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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의 형제자매들과 생존학생들이 얼마나 힘들고 아프게 살고 있는지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평생 그 이름으로 살아가야 할 텐데, 그 오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세월호 세대'라 불리는 또래들과 함께 잘살 수 있게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지난 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출간기념 기자간담회가 있었다.
▲ 기자간담회 지난 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출간기념 기자간담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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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유가족인 박보나(23)씨와 남서현(25)씨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꾸만 노랗게 핀 개나리꽃이 오버랩되었다. 분명 우리들 아주 가까이에 있었지만, 눈여겨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개나리... 그늘진 아픔과 쓰라린 상처를 몰라주자 샛노란 입술을 크게 열고 우리도 꽃이라며 세상을 향해 작은 나팔을 부는 것처럼...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단원고 생존학생 11명과 형제자매 15명의 목소리가 책으로 탄생됐다. 참사 당일의 기억과 사건 이후 경험, 그리고 일상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슬픈 감정, 죄책감, 분노, 기막힘, 무력감, 그리움, 절망감 등 생생한 육성과 날것의 감정이 오롯이담겼다.

분명 우리들 아주 가까이에 있었지만, 눈여겨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개나리... 그늘진 아픔과 쓰라린 상처를 몰라주자 샛노란 입술을 크게 열고 우리도 꽃이라며 함께 세상을 향해 작은 나팔을 부는 것처럼...
▲ 자꾸만 노랗게 핀 개나리꽃이 오버랩되었다. 분명 우리들 아주 가까이에 있었지만, 눈여겨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개나리... 그늘진 아픔과 쓰라린 상처를 몰라주자 샛노란 입술을 크게 열고 우리도 꽃이라며 함께 세상을 향해 작은 나팔을 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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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장사 한다'는 얘기에 분노가 커졌다

고 박성호군의 누나 박보나씨는 "성호는 어렸을 때 내가 기저귀도 갈아주고 목욕도 시켜줬어요... 참으로 든든하고 듬직한 남동생이었는데..."하며 동생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고 "그런 성호가 바다 속에 있다는 생각에 재작년 한동안 따뜻한 물로 씻으면 안될 것 같았어요. 몸이 물에 닿는 것 자체가 슬프더라고요. 4월이라 좀 추울 때였잖아요. 성호는 이불도 못 덮고 있겠구나 생각하니까 미안해서 보일러도 못켰어요"라며 당시의 아픔을 토로했다.

박씨는 또한 "힘들다고 말할 수 없었어요. 상황이 정신없이 돌아가니까... 엄마아빠 앞에서 울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부모님께는 감정을 표현하지 말자는 생각도 했어요. 그랬더니 제가 울어야 할 때 안운다고 답답해하시는 분도 있었어요"라며 힘들었던 얘기도 꺼냈다.

고 박성호군의 누나 박보나씨
 고 박성호군의 누나 박보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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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가장 분노가 컸느냐는 질문에는 "페이스북에서 '안산쓰레기 동네에 어차피 쓰레기 될 애들'이라는 글이 올라왔을 때와, 고위층 사람이 '시체장사 한다'는 얘기 꺼냈을 때였다"며 이 일을 계기로 "비방 글을 모니터링하고 공개발언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부모님들이 삭발한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잊지 않겠다, 우리도 이제 나서야겠다"라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예전 같은 교육을 받을 수는 없잖아요. 세월호가 아직 해결된 것도 아니고 다시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확신할 수도 없는데, 제 친구들이 단원고에서 선생님이 될 수도 있는데, 뭘 가르쳐야 할까요? 제일 끔찍한 건 앞으로 졸업하는 후배들 중에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거"라며 바뀌지 않는 현실에 대한 실망과 우려를 표현했다.

"'아직도 우냐', '어떻게 웃냐' 이런 감정의 억압도 당하고 싶지 않고, 끝까지 같이 싸워주지는 못하더라도 저한테까지 가만히 있으라고는 안했으면 좋겠어요"라며 왜곡된 시선의 불편함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또한 "참사 이후 많이 달라질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오히려 치유되기보다 상처 주는 모습을 보면서 어른들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는데, 그나마 이번 책을 발간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이 생겼다"며, "세월호 세대라는 또래 친구들에게 우리 유가족이 겪은 이야기를 알려주고 같이 살아가자고 얘기하고 싶어 인터뷰에 응했다"고 말했다.

이게 현실이라는 게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소름으로 쫙 와요

고 남지현양의 언니 남서현씨는 "내 동생 지현이는 완전 털털하고 남자애 같았어요... 아 참 눈썹도 그려놓은 것 같고, 귀도 엄청 쫑긋해서 이쁘고 저랑 많이 닮았대요. 목소리도 말투도 똑같대요"라며 동생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 뒤, "사고가 나고 100일 정도는 방에서 안 나왔어요. 무서워서 나올 수가 없었어요"라며 당시의 암담했던 속내를 얘기했다.

고 남지현양 언니 남서현씨
 고 남지현양 언니 남서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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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다들 '너는 괜찮니?'가 아니고 '엄마 괜찮니?"라고 물어요... 저도 너무 힘들었는데 아무도 나에게는 '너는 어떠냐?'고 물어보지 않았어요"라며 힘들었던 이야기를 꺼내 보이기도 했고, "사람들은 제가 웃으면 괜찮은 줄 알고, 제가 울면 왜 그러냐고 해요. 그럼 전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며 답답함도 호소했다.

"바다에서 나온 꿈을 꿨는데 지현이가 없어요. 찾아도 찾아도 나오지 않아요. 꿈에서 오열을 해요. 지현이가 없으니까... 그러다 꿈에서 깨요. 아, 너무 다행이다... 아. 꿈이었어... 그러나 이게 현실이라는 게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소름으로 쫙 와요"라며 몸서리치는 아픔을 얘기했다.

화가 날 때는 언제냐는 질문에는 "시행령에 열 받고, 청문회 거짓말 듣고 속히 뒤집혀, 정부가 우리들 가슴에 불을 훅 질러요. 정치권의 임기는 몇 년이지만 세월호 형제자매라는 이름의 임기는 죽을 때까지이니, 우리가 잊지 않고 있으니까 부모님 세대에서 밝히지 못하면 우리 세대에서라도 꼭 밝혀낼 것이다. 그걸 말하고 싶어요"라며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남서현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본인의 인생 항로가 바뀐 얘기도 덧붙였다. 그는 현재 세월호 희생자 형제자매 시행령 폐기 촉구 활동에 참여하는 등 최근 세월호 관련 청년모임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 중이라고 했다.

세월호 희생자의 형제자매 숫자는 250여 명 정도 된다고 한다. 그동안 침묵하거나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이들이 드디어 조직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단다. 지난 2월 416연대 청년 100여 명과 함께 캠프를 개최하는 등 참사 2주기를 앞두고 활동의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님들이 처음에는 세월호 일에 자녀들이 뛰어드는 것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우리가 궂은일은 다 할 테니 너희들은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고 너희들의 삶을 살아라, 그런 입장이셨지요. 그러나 이렇게까지 일이 안 풀릴 줄 모르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저희들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십니다"라고 말했다.

슬픔이 나를 조금씩 갉아먹는 느낌이다 등 미처 털어놓지 못한 속내

"슬픔이 나를 조금씩 갉아먹는 느낌이다", "수학여행 가는 날... 아침에 옷을 빌려 달라 했는데 안 빌려줬거든요... 빌려줄 걸 그 생각이...",  "사고 이후에 양말을 모은다. 윤민이가 알록달록한 양말을 사던 게 기억나서", "일 년 넘게 똑같은 악플을 보니까 감정이 많이 딱딱해진 것 같아요. 악플을 안 보려고 해도 계속 보게 돼요"등 이 책에는 세월호 참사를 온몸으로 겪어낸 단원고 생존학생들과 희생자 형제자매들이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한 속내를 담고 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단원고 생존학생 11명과 형제자매 15명의 목소리가 책으로 탄생되었다.
▲ ‘다시 봄이 올 거예요’라는 제목의 책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단원고 생존학생 11명과 형제자매 15명의 목소리가 책으로 탄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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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기록단의 일원으로 지난 2년간 세월호 관련 인터뷰를 해온 이호연 작가는 "생존학생과 희생자 형제자매들 모두 스스로 목소리를 낼 기회가 적었고, 말했으나 사회적으로 들려지지 않은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었다"며 "그들이 각각의 위치에서 경험하고 바라본 이야기, 어른들에 의해 해석되고 재단되지 않은 이야기, 그들이 주체적으로 나서 증언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책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들의 용기와 의지가 제대로 들려지고 이 사회가 '듣는 귀'를 제대로 만들어가는 그런 흐름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집필 작업에 참여한 배경내 작가는 "참사 이후 우리 사회의 지배적 정서는 '아이들아 미안하다'였는데, 이 말이 어른으로서 갖는 미안함으로 제한되지 않고 시민으로서 갖는 책임감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라고 호소했다.

또한 "이들은 고통의 시간을 보냈지만 동시에 성장했고, 다시 일어섰다. 어떻게 일어섰는가? '일어섦의 힘'을 발견하는 책"이라며 "당사자들의 서사적 진실을 놓치지 기록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태그:#세월호 2주기 , #생존학생과 형제자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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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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