 없다.

방산 품목으로 지정되면 원가대비 9~16% 정도의 이윤을 보장받는다. 이것도 업체들이 기술개발과 원가절감 노력을 소홀히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 김태경 기자
연구 · 생산 · 정비 따로따로

국내 무기 연구개발은 주로 국방과학연구소, 생산은 방산업체, 정비는 군 정비창에서 한다. 서로 따로 논다. 이는 1970년대 방위산업 육성 초창기에는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 당시는 한국의 산업기술이 낙후해 정부가 연구개발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 틀이 30년째 지속되면서 국내 방산업계는 '생산 능력', 즉 단순 조립 및 모방 생산 능력만 길렀을 뿐 '연구·개발'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한 군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한국 업체들의 조립·생산 능력은 대단히 높게 평가한다"며 "그러나 설계능력과 핵심 원천기술이 없어 계속 조립생산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 방위산업 업계는 서로간의 기술 이전과 공유를 통한 공동 연구가 활발하다. 갈수록 무기개발 비용이 엄청나게 들고 한 회사 또는 한 국가가 모든 첨단 기술을 다 갖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에만 능한 한국의 방산업체들은 독자적인 원천 기술이 없기 때문에 공동연구개발에 끼지못한다.

유럽 각국이 '토네이도' 전폭기에 이어 '유로 파이터'를 공동개발하고, 일본은 '능동 위상배열 레이더'와 '복합일체성형 기술'을 미국에 제공하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그동안 일본이 취약했던 첨단 제트엔진 제조 기술을 100% 전수받은 것, 이스라엘이 탄도탄요격미사일인 '애로우'를 미국과 공동개발하는 것 등의 사례를 한국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

배재대 사회과학연구소 김광열 교수는 "한국은 비슷한 경제 수준인 이스라엘, 브라질 등과 비교해보면 철강금속·비철금속·기계·전기기구 등 방위산업 관련 업종의 생산능력이 월등하고 높은 대학진학률에 따라 인력도 풍부하다"며 "그러나 한국 국방기술은 다른 산업과의 연계성을 등한시했고 군은 보안·통제만 강조해 관련 산업체나 대학과의 협동연구가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모든 군사 장비를 한 나라가 생산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핵심 기술이나 장비는 자체 생산능력을 갖춰야한다. 국방개혁위원회 권태영 박사는 지난 3일 육군 주최로 열린 한 세미나에서 "그동안 한국군이 무기를 국외 도입 위주로 추진한 결과 대외 의존도와 종속화가 심화됐다"며 "장사정 정밀유도무기, 무인 전투·기동 플랫폼, 항공 전투·기동체계, 비대칭적 지상전력체계 등은 반드시 우리 기술로 개발·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껍데기는 미제, 그러나 속은 국산"
[실태분석] 이스라엘·일본의 방위산업

▲ 이스라엘의 사브라 탱크
이스라엘과 일본의 방산 육성 정책은 상당히 독특하다. 한국의 상황에 바로 대입할 수는 없지만 참고할 만한 점이 있다. 이스라엘은 항상 전시상태다. 그들은 전투 장비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습득한 경험을 개조·개량 기술로 발전시켰고 자신만의 원천기술로 만들어버린다.

이스라엘은 미국으로부터 F-16을 도입했지만 기체만 미제일 뿐 항법장치, 화기통제장치, 레이더 등을 자국산으로 채웠다. 지난 1967년 중동전때 아랍국으로부터 노획한 수백대의 T-54, 55탱크를 개조해 '티란' 탱크로 만들어 1980년대까지 운용했다. 프랑스에서 도입한 미라지 5 전투기를 개조해 '크피르'전투기를 개발했다.

이스라엘은 연간 방산물자 생산물 가운데 60~70%를 수출한다. 지난해는 35억달러의 방산 물자를 수출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각종 구성부품 및 기술 서비스다.

이스라엘의 방산업체인 IAI사는 과거 중동전 때 노획한 아랍국의 MIG-21·23기를 분해하면서 개량기술을 발전시켰다. 이스라엘은 옛 사회주의권 및 제3세계 국가가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그기의 레이더 개량 사업 등을 벌여 달러를 벌어들인다.

이스라엘의 방산업체인 IMI사는 1970년대 주력 탱크였던 미제 M60A3 탱크의 사격통제 장치와 포탑 시스템(105mm 강선포의 120mm 활강포로의 교체 등)을 개량해 '사브라 MKⅢ M60' 전차를 만들었다. 이스라엘은 터키군의 M60A1 탱크 170대를 사브라 탱크로 개조하는 사업을 6억6800만달러에 수주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1980년대 초 '라비'라는 이름의 독자적인 전투기를 개발하려고 했다. 미국은 '라비'가 F-16과 F-18의 판매에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을 우려해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해 1987년 개발을 취소시켰다. 그러나 그 대가로 이스라엘제 무기 4억달러를 구매해주기로 약속을 해줘야 했다.

일본은 절충교역을 통해 가장 성공적으로 기술을 이전받은 나라로 꼽힌다. 일본은 해외에서 무기를 직구매하기보다는 기술을 도입하는데 드는 비용을 충분히 지불하는 대신 최대한 자국 안에서 생산하는 형태를 취했다.

이는 일본의 경제력이 뒷받침하고 당장 시급한 외부의 군사적 위협이 없기 때문이 가능하기는 했다. 일본이 자국 안 생산을 고집한 것은 첨단 장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기술을 축적하고 민간 분야에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예를들어 일본의 이시가와지마 정밀은 제트엔진의 부품 제조에 쓰이는 기술을 이용해 티타늄 골프 클럽 제작에 응용했다.

김경민 한양대 정외과 교수는 "일본은 1954년부터 40여년간 F-86F, F-104J, F-4EJ, F-15J를 직구입가의 2~3배를 주고 라이센스 생산을 하면서 착실하게 항공기술을 축적했다"며 "이는 어떻게해서든지 자체 기술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일본은 이미 지난 1970년대 초 한국의 T-50 고등훈련기급인 T-2를 자체생산했고 축적한 기술을 총동원해 지난 2000년 10월 F-2를 자체생산했다. F-2는 미국의 F-16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껍데기만 F-16일 뿐 부분적인 스텔스 기능 채용, 뛰어난 선회능력, 자체개발한 화기관제 레이더 및 항법장치, 통합전자전 시스템 등을 갖춰 미제 F-16을 능가하는 성능을 갖춘 완전히 다른 전투기다.

일본은 원래 F-2기를 완전 독자 개발하려고 했다. 그러나 미국 주력 전투기의 성능을 능가하는 제품을 일본이 독자생산하려는 것에 놀란 미국이 압력을 가해 공동개발로 바꾼 것이었다. /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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