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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 이원면에 조성된 솔향기길. 쭉쭉뻗은 해송과 바닷바람에 부딪쳐 풍겨나오는 솔내음이 일품인 솔향기길에 탐방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태안 솔향기길 태안군 이원면에 조성된 솔향기길. 쭉쭉뻗은 해송과 바닷바람에 부딪쳐 풍겨나오는 솔내음이 일품인 솔향기길에 탐방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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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길은 이미 올레길에서 끝났다고 말한다. 그나마 올레길에 이어 지리산 둘레길까지는 성공했지만, 더는 길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충남 태안만을 놓고 볼 때도 태안해안국립공원에서 조성중에 있는 '태안해변길', 태안군에서 이미 조성을 마친 '솔향기길', 충남도에서 옛길 조성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태안바라길' 까지 조성 주체도 제각각, 코스도 제각각, 갖가지 이름에다 중복되는 코스 등으로 오히려 탐방객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마치 생태 탐방로 하나 조성하지 못한 지방자치단체장은 무슨 자존심에 상처가 나는 것 마냥 앞다투어 길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그나마 태안은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천혜의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바닷바람이 소나무에 부딪혀 풍기는 솔내음과 싱그러운 바다내음이 어우러져 태안반도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솔향기길을 조성했는데,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주말에는 개인이나 단체로 솔향기길을 찾는 탐방객들이 태안으로 몰려들고 있는데, 탐방객들은 대개 생태탐방로로서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탐방로 곳곳에서 발견되는 각종 쓰레기와 탐방 도중 수시로 등장하는 갈림길에 이정표를 설치해야 하는 등 보완해야 할 과제도 있다.

최근 기자는 솔향기길을 직접 걸어봤다. 특히 외지인의 시선으로 보기 위해 시내버스를 타고 솔향기길을 찾아가는 과정과 탐방로 문제점 등을 유심히 살펴봤다.

태안여객 버스기사는 탐방객에게는 문화관광해설사

약 10km의 솔향기길 1코스 구간. 붉은 원안이 필자가 체험한 펜션단지에서부터 꾸지나무골 구간이다.
▲ 솔향기길 1코스 구간 약 10km의 솔향기길 1코스 구간. 붉은 원안이 필자가 체험한 펜션단지에서부터 꾸지나무골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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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떠나는 여행을 즐겨하지는 않지만 솔향기길 탐방을 위해 간편한 체육복 복장에 등산화 끈을 조여매고 배낭에는 덜렁 물통 하나와 카메라만을 넣은 채 지도 한 장도 없이 무작정 길을 찾아 나섰다.

개인 차량이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해 태안 솔향기길을 찾는 탐방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태안 지리를 잘 알지 못하는 탐방객과 같은 상황에서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솔향기길을 탐방한 뒤 다시 버스터미널로 돌아오는 과정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본래의 목적은 꾸지나무골에서 내려 이원 만대에 이르는 10km구간의 솔향기길 1코스를 풀코스로 완주할 계획이었지만 너무 늦게 출발한 탓에 계획을 변동해 1코스 중간지점에 내려 꾸지나무골로 돌아오는 코스를 체험하기로 했다.

강씨는 이원면을 매일같이 운행하는 시내버스 운전사답게 솔향기길을 직접 걸어보고 외지 탐방객들에게 구체적인 설명을 해 주는 최일선 문화관광해설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솔향기길이 위치해있는 이원면을 운행하고 있는 강봉규 버스기사 강씨는 이원면을 매일같이 운행하는 시내버스 운전사답게 솔향기길을 직접 걸어보고 외지 탐방객들에게 구체적인 설명을 해 주는 최일선 문화관광해설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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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30분 태안읍 버스터미널. 이원 만대 행 버스출발 10분 전 꾸지나무골행 버스표를 2700원에 구입한 뒤 이원/원북 방면 버스대기소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만난 버스운전기사 강봉규씨. 이날 만난 강봉규씨는 솔향기길이 초행인 탐방객들에게는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버스 출발까지는 10여 분이 남은 상황에서 강씨와 우연히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태안읍-이원 만대 구간을 운행하는 강씨는 버스운행구간뿐만 아니라 솔향기길 코스를 마치 눈앞에 떠올리듯 친절하게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어떻게 솔향기길을 그렇게 잘 알고 있냐"는 질문에 강씨는 "만대까지 매일 운행을 하는 버스 운전기사로서 외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솔향기길을 소개하고, 또 경관이 너무좋아 직접 걷고 싶은 마음도 들어 직접 체험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강씨는 특히 "오늘은 안내양이 나오지 않았는데 안내양이 있으면 차안에 비치되어 있는 솔향기길 안내지도를 통해 더 자세하게 안내해 주고 있다"며 "요즘 걷기 좋은 계절이라서 그런지 개인이나 단체로 많은 탐방객들이 찾고 있다"고 말하면서 솔향기길 코스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또한, 길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강씨는 주변의 먹을거리와 식당까지 상세하게 설명하며 솔향기길 안내지도를 꺼내들기도 했다.

꾸지나무골을 지나 1코스의 중간인 펜션단지에 하차하기까지 50여분간의 이동시간 동안 운전기사 강씨는 굳이 코스를 걷지 않아도 될 정도로 태안의 최일선 문화관광해설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솔향기길에서 만난 동행

해변을 따라 난 솔향기길을 걷는 부부. 이들 부부와도 교차하면서 잠깐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래서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가 동행인가 보다.
▲ 설마 싸운건 아니지유? 해변을 따라 난 솔향기길을 걷는 부부. 이들 부부와도 교차하면서 잠깐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래서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가 동행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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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단지에서 하차해 버스기사 강씨가 일러준대로 본격적인 코스를 타기 위해 분주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펜션단지 아래로 아름답게 펼쳐진 해안가를 따라 소나무에 매달려있는 솔향기길 안내리본을 따라 본격적인 탐방을 시작했다.

탐방 시작하자마자 만난 탐방객들. 비록 혼자만의 탐방을 계획하고 시작한 탐방길이었지만 등산복과 등산지팡이까지 챙겨들고 탐방길에 나선 중년들과의 우연한 동행이 시작되었다.

펜션단지의 출발점에 서 있는 이정표.
▲ 바다와 잘 어우러지는 이정표 펜션단지의 출발점에 서 있는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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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동행은 첫 탐방에 나선 솔향기길에 대해 생태탐방로서의 우수성을 인정하면서도 숙박시설에 대해서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이들은 펜션주인의 불친절함, 비싼 숙박료 등을 지적하며 생태탐방로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초면이었지만 한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동행들이 허기를 달랜다며 식당을 찾아 가는 바람에 다시 혼자만의 여행아 시작됐다. 탐방을 하면서 가장 눈에 띠었던 것은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길에서 만났다는 것이다. 지친 탐방객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통나무 벤치에 유명 시인의 싯구가 알록달록 페인트로 장식되어 있던 것.

쉼터 곳곳 쓰레기 몸살, 갈림길 이정표 설치는 시급히 개선해야

유명시인들의 싯구가 적혀있는 통나무 벤치. 잠시 쉬는 동안 만난 유명시인의 시는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 쉼 유명시인들의 싯구가 적혀있는 통나무 벤치. 잠시 쉬는 동안 만난 유명시인의 시는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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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음 가득한 길에서 잠시 싯구절을 음미하노라면 마치 음유 시인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동행도 만나고 시인들도 만나면서 솔향기길의 매력에 빠져 한참을 걷다보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풍경(?)이 자꾸 신경을 거슬리게 만든다.

자기가 가져 온 쓰레기는 자기가 가져가는 국민성을 보여주시길...
▲ 쉬는 공간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쓰레기 자기가 가져 온 쓰레기는 자기가 가져가는 국민성을 보여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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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객들의 목을 축여주는 오아시스 같은 약수터(작은사진). 하지만, 약수터 수질검사를 한 결과가 붙어있지 않아 마음껏 마실 수는 없었다. 그냥 믿고 마셔야 하는 걸까?
▲ 별쌍금 약수터 탐방객들의 목을 축여주는 오아시스 같은 약수터(작은사진). 하지만, 약수터 수질검사를 한 결과가 붙어있지 않아 마음껏 마실 수는 없었다. 그냥 믿고 마셔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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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벤치라든가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에는 어김없이 쓰레기 더미가 등장했다. 또, 탐방로에 수없이 등장하는 갈림길 중 일부 구간에는 이정표가 없어 초행길인 탐방객에게는 혼란을 줄 수도 있어 시급한 개선이 요구된다.

이곳에서 들리는 우렁찬 함성소리가 솔향기길 1코스의 종착점인 꾸지나무골 해수욕장이 임박했음을 알린다.
▲ 1코스 종착점인 꾸지나무골에 다가왔음을 알리는 해병대 아카데미 이곳에서 들리는 우렁찬 함성소리가 솔향기길 1코스의 종착점인 꾸지나무골 해수욕장이 임박했음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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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가 빼곡이 들어서 시원한 솔바람이 부는 꾸지나무골에는 단체 관광을 온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종착역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고기굽는 냄새로 진동을 했다.
▲ 솔향기길 1코스 종착점인 꾸지나무골 해수욕장 소나무가 빼곡이 들어서 시원한 솔바람이 부는 꾸지나무골에는 단체 관광을 온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종착역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고기굽는 냄새로 진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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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단지에서부터 꾸지나무골까지 시원하게 뻗은 약 4km구간의 솔향기길 탐방은 해병대 아카데미에서 들려오는 힘찬 함성소리가 꾸지나무골이 다가왔음을 짐작하게 한다.

혼자만의 솔향기길 탐방이었지만 길에서 만난 동행과 유명시인의 시, 그리고 솔내음, 이름모를 산새, 눈을 즐겁게 하는 해안절경과 함께 한 탐방길은 외롭지 않았다.

단, 쓰레기 처리, 갈림길 이정표 설치 등은 아쉬움으로 남으며, 혼자서 버스를 타고 떠나는 탐방객들은 코스선택과 함께 버스시간을 잘 맞춰서 일정을 미리 계획하고 떠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이번 여행을 통해 새삼 깨달았다.

일부 갈래길에도 탐방객들이 혼란을 겪지않도록 이정표를 설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솔향기길 이정표 일부 갈래길에도 탐방객들이 혼란을 겪지않도록 이정표를 설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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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솔향기길, #태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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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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