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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일봉의 모습. 군인들이 일열로 도열한 듯한 모습의 바위들이 인상적이다
 괘일봉의 모습. 군인들이 일열로 도열한 듯한 모습의 바위들이 인상적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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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고속도로 옥과 IC를 접어들어 전남과학대학과 옥과고 왼편 길로 접어들면 기암괴석의 괘일봉과 하얀 설산이 나타난다. 해발 522.6m의 설산은 산 정상의 햐얀 규암이 멀리서 보면 눈처럼 하얗게 보여 설산이라 불린다. 괘일봉에 걸린 눈부신 황혼은 곡성 8경에 속한다.

'괘일'이라는 뜻은 해가 설산으로 넘어갈 때 걸쳐 있는 모습을 보고 붙여진 이름이다. 걸쳐있다는 의미의 '괘(掛)'와, 해를 의미하는 '일(日)'자에 산봉우리의 '봉'자를 합친 것이다.

설옥리 목동 마을을 지나 임도를 따라 10여분 정도 올라가면 설산 수도암이 거대한 바위아래 자리하고 있다. 설산 수도암은 신라시대 설두화상이 수도한 곳으로 전해지며 그 당시 건물은 없었고 1928년 임공덕보살이 창건한 건물이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는 작은 암자이다.

설산 바로 아래 위치한 수도암. 지방문화재 제84호이다. 앞에 보이는 잣나무는 수령이 2백년 정도라고 한다.
 설산 바로 아래 위치한 수도암. 지방문화재 제84호이다. 앞에 보이는 잣나무는 수령이 2백년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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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 바로 아래 커다란 바위 밑에서 나오는 약수물 은샘
 설산 바로 아래 커다란 바위 밑에서 나오는 약수물 은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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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암 앞마당에는 지방문화재 자료 제84호로 지정된 잣나무가 있는데 수령이 2백년 정도 된다고 한다. 수도암 뒤편 길을 따라 15분 정도 오르다 보면 커다란 바위아래 은샘이 있다. 바위 속에서 나오는 샘이 영험이 있다는 소문이 있어서인지 무당이나 시골 아주머니들이 세워놓은 촛대가 여럿 있다. 산을 오르다 약샘을 만나면 한 모금 하는 건 기본이다.

등산코스로 잘 알려진 설산 9부 능선까지 올라 헬기장 반대편으로 방향을 틀어 설산 정상에 서면 책을 층층이 쌓아 놓은 것 같은 맞은 편 괘일산의 기암괴석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들이 마치 군인들이 일열로 도열해 있는 듯하며 날씨가 좋을 때는 멀리 광주 무등산까지 보인다. 전북 순창군 풍산면 전체가 내려다보이기도 한다.

날씨가 더워 아예 괘일봉 쪽으로 건너가 등산을 하고 바로 하산하기로 했다. 주차가 가능한 곳은 성림수련원 주차장이다. 광주 성림교회에서 설립한 수련원으로 초등학생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연건평 6천여 평으로 10여 년 전에 세워져 심신을 단련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수련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점심시간이 되어 밥을 사먹을 수 있는지 묻기 위해 식당 쪽으로 다가갔다.

성림수련원 모습
 성림수련원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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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씨 좋은 고돈석씨가 공짜로 밥을 먹게해줬다(오른쪽). 4년전 정년 퇴직하고 성림수련원을 관리하고 있다
 맘씨 좋은 고돈석씨가 공짜로 밥을 먹게해줬다(오른쪽). 4년전 정년 퇴직하고 성림수련원을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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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정년퇴임을 하고 수련장 관리를 맡고 있다는 고돈석씨가 "무슨 돈을 내고 밥을 먹느냐"며 배식대로 함께 가자고 한다. 마침 주일학교 수련회가 끝난 학생들과 점심을 먹는데 아주머니들이 고기와 반찬을 듬뿍 퍼준다. 역시 시골인심이다.

수련원에서 괘일봉으로 가는 길은 설산보다는 완만하다. 정상으로 가는 길가에는 15m 쯤  쭉쭉 뻗은 소나무와 상수리나무가 하늘을 가린다. 괘일봉 바위들은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아마 용암상태였을 때 비가 많이 왔는지 원석 모습을 그대로 갖춘 채 조각조각 금이나 있다. 지진이라도 나 땅이 약간 흔들려도 조각이 굴러 떨어질 것 같은 모습이다. 

정상 부근의 멋진 바위
 정상 부근의 멋진 바위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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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위치한 바위. 뜨거운 용암상태에서 바위들이 균열되어 기기묘묘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사람 얼굴, 사자상, 부처상
 정상에 위치한 바위. 뜨거운 용암상태에서 바위들이 균열되어 기기묘묘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사람 얼굴, 사자상, 부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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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다니다 보면 정상 목 좋은 곳 어디서나 무덤을 볼 수 있다. 명당에 조상 묘를 쓰면 후손이 번창한다는 풍수지리설 때문이다. 설산 아래 주민들은 가뭄이 들면 정상에 있는 묘를 팠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가뭄이 들어 기우제를 지내도 비가 안오면 정상 부근의 묘를 파헤치고 노한 하늘에서 비를 내려준다고 믿었다. 방금 정상 부근의 묘가 약간 훼손된 것은 아마 멧돼지가 파놓지 않았을까? 요즘 비가 진저리가 나기 때문이다.

여름 등산은 땀으로 목욕을 한다. 나무 그늘아래를 지나기 때문에 무덥지는 않지만 얼굴로 흘러내리는 땀을 손바닥으로 닦아내며 산을 오른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힘든 산행을 할까. 힘든 과정 속에서 삶에 대해 관조하고 해답을 찾기 때문이다.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이다.

"삶에는 반드시 문제가 일어나게 되어 있다. 삶에서 가장 큰 문제는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다. 이런 피할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하여 피할 수 있는 곳은 없다. 맞서는 것은 별 도움이 안 될 지라도 문제에 맞서는 것이 낫다. 그것은 잊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간을 내어 늙는 일과 죽음, 다른 불행한 일들에 관하여 명상한다면 그런 일이 일어날 때 훨씬 평화롭게 대처할 수 있다"

산 아래 펼치는 옥과와 삼기, 오산면을 굽어보며 천천히 산을 오르는데 아름다운 모습의 부부를 만났다. 남편이 나무 양쪽에 그물망을 치고 부인을 누인 채 아기 요람처럼 흔들고 있었다.

지난 밤 잠못든 부인을 위해 남편이 양쪽 소나무에 그물망을 설치하고 요람처럼 흔들며 재워주고 있다. 아름다운 부부 모습이다
 지난 밤 잠못든 부인을 위해 남편이 양쪽 소나무에 그물망을 설치하고 요람처럼 흔들며 재워주고 있다. 아름다운 부부 모습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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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부인을 왕비처럼 모시네요
그런게 아니고 집사람이 어제 잠을 못자서…
왜? 어디 몸이 불편하세요?
예. 조금요.
얇은 비닐은 모기가 물까봐서요?
아니요. 추울까봐서요"

산을 둘러본다. 어릴 적 나무하러 다닐 때 온 산이 벌거숭이였는데 지금은 푸르름으로 덮여있다. 녹색이 주는 평안과 맑은 공기는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천혜의 보고다. 멀리서 행복을 찾지 말고 가까이 있는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으라는 달라이라마의 법어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문화촌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설산 괘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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