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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던 주민이 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벌어지자 주민들은 충격에 휩싸여 있다. 주민들은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서도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밀양시 상동면 고정마을에서 돼지를 키우며 살았던 유한숙(74)씨는 송전탑 반대 농성장에 참여했다가 지난 2일 밤 집에서 농약 제초제를 마셨다. 유씨는 가족들이 119에 신고해 병원에 후송되어 치료를 받다가 6일 새벽 숨을 거두었다.

고인의 시신은 현재 부산대병원에 있는데, 검찰·경찰은 고인의 시신을 검시하기로 했다. 검찰·경찰은 유족 등을 상대로 조사할 예정이다. 유가족들은 조사 과정에서 변호인 입회를 요구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에 나섰던 주민 유한숙(74)씨가 지난 2일 저녁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한 뒤 병원 치료를 받아오다 6일 새벽 사망한 뒤, 이날 오전 빈소가 차려질 밀양 내이동 농협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친구와 마을사람들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에 나섰던 주민 유한숙(74)씨가 지난 2일 저녁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한 뒤 병원 치료를 받아오다 6일 새벽 사망한 뒤, 이날 오전 빈소가 차려질 밀양 내이동 농협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친구와 마을사람들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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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빈소는 밀양 내이동 농협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인데, 주민들은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모여 들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해 1월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에서 고 이치우(당시 74살)씨가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뒤 또 이런 일이 벌어지자 충격을 받고 있다.

문정선 밀양시의원(민주당)은 "고인은 송전탑 반대 농성장에 나오면서 주민들한테 소는 보상을 해주는데 돼지는 보상이 안된다고 말하며, 죽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며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송전탑 공사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문 의원은 "일부 언론에서 유씨의 사망에 대해 '가족사'를 원인으로 언급하는 보도를 하고 있는데 사실이 아니고, 언론중재위 제소 등 대책을 세울 것"이라며 "지난해 고 이치우 어르신 분신자살 때도 경찰은 축소를 시도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철저하게 대책을 세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인의 지인들은 더 침통하다. 생전에 친구로 지낸 방월식(76)씨는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만나 축산사업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며 "논농사 짓는 사람과 달리 축산하는 사람들은 사업인데, 돼지 새끼를 받아야 하는 등 일이 계속 있다보니 농성장에 한때 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고, 최근에 자주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한전 직원이 다녀간 뒤에 보상이 되지 않고, 이주 대상도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쇼크를 받았던 것 같고, 그 뒤로 계속해서 농성에 빠지지 않고 합류했다"며 "그런 일(음독)이 있기 이틀 전에 만났는데, 사업하는 사람은 논농사 짓는 것과 다르고 보상·이주가 안되면 가족 전체가 몰살 될 수 있다는 말을 하더라"고 덧붙였다.

상동면 대책위 백영민(61) 위원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가 병원에서 유족을 만났는데, 딸은 '아버지 뜻대로 하겠다'고 했으며, 가족들은 '고인이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거나 '대책위와 같이 협조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음독하기 두어 시간 전에 고인을 만났는데, 송전탑이 들어서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에 충격이 크다 했고, 다 잃는다고 했으며, 죽겠다는 말도 하더라"며 "같이 걸어 오면서 송전탑이 들어서는 위치를 바라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또 백 위원은 "마을 주민들은 그 분이 음독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부터 충격에 빠져 있고, 이대로 송전탑 공사가 계속되면 더 큰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서도 송전탑 공사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이치우씨 동네 주민들도 같은 심정이다. 이종숙 보라마을 이장은 "송전탑이 들어선다고 하면서부터 부동산 가치가 형편없고, 도회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한테 땅을 물려준다고 해도 송전탑 때문에 들어와 살지 않겠다고 한다"며 "오죽하면 죽었겠나 하는 생각이 들고, 송전탑이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태그:#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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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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