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울산 동구 전하동에 있는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 걸린 두 개의 현수막. 새누리당 동구당원협의회 명의로 붙은 현수막은 최근 일련의 사태를 상기하며 주민들을 자극하는 내용을 되어 있다.
 울산 동구 전하동에 있는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 걸린 두 개의 현수막. 새누리당 동구당원협의회 명의로 붙은 현수막은 최근 일련의 사태를 상기하며 주민들을 자극하는 내용을 되어 있다.
ⓒ 박석철

관련사진보기


진보정당 구청장 등이 탄생한 울산 동구에서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새누리당 구청장 출마자와 지역 의원들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종북몰이'를 강화하고, 통합진보당은 당력을 모아 이를 방어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이번에만 종북몰이가 벌어진 건 아니다. 그동안 이곳에서는 선거 때만 되면 이념 문제가 뜨거운 논쟁 대상이었다. 이번 종북 논란은 6.4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새누리당, "이석기 내란음모 유죄" 현수막 걸어

최근 울산 동구 전하동에 있는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는 두 개의 현수막이 나란히 붙었다. 새누리당 쪽에서 건 현수막의 문구는 이렇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내란음모 유죄, 대한민국을 지켜내겠습니다!"
"입만 열면 인권·민주 외치던 통합진보당 대리투표 조작 유죄, 민주 파괴! 반드시 막아내겠다!"

지난 2월 17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에 법원이 유죄를 결정한 것과, 지난 19대 총선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대리투표 혐의에 대해 김종훈 현 동구청장에게 법원이 벌금 30만 원 등을 선고한 것에 상기시키는 내용이다. 

지난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의 불씨가 됐던 곳은 현대중공업이다. 당시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던 5만여 명의 노동자들은 '골리앗 투쟁'으로 상징되는 노동자 대투쟁을 벌였고 끝내 민주노조를 탄생시켰다.

현대중공업 노동자 세력을 바탕으로 울산 동구는 진보진영 구청장을 잇따라 당선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총선은 또 달랐다. 현대중공업의 실질적 사주인 정몽준 의원은 노동자 대투쟁중인 1988년 동구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된 이후, 이곳에서만 내리 5선을 했다.

동구청장 선거의 경우 재선거까지 합해 6번 치러진 선거에서 진보진영은 6전4승2패로 새누리당에 앞선다. 1998년 치르진 첫 민선 구청장 선거에서는 김창현 전 통합진보당 울산시당위원장이 당선했다. 그는 곧바로 소위 '영남위' 사건에 연루돼 낙마했지만 보궐선거에서 그의 아내 이영순 전 의원이 당선했다.

이어 2002년 선거에서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갑용 전 위원장이 진보진영 바통을 이어받았다. 2006년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정몽준 의원의 지원을 받은 정천석 전 구청장이 당선했다. 하지만 그가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 2011년 4월 치르진 보궐선거에서는 다시 통합진보당 현 김종훈 구청장이 당선되며 진보구청장의 맥을 이었다.

2011년 4·27 동구청장 재선거에서 통합진보당 김종훈 구청장은 2만9561표(47.30%)를 얻어 2만6887표(43.02%)를 획득한 새누리당 후보를 2674표(4.28%P) 차로 누르고 당선했다. 김 구청장은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정천석 전 구청장에게 1999표차로 패한 것을 설욕했다.

2010년에도 있었던 종북 공세, 지금과 흡사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 새누리당 동구당원협의회가 내걸은 현수막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 새누리당 동구당원협의회가 내걸은 현수막
ⓒ 박석철

관련사진보기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의 종북 공세가 있었다. 당시 정천석 후보를 지원하고 나선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6월 2일 선거일을 불과 일주일도 남겨 놓지 않은 그해 5월 28일 주민들이 밀집한 전통시장 유세에서 종북 공세를 펼쳤다.

당시 정 의원은 전통시장에 모인 주민들을 향해 "김창현 울산시장 후보는 영남위원회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복역한 사람"이라며 "당시 기록을 보면 김일성 사진 앞에서 충성 맹세 서약서를 읽은 사람이다"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또한 "이들의 북한돕기운동은 인도적 지원이 아니고 북한의 혁명적 기지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김종훈 후보가 과거 북한주민돕기 국수공장 지원 등에 동참한 것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그러자 민주노동당은 즉시 이를 비난하면서 정몽준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관련기사: <김창현 "정몽준 '김일성 운운' 발언 허위사실... 검찰 고발">)

그해 선거에서 정몽준 의원의 지지를 받은 정천석 전 구청장이 김종훈 후보를 눌렀다. 

이같은 새누리당의 종북 공세에 대해 통합진보당은 "김창현 전 구청장이 동구청장에 낙마할 당시 공안세력이 당을 빨갱이라 했지만, 주민들은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진보구청장을 다시 구출했다"며 "(이석기 의원 등 내란음모 사건 등도) 박근혜 정권의 대선부정을 덮기 위한 명백한 정치판결이며, 반공과 레드컴플렉스로 연명하는 새누리당"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6.4 지방선거를 100일 앞둔 현재 울산 동구의 구청장 자리를 놓고 종북 논쟁이 최대의 이슈가 되면서 '통합진보당의 수성이냐 새누리당의 탈환이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울산 동구청장 선거를 앞두고 통합진보당에서는 김종훈 현 구청장이 후보로 선출돼 일찌기 재선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새누리당에서는 권명호 울산시의회 부의장이 이미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2011년 동구청장 재선거에서 현 김종훈 구청장에게 2674표(4.28%P) 차로 분루를 삼켰던 임명숙 울산시 여성정책보좌관도 출마를 저울질 하는 걸로 알려졌다.

임명숙 여성정책보좌관은 2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2011년 동구청장 재선거 당시 억울하게 패했다는 기억을 지울 수 없다"며 "하지만 이번 동구청장 선거에 나설지 여부는 아직 반반이다"고 말했다.


태그:#울산 동구청장 선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