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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갑 제3선거구에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송병곤 후보. 그는 영화 <변호인>에서 고문을 당한 국밥집 아들의 실제 모델이다.
 부산진갑 제3선거구에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송병곤 후보. 그는 영화 <변호인>에서 고문을 당한 국밥집 아들의 실제 모델이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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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의 국밥집 아들 송병곤입니다."

부산진구 제3선거구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송병곤(55) 부산시의원 후보는 요즘 이 말을 제일 많이 하고 지낸다. 그는 영화 <변호인> 속에서 억울하게 고문을 당하던 대학생 '진우'의 실제 모델 중 한 명이다.

영화 속 진우는 송 후보를 중심으로 몇 명의 부림사건 당사자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진짜냐"고 묻거나 "같이 사진을 찍자"고 제안을 한다. 물론 영화를 본 사람들의 이야기다.

"젊은 사람들이야 그런데 나이 드신 분들은 아직 잘 모르세요. 1천만이 봤다고 해도 안 그런거죠. 선거운동원을 모집했는데 그분들 중에도 안 본 분들이 계신 거예요. 그래서 영화를 먼저 보고 선거운동을 시작했어요. 배우 임시완을 생각했는데 실물을 보고 실망했다고 할까봐 처음에는 신비주의로 갈까도 고민했는데…."

그가 웃었다. 그만큼 영화 <변호인>은 송 후보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영화가 된 셈이다. 송 후보도 "영화가 영향을 많이 끼쳤다"고 말했다. "영화가 없었으면 언론에 노출될 일이 없었고, 부림사건이 조명을 받을 수 없지 않았을까"란 생각에서다. 하지만 그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그래서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 그를 정치로 떠밀었다고 말했다.

바로 세월호 참사였다. 세월호 참사를 보며 송 후보는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화운동을 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같은 정권도 만들었던 우리 사회가 눈앞에서 죽어가는 아이들 하나 못 살리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의 공약에는 여느 시의원 후보들이 하는 "도로를 놔주겠다"거나 "터널을 뚫어주겠다"는 공약이 없다. 대신 핵발전소를 몰아내고, 발암물질이 없는 수돗물을 공급하겠다는 약속이 들어가 있다.

"보내만 달라 자신있다, 1대 41이건, 1대 100이건"

부산진갑 제3선거구에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송병곤 후보. 그는 영화 <변호인>에서 고문을 당한 국밥집 아들의 실제 모델이다.
 부산진갑 제3선거구에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송병곤 후보. 그는 영화 <변호인>에서 고문을 당한 국밥집 아들의 실제 모델이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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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은 시정의 감시자가 되어야 합니다. 자기 동네만 개발하겠다고 하면 다른 동네는요? 나만 잘되면 그만이란 생각이 세월호 참사를 불러왔잖아요. 그런데 시의원 뽑으면서는 우리동네만 잘되면 그만이란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고 꽤 자신있게 말하는 그에게 어떤 시의원이 되고 싶냐고 물었다. 그는 "악역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지극히 착한 얼굴로 말해 더 의아스러운 말이었다. 그는 "새누리당 판인 시의회에서는 그들에게 악역이 꼭 필요하고, 당선만 된다면 확실히 자신있다"고 말했다. 그것이 1대 41이건, 1대 100이건 간에.

"한 판 제대로 해보겠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다가오는 건 그의 전력 때문이기도 하다. 송 후보의 경력에서 제일 화려한 경력은 전과기록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계엄법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그는 징역 생활을 했다. 물론 2번의 구속은 모두 사면됐지만 기록은 여전히 남았고 선거공보에도 빈틈없이 빽빽하게 경력란을 채우고 있었다.

그에게 만약 1980년대의 청년 송병곤으로 돌아갔을 경우 다시 이런 선택을 하겠냐고 물었다.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래서인지 당시 부림사건을 비롯한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고락을 함께 했던 친구들은 지금도 송 후보의 재산이다. 이날도 몇몇 부림사건 당사자들이 송 후보의 캠프를 지키고 있었다.

그에게 "또 다른 부림사건의 당사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송 후보가 정치를 한다고 말했다면 뭐라고 반응했을 거 같나"라고 물었다. 그는 의자를 바짝 당겨 앉더니 한동안 생각을 했다. 짧은 침묵 뒤 그는 "반대를 하셨을 것 같다, 힘드니깐"이라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 때문에 인권변호사의 길을 선택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의리'를 생각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간 길에 대한 조그만 마음의 빚이라도 갚는 게 출마를 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생각했는데, 사실 되레 누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도 출마했으니까 열심히 해야죠. 그 빚부터 갚으려면 활동을 제대로 해야지 않겠어요."


태그:#송병곤,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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