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6월 10일부터 총 열하루 동안 유로 2016에 대한 첫 번째 모험을 시작하려 합니다. 축구의 본토인 유럽에서, 그 나라 사람들이 축제를 즐기는 순간을 생생하게 전달해보고 싶어요. 부족한 글이지만, 기대해주세요! - 기자말

'꿈을 꾸는 것도, 바라는 것을 이뤄가는 것도 부끄러울 일은 아니지!'

비행기가 인천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8시 15분, 파리행 비행기 탑승 시간이 8시 35분. 부랴부랴 탑승동으로 이동했는데 8시 30분. 약간의 가쁜 숨과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씻어내며 일행을 만났다. 휴우, 나도 이렇게 간신히 시간에 맞췄는데, 내 짐가방은 무사히 연결되었는지 걱정된다.

파리까지는 약 11시간쯤 걸렸다. 모스크바의 광활한 땅을 지나가면서 다음 월드컵 때는 파울루 코엘류가 '영감'을 얻을 때마다 찾는다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볼까 생각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벌써 프랑스에 도착. 한국 시간으로 오후 8시, 이곳 시간으로 오후 2시쯤 되었다. 걱정했던 바와 같이 공항에서 짐이 나오지 않아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일행들에게 미안했다.

"니 짐은 분명히 도착했어. 기다려보렴."

나오지 않는 짐이 의심되어 에어프랑스 안내에 갔더니, 친절한 에어프랑스 직원이 미소와 함께 저리 안내해 주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관계로 그냥 조용히 미소로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짐을 찾고, 숙소에 체크인을 한 후, 개막전을 보기 위해 '팬존'으로 향한다. '팬존'이라는 것은 직접 경기장에 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응원 공간인데, 이번 유로의 팬존은 파리에선 가장 붐비는 관광지인 에펠탑 근처에 있었다.

유로2016 파리 팬존의 전경입니다.  2일차에 에펠탑에 올라갔었습니다. 중간층에서 바라본 유로2016의 팬존 사진인데요,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관중들로 들썩거리는 모습입니다. 대회에 가보시면, 꼬옥 한 번 들러보세요. 맥주한 잔 하시면서 즐기기에 좋은 공간입니다. 단, 답답한 공기와 담배연기는 참아주셔야 해요!
▲ 유로2016 파리 팬존의 전경입니다. 2일차에 에펠탑에 올라갔었습니다. 중간층에서 바라본 유로2016의 팬존 사진인데요,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관중들로 들썩거리는 모습입니다. 대회에 가보시면, 꼬옥 한 번 들러보세요. 맥주한 잔 하시면서 즐기기에 좋은 공간입니다. 단, 답답한 공기와 담배연기는 참아주셔야 해요!
ⓒ 이창희

관련사진보기


유로 2016을 같이 참관하는 40년 절친입니다.  올해 유로 참관을 준비하며 다시 만난 40년지기 절친의 뒷모습입니다. 같은 포즈로 유로 팬존을 촬영하는 것도 닮아 있길래, 무단으로 도용합니다. 두 분의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
▲ 유로 2016을 같이 참관하는 40년 절친입니다. 올해 유로 참관을 준비하며 다시 만난 40년지기 절친의 뒷모습입니다. 같은 포즈로 유로 팬존을 촬영하는 것도 닮아 있길래, 무단으로 도용합니다. 두 분의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
ⓒ 이창희

관련사진보기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북역에서 오전 6시에 출발했다. 북역은 모두 2개의 메트로, 유로스타 및 탈리스와 같은 유럽 각국의 운행편과 고속 열차들, RER 2개 노선까지 지나는 곳이라 무척이나 복잡했다.

대회 때문인지 역 안내판에 에펠탑 팬존으로 가는 안내가 붙어 있었는데, 알려준 기차를 타러 가는 동안 몇 번이나 길을 잃었는지 모른다. 플랫폼만 40개가 넘는 역이니, 일행을 놓치지 않고 제대로 기차를 타는 것이 제일 큰일이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구글맵이 알려준 역에서 RER이 서질 않는다. 팬존의 테러 경계 강화때문인지 주변의 가까운 역에는 지하철도 RER도 모두 지나가게 되나보다. 분명 열차 안에서 안내가 있었을텐데, 불어를 알아들을 수 없으니 원.

원래 생각했던 역보다 한 정거장을 지나 열차에서 내렸다. 무작정 세느강을 따라 에펠탑을 바라보며 팬존으로 향했다. 길에는 검색을 하기 위한 입구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장이니, 테러 경계를 위해 필요한 검색이었겠지만 입장에 시간이 오래 걸려서 벌써부터 체력은 방전 지경이었다.

부지런히 나왔으나, 경기 시작 30분 전에서야 겨우 팬존에 들어설 수 있었다. 지난 월드컵 상파울루에 설치되었던 공간에 비해 꽤 넓었음에도 빽빽한 사람들 숲에 간신히 두 발만 붙이고 서 있어야 했다. 게다가 '흡연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파리지엔들의 자유 의지 덕분에 목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만큼 칼칼했다.

하지만, 라 마르세예즈의 혁명가를 힘차게 불러대며 끝없이 '알레, 뤼블레!'를 외쳐대는 홈팀 관중들의 에너지는 굉장했다(프랑스 팀 유니폼이 푸른색이라서, 프랑스를 '파랑이들'이라는 느낌의 약칭으로 부른다). 팬존 안에서는 맥주와 음료, 간단한 스낵들이 판매되고 있어서 잔디밭에 앉거나 서서 경기를 즐기기 좋았다. 뒤쪽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가족, 친구들과 함께 소풍처럼 나와 있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유로2016 파리 팬존에서의 개막식 개막식은 경기장의 티켓을 구하지 못해, 에펠탑 근처의 팬존에서 관람했습니다. 개막식의 특별 공연 끝에 에펠탑을 형상화한 구조물이 보여지는 화면 뒤로, 에펠탑이 보입니다. 유로2016, 이제 Kick-off!
▲ 유로2016 파리 팬존에서의 개막식 개막식은 경기장의 티켓을 구하지 못해, 에펠탑 근처의 팬존에서 관람했습니다. 개막식의 특별 공연 끝에 에펠탑을 형상화한 구조물이 보여지는 화면 뒤로, 에펠탑이 보입니다. 유로2016, 이제 Kick-off!
ⓒ 이창희

관련사진보기


지리하게 전반을 끌고 가던 프랑스는 힘들게 후반 여유 시간의 역전골로 유로의 개막을 선언했다. 프랑스는 유럽의 축구 축제를 이용하여 프랑스 축구의 황금시대를 선언하기 위한 첫 발자국을 내디뎠다.

아직은 대회 초반이라 그런지 아니면 테러 위협에 대한 경계 강화 때문인지, 유로 관광객은 답답한 느낌을 느끼고 있지만 점점 나아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아니면, 프랑스에 있는 동안은 '한국인의 조급함'을 버리고 '프랑스인의 여유'를 탑재한 채 돌아다녀야 하나?

그래도, 이번에 만나는 파리는 10년 전 첫 인상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조금이라도 헤매는 관광객을 발견하면 먼저 나서서 알려주려고 하거나, 유로2016과 관련하여 배치된 지원 인력들은 먼저 나서서 "어디서 왔니? 즐거운 여행 되렴"이라며 먼저 인사를 건넨다.

처음 파리에 왔을 때엔 영어로 물어도 새초롬하게 프랑스어로 답을 해 주며, '나는 네가 알아듣는지는 관심없어'라는 느낌으로 차가웠던 사람들인데 말이다. 짐을 낑낑댄다 치면, 건장한 청년들이 대신 들어주기도 하니 말이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에펠탑 11시쯤이 되니 에펠탑을 비추던 조명이 일부꺼지고, 유로를 맞이한 새로운 조명으로 준비하는 찰나의 모습입니다. 아름다운 세느강의 조명과 함께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며 관광객들을 유혹하네요. 이제는 파리의 상징이 되어버린 에펠탑을 볼 때마다, 갖은 반대에도 꿋꿋이 탑을 지어낸 에펠에게 감사하게 됩니다.
▲ 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에펠탑 11시쯤이 되니 에펠탑을 비추던 조명이 일부꺼지고, 유로를 맞이한 새로운 조명으로 준비하는 찰나의 모습입니다. 아름다운 세느강의 조명과 함께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며 관광객들을 유혹하네요. 이제는 파리의 상징이 되어버린 에펠탑을 볼 때마다, 갖은 반대에도 꿋꿋이 탑을 지어낸 에펠에게 감사하게 됩니다.
ⓒ 이창희

관련사진보기


첫날 팬존에서의 개막식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니, 오전 1시다. 지금 프랑스는 거의 오후 10시까지도 해가 남아 있어서, 시간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여름의 파리는 낮이 길어진 만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체력에만 무리가 없다면 여행하기엔 최적의 시간이다. 그러니 여러분 여름에 벌어지는 유럽 축구 축제에도 한 번 도전해 보시길!

12일은 파리에 도착한 지 벌써 3일째 날이다. 니스에서 벌어지는 폴란드와 북아일랜드의 경기를 보기 위해 아침 기차로 니스에 갈 생각이다. KTX를 꼭 닮은 TGV로 다섯 시간이 걸리는 거리이니, 이 정도는 가뿐하지! 다녀오겠습니다.


#유로2016#개막일 풍경#프랑스여 제발!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