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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도대체 어디까지 더 욕보이려 하느냐."
"너무 화가 나서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우리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일까지 당해야 하는가?"
"내 머리카락 다 잘라서 집어던지고 싶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8일 오전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 앞에서 이렇게 외쳤다. 창원지검 거창지청 집행관이 주민 김아무개(단장면)씨에 대해 DNA 채취를 시도하고, 전화통화 과정에서 다른 사람 소유의 땅 형질변경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지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관련 기사 : 검찰 집행관,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에 '협박' 논란)

김씨는 2012년 9월 밀양송전탑 반대 투쟁 과정에서 한국전력공사 작업인부들과 충돌을 빚었다. 김씨는 이로 인해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되었다. 집행관은 지난 2일 김씨 집을 찾아가 DNA 채취를 시도했고, 김씨는 "영장을 갖고 오라"며 거부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소속 주민들은 8일 오전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 앞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DNA 채취와 검찰 집행관의 폭언, 협박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소속 주민들은 8일 오전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 앞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DNA 채취와 검찰 집행관의 폭언, 협박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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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소속 주민들은 8일 오전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 앞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DNA 채취와 검찰 집행관의 폭언, 협박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소속 주민들은 8일 오전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 앞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DNA 채취와 검찰 집행관의 폭언, 협박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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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집행관은 김씨한테 "허허 웃어요? 나중에도 웃음이 나오나 봅시다"라고 말했다. 집행관은 또한 김씨 집 앞 공터에 대해 "이거 당신 땅 아닌가. 이거 불법형질변경이다"라고 말했고, 김씨는 "왜 상관없는 엉뚱한 걸로 시비를 거느냐"고 따졌다.

이에 집행관은 "내가 확인해보고 당신 땅 맞으면 형질변경 했는 거 다음주 조사할 테니까 소환하면 나오라. 안 나오면 영장 받아갈 거다. 그 때는 수갑 차고 가게 될 거다. 각오하고 있으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땅은 김씨 소유가 아니었다.

창원지검 밀양지청은 지난 5일 김씨에 대한 DNA 채취 영장을 청구했고, 창원지법 밀양지원은 이날 저녁 영장을 발부했다. 창원지검 밀양지청은 "김씨는 DNA신원확인정보의수집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에 따라 DNA 채취 대상"이라며 "전화통화 과정에서 협박은 아니고 언쟁이 있었다"고 밝혔다.

"어처구니 없는 협박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김아무개씨는 집행관과 전화통화 내용을 녹음했다. 녹음 내용을 들은 주민들은 '분노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너무 화가 나고 분하다. 김씨를 어처구니 없는 협박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하도 억울하고 속이 상해서 처음으로 삭발을 했다. 우리가 흉악범이냐"고 말했다.

김준한 신부는 "검찰이 주민을 겁박하면 수그러들 거라는 생각을 아직도 하는 모양이다.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주민을 한번 눌러 보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10년째 투쟁한 어르신들한테 검찰이 법의 탈을 쓰고 폭력을 저지른 것이다. 정신 좀 차리자"고 말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소속 주민들은 8일 오전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 앞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DNA 채취와 검찰 집행관의 폭언, 협박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소속 주민들은 8일 오전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 앞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DNA 채취와 검찰 집행관의 폭언, 협박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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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소속 주민들은 8일 오전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 앞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DNA 채취와 검찰 집행관의 폭언, 협박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침을 묻힌 면봉을 함께 검찰지청 마당을 향해 던지고 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소속 주민들은 8일 오전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 앞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DNA 채취와 검찰 집행관의 폭언, 협박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침을 묻힌 면봉을 함께 검찰지청 마당을 향해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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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우(평밭마을)씨는 "70, 80대 노인들이 왜 이렇게 운명이 기구하단 말이냐.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렇게까지 설움을 주느냐. 해도해도 너무하다"며 "모든 공무원과 검사, 판사, 집행관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라. 판결과 법집행은 과연 정의로웠는가.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을 판결을 하고 법집행을 해야 우리가 겁을 먹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DNA 채취 대상이었던 김아무개씨 부인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눈물이 앞선다. 화가 나고 억울하고 분하다"면서 "너거들이 우리 신랑 DNA 가져가려고 하는데, 우리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더나"라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밀양송전탑반대주민법률지원단 신훈민 변호사는 "변호사들이 녹음파일을 같이 듣고 귀를 의심했다. 이게 현실이구나 싶었고 참담했다"며 "DNA 채취는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자들 중에서도 재범위험성이 높을 경우 국가가 DNA정보를 통해 범죄 수사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제정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입법취지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종합하면, DNA 채취는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죄자 중에서도 다시 이러한 중대범죄를 범할 위험성이 높은 범죄자를 대상으로 행해져야 한다"며 "그러나 이번 영장 발부 과정에서 이러한 점들이 충분히 고려되었는지 의문이다. 재범우려에 대한 점도 없는데 영장청구 발부는 인권침해 논란을 피할 수 없으며, 적법한 법 적용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DNA 채취는 그동안 꾸준히 비판을 받았다. 밀양 주민뿐만 아니라 노동자, 철거민, 장애인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DNA 채취를 요구하고 있다. 이 땅에서 살겠다고, 같이 좀 살자고 외쳤던 이들에게 형사처벌을 넘어 DNA 채취까지 요구한다"며 "법원이 검찰의 이러한 형태에 제동을 걸어주기를 기대했지만 법원 또한 검찰과 같은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법원과 검찰은 법질서의 원칙을 강조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원칙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물어야 한다. 이는 원칙을 넘어서는 또 다른 원칙에 대한 질문"이라며 "법원과 검찰은 밀양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더 이상 이들을 모욕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밀양송전탑반대주민법률지원단, 밀양인권침해감시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창원지검 밀양지청과 집행관은 당사자와 밀양 주민한테 사죄할 것"과 "창원지검 밀양지청은 해당 집행관을 엄하게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법률지원단은 김씨에 대한 DNA 채취 결정을 취소하는 소송을 법원에 낼 예정이다.

한편, 주민 50여 명은 기자회견을 연 뒤 자신의 침을 묻힌 면봉을 창원지검 밀양지청을 향해 던졌다. 주민 대표들은 기자회견을 연 뒤 창원지검 밀양지청에 항의서한을 접수시켰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소속 주민들은 8일 오전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 앞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DNA 채취와 검찰 집행관의 폭언, 협박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침을 묻힌 면봉을 검찰지청을 향해 던졌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소속 주민들은 8일 오전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 앞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DNA 채취와 검찰 집행관의 폭언, 협박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침을 묻힌 면봉을 검찰지청을 향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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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소속 주민들은 8일 오전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 앞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DNA 채취와 검찰 집행관의 폭언, 협박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민대표들이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검찰지청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소속 주민들은 8일 오전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 앞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DNA 채취와 검찰 집행관의 폭언, 협박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민대표들이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검찰지청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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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밀양 송전탑, #창원지검 밀양지청,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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