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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오래 전부터 겨울이면 비닐하우스에서 수박을 생산해 왔다. 벼를 수확하고 나면 10월이면 논을 갈아엎고 하우스를 지어 이듬해 5~6월까지 수박 농사를 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논에 물이 차서 하우스를 짓지 못한 농가가 있는가 하면 나무가 말라 죽고 있다."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에서 오랫동안 수박농사를 지어 온 김아무개(49)씨가 한 말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까지 비닐하우스를 지어 수박을 생산해 왔는데, 올해는 논에 물이 고여 하우스짓기를 포기한 농가가 있고, 하우스를 지었다고 해도 생육에 지장을 받고 있다. 겨울 갈수기에도 농지가 2개월 넘게 침수되고 있는 것.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농지에 심어 놓았던 가죽나무가 말라 죽은 어 웅덩이를 파놓았는데(왼쪽) 이틀 뒤부터 물이 차기(오른쪽) 시작했다.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농지에 심어 놓았던 가죽나무가 말라 죽은 어 웅덩이를 파놓았는데(왼쪽) 이틀 뒤부터 물이 차기(오른쪽) 시작했다.
ⓒ 임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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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사업 19공구 옆에 있는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농지가 갈수기에도 침수되었다. 사진은 주민들이 양수기를 동원해 고인 물을 퍼내는 모습.
 낙동강사업 19공구 옆에 있는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농지가 갈수기에도 침수되었다. 사진은 주민들이 양수기를 동원해 고인 물을 퍼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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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마을 주민들은 4대강 정비사업(낙동강사업 19공구) 준설공사로 농지 침수가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해 금호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이곳은 낙동강 준설지와 둑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으며, 농지 리모델링 대상이 아니다. 낙동강과 남강이 만나는 지역으로, 맞은 편은 창녕 개비리길이며, 이곳에서 하류 13㎞에 함안보가 건설되고 있다.

주민들은 농지 침수 원인이 마을 앞 낙동강 준설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준설토를 농지와 강을 가로 막고 있는 제방 쪽 둔치에 투기적치하면서 준설토 흙탕물이 농지로 스며들어간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 농지 지하층은 순모래가 퇴적되어 있어 물이 스며들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농지 침수 현상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금호건설은 농지 지하수위 조사를 위해 웅덩이를 팠는데, 논 표토로부터 20~30cm까지 물이 차 올랐으며, 낙동강변으로부터 물이 스며들어오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파놓은 고랑에도 물이 찼다. 갈수기 때도 물이 찼던 것.

지난해까지 비닐하우스를 지었지만 올해는 물이 차 하우스를 짓지 못한 논이 있고, 일부 하우스는 논에 물이 생겨 모종심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나무도 말라 죽고 있다. 한 농민은 3년 전 가죽나무를 심어 놓았는데 뿌리가 썩어 죽어가고 있는 것.

지난 1일 가죽나무가 잘 자라지 않아 논에 웅덩이를 팠는데, 이틀이 지난 뒤 그 웅덩이에는 물이 고였다. 주민들은 자구책으로 고랑에 차 있는 물을 양수기로 퍼내는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김아무개씨는 "아직까지 관계 기관에서는 원직을 속시원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의령군청과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등에 공문을 내 민원을 제기했지만 아직 답변도 없다"고 말했다.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황토색 점) 낙동강과 남강이 만나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맞은편이 창녕 개비리길(노란실선)이며, 이곳으로부터 13km하류에 함안보(오른쪽 빨간선)가 건설되고 있다.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황토색 점) 낙동강과 남강이 만나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맞은편이 창녕 개비리길(노란실선)이며, 이곳으로부터 13km하류에 함안보(오른쪽 빨간선)가 건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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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사업 인근에 있는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농지가 침수되고 있다. 사진은 고랑에 물이 고여 있는 모습.
 낙동강사업 인근에 있는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농지가 침수되고 있다. 사진은 고랑에 물이 고여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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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 "원인·대책 마련될 때까지 공사 중단해야"

함안보피해주민대책위원회와 4대강사업저지및낙동강지키기 경남본부는 6일 낸 자료를 통해 "그동안 우려하였던 낙동강사업으로 인한 농지침수 피해문제가 발생하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산마을의 농지가 갈수기에 벌써 2개월째 침수되어있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농사지으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였다"며 "지난 10월 초순 주민들이 벼 수확을 위한 사전 물 빼기 작업인 논 가장자리에 배수로를 내는 중 일부 논에서 물이 솟아오르는 문제를 감지하였다. 이후 비닐하우스 농사를 위하여 쟁기질을 시작하였는데 논에서 물이 솟아났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일부 논은 물이 빠지지 않고 침수현상이 발생하였고 습지가 되어가고 있다. 논에서 물이 나거나 침수된 논에서는 비닐하우스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주민들은 지금보다 함안보 건설 이후 낙동강의 수위를 상시 5m로 유지하게 될 경우 성산마을 농지는 침수 될 수밖에 없다며 더 큰 걱정이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성산마을 침수농지 현장을 답사했던 박재현 교수(인제대)는 "준설공사가 시작되면서 농지와 맞닿아있는 둔치를 준설토 적치장으로 사용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준설토 흙탕물(침출수)은 둔치의 지하수위를 상승시켰을 뿐만 아니라 제방 너머 둔치보다 낮은 지역인 농지로 스며들어 농지의 지하수위까지 상승시켜 농지침수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았다.

함안보피해주민대책위원회와 4대강사업저지및낙동강지키기 경남본부는 "정부는 원인과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일체의 공사를 중단할 것"과 "정부는 의령 성산마을 침수문제 관련 현황과 대책에 대하여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것", "성산마을 침수문제 관련 주민피해조사와 원인파악을 위한 정밀조사를 실시할 것", "정부는 함안보 건설로 인한 주변 저지에 미치는 영향을 재검토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농지에 물이 생기면서 가죽나무가 말라죽고 있다.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농지에 물이 생기면서 가죽나무가 말라죽고 있다.
ⓒ 임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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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농지에 물이 차올라 지난해 비일하우스를 했던 논에는 올해 하우스를 짓지 못했다.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농지에 물이 차올라 지난해 비일하우스를 했던 논에는 올해 하우스를 짓지 못했다.
ⓒ 임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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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업체 측 "농지 침수 원인 가리기 어렵다"

시공을 맡은 금호건설 관계자는 "농지 침수의 원인을 가리기 어렵다"면서 "주민들이 농지에 물이 찬다고 해서 바로 원인을 알 수 있는 게 아니고, 장기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수자원공사 지질조사팀이 최근 현장을 살펴보기도 했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측량을 해보니 지하수위가 낙동강 수위와 비슷하다. 원래 농지의 지반이 깊다"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주민들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시설물 피해는 아니기에 보상해 줄 게 없다"고 말했다.


태그:#낙동강사업, #4대강정비사업, #농지 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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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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