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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민이와 유민이. 책방으로 꾸며진 거실에서 재민이가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고 있다.
 재민이와 유민이. 책방으로 꾸며진 거실에서 재민이가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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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은
언제나 지칠 때까지 논다.

내가 공부하면 놀아달라고 투덜투덜
내가 책을 읽고 있으면 놀아달라고 징징

나는 지쳐만 가는데
내 동생은 아직도 체력이 남아돈다.'

초등학교 2학년 유민(10)이가 쓴 시다. 이 시에 나온 것처럼 동생 재민(8)이는 지칠 줄 모른다. 누나랑 장난하기를 좋아한다. 손뼉놀이를 하고 목마를 타며 놀기도 한다. 서로 부둥켜안고 거실에서 뒹굴기도 한다. 얼굴엔 장난기가 가득하다.

귀찮을 법도 하지만 누나 유민이는 다 받아준다. 싫어하는 표정도 짓지 않는다. 겨우 두 살 차이지만 제법 어른스럽다.

또래 아이들과 달리 사이가 돈독한 남매. 재민이가 누나 유민이를 껴안은 채 뒹굴고 있다. 그러면서도 손가락으로 V자 그리는 걸 잊지 않는다.
 또래 아이들과 달리 사이가 돈독한 남매. 재민이가 누나 유민이를 껴안은 채 뒹굴고 있다. 그러면서도 손가락으로 V자 그리는 걸 잊지 않는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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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으로 꾸며진 거실에서 책을 보는 유민이와 재민이. 카메라를 보자 바로 V자를 그린다.
 책방으로 꾸며진 거실에서 책을 보는 유민이와 재민이. 카메라를 보자 바로 V자를 그린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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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숫자에 따라 부상도 있어요

재민이 지친 틈을 타서 유민이가 책을 한 권 빼든다. 책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거실이 책방으로 꾸며진 덕이다. 재민이도 책을 한 권 뽑는다. 따로 또 같이 앉아서 사이좋게 책을 본다. 오붓한 남매지간이다.

조금 전과 달리 둘의 표정이 진지하다. 한 눈도 팔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먼저 본 유민이가 뒷표지 안쪽에 붙임딱지(스티커) 한 장을 붙인다. 무슨 표시냐고 물었더니 '다 읽었다'는 표시란다. 유민이가 본 책에는 붙임딱지 열다섯 장이 붙어있다. 재민이도 다 본 책에 붙임딱지 하나를 붙인다.

"책을 보면 스티커를 붙이도록 했어요. 스티커 숫자에 따라서 조그마한 부상을 만들어 줬죠. 처음엔 부상에 욕심을 내서 책을 봤는데요. 지금은 상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고 있어요."

엄마 정미란(38·전남 목포시)씨의 얘기다. 정씨는 유민이와 재민이가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했다. 책을 보라고 하기 전에 먼저 모범을 보였다. 집에서 책을 들고 살았다. 동화 읽는 어른모임, 어린이 독서연구회 등 독서관련 모임에도 들어 활동했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걸 즐겼다.

책방으로 꾸며진 거실에서 유민이와 재민이가 사이좋게 책을 보고 있다. 재민이가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기 전 모습이다.
 책방으로 꾸며진 거실에서 유민이와 재민이가 사이좋게 책을 보고 있다. 재민이가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기 전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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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정미란 씨는 아이들의 책읽기 도우미를 자처하고 있다. 아이들 어렸을 때부터 책읽어 주는 게 생활이 됐다. 유민이와 재민이가 엄마와 함께 책을 보고 있다.
 엄마 정미란 씨는 아이들의 책읽기 도우미를 자처하고 있다. 아이들 어렸을 때부터 책읽어 주는 게 생활이 됐다. 유민이와 재민이가 엄마와 함께 책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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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자연스레 책을 보기 시작했다. 엄마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따라 배운 것이다. 어려서부터 책과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 이내 어려서부터 생활습관으로 변했다.

"유민이 세 살 때부터였어요. 책놀이를 했죠. 동화책을 읽어주고 책 속의 줄거리를 얘기하며 노는 놀이인데요. 아이들이 재미있어 했어요. 다른 어떤 놀이보다도 더요."

엄마와 함께하는 책놀이는 아이들의 성격 변화로 이어졌다. 소극적이던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무슨 일이든지 해보려고 했다. 자립심과 사교성도 생겼다. 호기심도 불쑥불쑥 커갔다.

책도 곧잘 본다. 아이들은 따로 시간 내지 않고도 틈나는 대로 책을 보며 논다. 책 읽는 속도도 빨라졌다. 지금은 엄마와 아빠의 책 읽는 속도보다도 더 빠르다. 그러면서도 책의 내용을 거의 기억한다. 이해력도 덩달아 빨라졌다.

책으로 가득한 유민이와 재민이 집 거실. 엄마와 아빠랑 이야기하는 중에도 재민이의 장난이 계속되고 있다.
 책으로 가득한 유민이와 재민이 집 거실. 엄마와 아빠랑 이야기하는 중에도 재민이의 장난이 계속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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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민이가 책꽂이에서 책 한 권을 골라 펼쳐보고 있다. 거실을 책방으로 꾸민 재민이 집은 언제든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책이 자리하고 있다.
 재민이가 책꽂이에서 책 한 권을 골라 펼쳐보고 있다. 거실을 책방으로 꾸민 재민이 집은 언제든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책이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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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일기와 독서일기 쓰기도 생활이 됐다. 이는 아이들의 글쓰기에 큰 보탬이 된다. 유민이는 동시를 곧잘 쓴다. 글쓰기에 부담을 갖지 않는다. 이 또한 독서의 효과라는 게 엄마의 생각이다.

서평단 활동을 하며 새로운 책을 공짜로 받아보는 것도 큰 행복이다. 서점에 나오기 전에 읽고 서평을 쓰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전남도립도서관 등 크고 작은 도서관이 있는 것도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텔레비전 시청이나 컴퓨터 게임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한다. 오래 전부터 아이들과 함께 정한 수칙이다. 유민이와 재민이는 일요일 저녁에 하는 예능프로그램인 '런닝맨'을 즐겨 본다. 책을 보며 엄마 아빠랑 노는 것만큼이나 재밌는 일이다.

"3월이 되면 유민이가 초등학교 3학년, 재민이는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가는데요. 앞으로도 건강하고 밝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지내고. 책하고도 지금처럼 친하게 지내면 좋겠고요."

엄마 정미란씨와 목포신용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는 아빠 노성운(40)씨의 소박한 소망이다.

초등학교 2학년 유민이. 1년이면 수백 권의 책을 본다. 그러면서도 동생이랑 잘도 놀아준다.
 초등학교 2학년 유민이. 1년이면 수백 권의 책을 본다. 그러면서도 동생이랑 잘도 놀아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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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이와 재민이 집 거실 풍경. 엄마, 아빠랑 같이 책을 보던 유민이가 궁금한 점을 엄마한테 묻고 있다.
 유민이와 재민이 집 거실 풍경. 엄마, 아빠랑 같이 책을 보던 유민이가 궁금한 점을 엄마한테 묻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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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노유민, #노재민, #정미란, #노성운, #거실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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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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