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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식사하기 전 담당자로부터 주의사항과 감사기도를 할 것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어린이들이 식당에 입장하려면 밖에 있는 수도꼭지에서 손을 씻고 검사를 맡은 후에야 입장할 수 있다.
 어린이들이 식사하기 전 담당자로부터 주의사항과 감사기도를 할 것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어린이들이 식당에 입장하려면 밖에 있는 수도꼭지에서 손을 씻고 검사를 맡은 후에야 입장할 수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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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극장가는 이태석 신드롬이었다. 1년에 한 번 극장을 찾을까 말까 한 사람들도 '울지마 톤즈'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그는 말기암 판정을 받으면서도 수단에서 진행 중이던 우물파기를 걱정했다. 사람이 사람에게 아름다운 꽃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이태석 신부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 

자신을 희생하며 불모지에 생명을 꽃피우는 사람은 이태석 신부만 있는 줄 알았다. 아니! 우리가 모르는 훌륭한 분들도 먼 나라 어딘가에 있겠지 하는 추측만 했다. 그러나 인도 네팔을 50일 동안 여행하며 몇 명의 목회자들을 만났다. 처음 그곳을 방문했을 때 "아니! 이런 곳에서도 봉사활동을 하며 생명을 꽃 피울 수가 있을까" 하고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고개가 숙여졌다.

인디고여행학교 학생들과 50일간의 인도 네팔여행도 마지막이 가까워졌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자신들보다 못한 삶을 보면서 깨우치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빈민촌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네팔 다일공동체, 하루 십만 원이면 300명 어린이가 아침 먹을 수 있어

카트만두 마느하르 강변을 지나는 다리에서도 한글 간판이 크게 보이는 네팔다일공동체 건물 모습. 바로 뒤는 빈민촌이다
 카트만두 마느하르 강변을 지나는 다리에서도 한글 간판이 크게 보이는 네팔다일공동체 건물 모습. 바로 뒤는 빈민촌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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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느하르 강변에 있는 빈민촌. 생계를 위해 돼지와 닭, 오리까지 길러 가축 분뇨와 오물로 냄새가 지독하다. 이곳도 땅 주인에게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한다.
 마느하르 강변에 있는 빈민촌. 생계를 위해 돼지와 닭, 오리까지 길러 가축 분뇨와 오물로 냄새가 지독하다. 이곳도 땅 주인에게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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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의 마느하르 강변에는 최일도 목사가 세운 네팔다일공동체가 있다. 말이 강이지 개울 정도 밖에 안 되는 강에는 시내와 빈민촌에서 나오는 배설물과 가축 분뇨가 섞여 역겨운 냄새가 진동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생계를 위해 돼지, 닭, 오리들을 키우고 있어 위생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2008년부터 시작한 네팔다일공동체에는 직원이 5명 있다. 한국에서 5년 동안 일하며 다일공동체와 인연을 맺은 후 현지 부원장으로 근무하는 팀세나 부원장은 한국말이 유창하다. 아이들 식사를 마친 후 봉사활동을 끝낸 학생들과 함께 동네를 안내하며 전해준 이야기다. 

식사하는 아이들. 하루 십만원이면 300명의 네팔 어린이들이 아침 한끼를 때울 수 있다
 식사하는 아이들. 하루 십만원이면 300명의 네팔 어린이들이 아침 한끼를 때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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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 봉사하는 학생들
 설거지 봉사하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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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3개 마을 주민 4천명의 아이들 중 250~300명의 어린이들이 매일 이곳에서 아침 식사(월~금)를 합니다. 하루 100달러를 들이면 300명이 아침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물도 전기도 없어요. 여러분들이 도와줘서 이렇게 살아갑니다. 이곳 90% 아이들이 학교를 못가요. 밥 먹고 학교 다니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합니다."

설립자 최일도 목사는 "이 땅에 밥 굶는 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땅 끝까지라도 쫒아가서 밥을 푸겠다"고 다짐하며 공동체를 설립했다. 공동체에서는 학교 보내기, 봉사활동, 유치원 사역, 희망교실, 한국어 교실, 방과후교실 등을 운영하며 이들을 돕고 있다. 밥퍼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마을 어린이들의 영양상태가 좋아진 것은 당연지사. 밥퍼 봉사활동에 참여한 김세빈 학생의 봉사활동 소감이다.

"봉사활동이 힘들어요. 하지만 밥 먹는 아이들 얼굴을 보면서 행복했어요"

생명누리공동체의 행복한 마을 만들기 운동, 연꽃은 진흙 속에서 핀다

생명누리공동체 정호진 목사
 생명누리공동체 정호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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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누리공동체는 2007년 3월 1일 인도의 힌두푸르에 생활 근거지를 두고 재봉틀 8대로 16명의 여성들을 모아 직업훈련센터를 여는 것으로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해 6월에는 마넴빨리 마을에 마을개발센터가 될 땅 1000평을 사게 됐다. 이후 가시덤불로 우거져 있던 땅을 정리한 후 마을의 염원인 지하수를 개발하여 깨끗한 식수를 공급했다.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남부에 위치한 칼루르는 가구당 평균 소득이 연간 100달러 미만이고 약국이나, 생필품 구입을 위한 상점이 전무하며, 20세 이상 성인 문맹률이 50%에 달한다. 주된 생산물은 해바라기와 옥수수로 비가 많지 않아 벼농사나 과수원 등 고소득 작물 재배가 불가능하고 농산물의 단순 가공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나마 자기 땅을 가진 농민들은 70% 미만으로 나머지 30%는 단순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전형적인 빈촌이다. 생명누리공동체에서는 2008년 5월부터 마을 한복판에 있는 2400평의 땅을 매입해 마을개발센터로 삼았다.

화장실과 샤워실, 원두막형 교실과 나무밑 교실을 지어 방과후교실을 열었다. 이어 재봉틀 10대로 직업훈련과정을 열고, 축사를 지어 가축대부운동을 시작했다.

아!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 도전하다니...

타파탈리 빈민촌에서 청소 봉사하는 학생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 난감해 하는 아이들. 쓰레기를 주워도 버릴 곳이 없었다. 양지쪽에서는 한국의  60~70년대 모습처럼 아들이 어머니 머릿니를 잡고 있었다. 그만큼 환경이 열악하다.
 타파탈리 빈민촌에서 청소 봉사하는 학생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 난감해 하는 아이들. 쓰레기를 주워도 버릴 곳이 없었다. 양지쪽에서는 한국의 60~70년대 모습처럼 아들이 어머니 머릿니를 잡고 있었다. 그만큼 환경이 열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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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 타파탈리 빈민촌 옆으로 흐르는 바그마티 강.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고 온갖 악취가 나는 곳이다. 정호진 목사는 이곳에 생명을 불어넣고자 한다 . 강 건너편 건물은 형편이 괜찮은 사람들의 주거지로 보인다. 겨울이라 그렇지 여름이면 코를 어디다 두어야할 지 고민이란다.
 카트만두 타파탈리 빈민촌 옆으로 흐르는 바그마티 강.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고 온갖 악취가 나는 곳이다. 정호진 목사는 이곳에 생명을 불어넣고자 한다 . 강 건너편 건물은 형편이 괜찮은 사람들의 주거지로 보인다. 겨울이라 그렇지 여름이면 코를 어디다 두어야할 지 고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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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생들과 함께 찾은 곳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 타파탈리 빈민촌. 농촌에서 무작정 도시로 올라왔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이곳에 모여 움막을 짓고 살아가는 빈민촌이다.

300가구 1200명가량의 주민이 사는 곳은 공유지인 강가의 빈터로 언제 이곳에서 쫒겨날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다. 전문성이 없어 맞벌이를 해야 하니 아이들은 위험천만한 환경에 내팽개치다시피 하다. 학교를 가기도 힘들지만 학교 다니는 아이들도 하교 후 책상 놓고 공부한다는 건 먼나라 이야기다.

아니! 이럴 수가! 길에는 쓰레기가 넘쳐나고, 마을 바로 옆을 흐르는 강물 위에는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며 오니와 쓰레기가 썩어가며 내는 거품이 까맣게 떠 있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런데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어디서나 똑같다. 시커멓게 찌든 아이들은 잘도 뛰어놀며 이방인을 따라다닌다.

생명누리공동체 정호진 목사는 이곳을 두 차례 방문 후 문제점을 찾아내고 대안을 준비 중이다. ▲ 탁아소설치 - 안심하고 맞벌이 가능 ▲ 공부방 겸 도서관 건립 ▲ 문맹자교실 ▲직업훈련과정(재봉/자수/목공/제빵/컴퓨터 등) 설치 등이다. 정목사는 죽어 썩어가는 바그마티강을 물고기가 뛰노는 강으로 만들려는 야무진 꿈도 갖고 있다.

네팔에 신학교를 세우다

조중현 목사는 네팔에 정착한지 12년차다. 단기선교 왔다가 고산지대에 선교활동을 나갈 학생들을 훈련시키는 신학교를 세웠다. 카트만두 '럴릿풀' 지역에 있는 신학교는 3년 과정으로 네팔어로 강의한다. 올 4월에는 14명의 졸업생도 배출했다. 이들의 학비는 전액무료이고 한국교회와 단체에서 지원을 받는다.

카트만두에 머무는 동안 조목사 댁에 머물며 네팔과 한국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인들은 네팔이 후진국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네팔은 2천년의 전통을 가진 나라입니다. 네팔인들은 화를 잘 내지 않아요. 인격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이 화를 낸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타협을 잘합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이기주의적인 면도 있지만 정도 많은 사람들입니다."

네팔의 잠재력은 언어(영어)가 준비되어 있고 교육열이 높다. 부모들은 못 입고 못 먹더라도 자식들만은 잘 가르치겠다는 게 소망. 조목사에게 네팔인들이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물었다.

조중현 목사 가족들.
 조중현 목사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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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망의 대상이죠. 짧은 기간에 경제가 성장했기 때문에 한국을 롤 모델로 삼고 있어요. 동남아나 아랍으로 돈 벌러가면 200~300불 정도 밖에 주지 않습니다. 반면에 한국은 정당하게 쳐주고 시험에 통과하면 브로커를 통하지 않고도 입국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네팔사람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꿉니다. 4~5년만 고생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는 길이죠."

조 목사가 가르치는 신학생들은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이다. 시골에서 가난하고 못 배운 학생들을 데려다 공부시킨 후 도심이 아닌 산악지역으로 파송을 한다. 이들이 자립할 때까지 3년 정도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줘야 한다. 산악지역은 우리 돈 십만 원이면 한 달을 지낼 수 있다.

조중현 목사가 카트만두에 세운 신학교에서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조중현 목사가 카트만두에 세운 신학교에서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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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지역 목회자 자녀들이 학교를 못가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어요. 첫째는 학비가 없어서, 둘째는 학교가 너무 멀어서 못 보내는 걸 보고 아이들이라도 카트만두에 데리고 와서 공부시키면 목회자들이 마음 편히 선교할 수 있을 텐데요."

말을 끝맺은 조목사의 목소리가 힘이 없다. 자신의 힘으로 이들을 도울 수 없기 때문에 마음만 아프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현지인들을 돕고 있는 목회자들을 보며  민간외교관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꽃을 피우는 진흙은 깨끗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들 목회자들이 꽃을 피우려는 진흙은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렵도록 열악하다. 이곳에서 생명을 키우는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덧붙이는 글 | * 생명누리공동체가 주관한 인디고여행학교 인도 네팔 여행기입니다. 지난 1월 5일부터 2월 24일까지 50일 동안 여행했습니다. 이번 30회를 마지막으로 종료합니다. 감사합니다.

'여수넷통'과 '문화촌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생명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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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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