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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렬로 오던 송전탑이 상계리로 오자 설계 변경 후 완전히 꺽인 위치에 건설되고 있다. 왼쪽 상단이 위치가 변경돼 건설되다 만 13호 철탑.
 일렬로 오던 송전탑이 상계리로 오자 설계 변경 후 완전히 꺽인 위치에 건설되고 있다. 왼쪽 상단이 위치가 변경돼 건설되다 만 13호 철탑.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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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경북 경주시 외동읍 입실리에서 울산 북구 대안동까지 1만3554㎞를 연결하는 345kV 송전탑을 진행하던 중 상계리 구간에서 돌연 설계를 변경해 공사를 시작하자 구암사와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기사("부처님 머리 위로 345kV... 어떻게 기도하나")가 나간 지 일주일.

그사이 송전탑 위치 변경의 원인이 된 양남영농조합법인이 부도가 나고 법인 조합원들마저 한전 공사를 막기 위해 장애물을 설치하는 등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특히 구암사 주지 법공스님의 1인 시위가 있었던 후 그동안 보상금 문제로 흔들리던 주민들이 다시 송전탑 반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으로 공사가 일시 중단됐다.

한전은 2013년 3월 상계리 주민들에게 한 설명회와 달리 구암사와 마을에 근접하도록 송전탑 공사를 강행했고, 설계 변경 이유가 당초 송전탑 건설 설계안에 포함된 부지에 관광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양남영농조합법인 측이 민원을 제기한 데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양남영농조합마저 자신들이 피해자라며 호소하고 있고, 영농조합에 입주하기 위해 투자한 투자자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또한 주변 경관과 산의 기운 등으로 신도 수가 수천 명에 이르던 구암사는 느닷없이 송전탑 송전로가 사찰 위를 지나게 돼 신도들마저 우려를 나타내는 등 피해가 우려되자, 신도들의 서명을 받아 검찰에 설계변경에 따른 불법 공사를 수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설계 변경된 송전탑 건설에 경주 양남 상계리 일대 요동쳐

경주 양남면 상계리 구암사에서 법공스님과 신도 신영준씨가 사찰 인근에 건설되고 있는 14호 철탑을 가리키고 있다.
 경주 양남면 상계리 구암사에서 법공스님과 신도 신영준씨가 사찰 인근에 건설되고 있는 14호 철탑을 가리키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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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양남면 상계리 일원은 주변은 송림이 빽빽하고 한반도 지도를 닮은 상계저수지를 비롯해 청수폭포, 대구경북권과 울산지역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돈자리연수원이 있는 등 산세가 좋은 곳이다.

하지만 한전의 주민설명회와 달리 어느 날 갑자기 송전탑 위치가 변경돼 공사가 강행되자 상계리 일대가 요동치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하루 앞둔 5일 구암사를 찾은 신도 신영준(울산 동구 화정동 거주)씨는 "수년 동안 구암사를 찾았고 3~4년 전에는 이 주변에 송전탑이 건설된다는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며 "사찰 주변에 건설되고 있는 송전탑을 보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송전탑 문제로 논란이 일은 밀양의 경우, 한전이 어르신들이 요구하는 설계 변경 요구를 묵살하고 '원칙대로 한다'고 해서 어르신들이 반대를 한다"며 "하지만 이곳은 오히려 설계를 변경해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5일 오후 구암사 주지 법공스님과 함께 문제의 14호 송전탑이 건설되고 있는 영농개발단지를 찾았다. 상계리 돈자리연수원 위에 위치한 과수영농관광개발단지는 소나무가 울창한 주변 산과 달리 민둥산이 되어 있었다.

송전탑 건설을 위해 출입하는 한전 측 건설 차량을 막기 위해 철 구조물로 장애물을 설치한 쪽은 다름 아닌 양남영농조합 투자자들이었다. 이들은 사기 분양을 당했다며 송전탑 건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한전 공사차량이 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양남영농조합 투자자들이 설치한 장애물을 구암사 법공스님이 가르키고 있다.
 한전 공사차량이 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양남영농조합 투자자들이 설치한 장애물을 구암사 법공스님이 가르키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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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송전탑이 건설되는 산꼭대기에 오르자 급경사면에 반쯤 올리다 만 14호 송전탑이 보였다. 멀리 보이는 11, 10, 9호 송전탑이 일렬로 건설돼 오던 것과 달리 갑자기 13, 14호 철탑은 'ㄱ' 자로 급히 꺾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암사 법공스님은 "높은 곳에서 송전탑 전체를 보면 이처럼 현재 진행되는 공사가 비정상적으로 설계 변경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검찰에 진정을 한 것도, 이처럼 송전탑이 이상하게 설계 변경돼 강행되고 있는 것에 대한 의혹"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또 "(사찰 측) 우리나 주민들은 한전이 가진 설명회를 믿었기에 이렇게 송전탑이 가까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갑자기 설계 변경이 되고 공사가 강행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의혹투성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박근혜 대통령도 비정상적인 것을 바로잡겠다고 했는데, 지금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송전탑 의혹을 보면 정부가 과연 그럴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강조했다.

법공스님은 지난 4월 30일 한전 공사 차량이 드나드는 입구에서 1인 시위를 벌였고, 이 모습을 본 상계리 주민들도 청년들을 중심으로 결사반대를 외치기 시작했다.

급기야 설계 변경 원인이 된 영농조합 조합원들마저 "사기 분양을 당했고 송전탑이 지척에 건설되면 피해가 막심하다"며 공사 차량 진입로에 장애물을 설치하고 송전탑건설을 막고 나서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것.

진정서 냈던 양남영농조합법인 결국 부도 "우리도 피해자" 

경주 양남 상계리에 건설중인 양남영농개발단지 정상. 산이 급격히 깍여 있고 산 경사진 곳에 14호 철탑이 반쯤 건설돼 있다
 경주 양남 상계리에 건설중인 양남영농개발단지 정상. 산이 급격히 깍여 있고 산 경사진 곳에 14호 철탑이 반쯤 건설돼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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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전 대구경북개발지사 측은 설계변경 후 송전탑 위치를 바꿔 공사하는 데 대해 "양남영농조합 측이 피해 발생을 우려하며 자신들의 토지 밖으로 송전탑을 빼달라고 민원을 제기해 변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양남조합 측이 송전탑을 이설하는 곳의 필지를 제공하고 인근 지주들의 동의서도 받아왔다"고 밝힌 바 있다.

확인 결과 지난해 2월 28일 양남영농조합법인 측이 민원을 제기한 이후 한전 측이 설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공문을 통해 '송전탑 위치 변경에 따른 제2의 민원에 대해서는 양남영농조합 측이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양남영농조합이 부도가 나면서 설계 변경에 따른 피해가 예상되는 구암사와 상계리 주민들에 대한 책임 주체도 허공에 뜬 상태가 됐다.

이에 대해 양남영농조합 대표는 자신도 피해자라는 입장을 밝혔다. 표아무개 대표는 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곳 땅을 살 때 '송전탑이 들어오는 일은 없다'는 말을 믿고 개발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어느 날 개발지에 송전탑이 건설되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발지 한가운데 송전탑이 들어오면 피해가 예상돼 민원을 제기한 것"이라며 "자기 땅 안에서는 송전탑을 옮길 수 있다고 해서 송전탑을 옮길 땅을 제공하고 주변 지주들의 동의서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설계가 변경돼 송전탑 위치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100미터가량 이동한 것이라 다른 조합원들이 피해를 본다며 반발하는 것"이라며 "이중삼중으로 어려운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구암사 측과 상계리 주민들은 송전탑을 한전 측이 주민설명회 때 말한 원래 위치대로 건설해 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설계가 변경된 이유와 그 배경에 대해 검찰이 진상을 철저히 밝혀줄 것을 아울러 촉구하고 있다.

경주시 양남면 상계리 주민들이 송전철탑 철거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경주시 양남면 상계리 주민들이 송전철탑 철거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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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경주 양남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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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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