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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인형> 겉표지
<잠자는 인형>겉표지 ⓒ 비채

살인사건이건 강도사건이건, 용의자를 체포하면 형사들은 그를 상대로 심문에 들어간다. 심문을 담당하는 형사가 유능하다면 심문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알아내고 자백까지 받을 수 있다.

 

반면에 그렇지 못한 경우는 아무리 오랜 시간 동안 심문을 하더라도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용의자는 오리발을 내밀고 형사는 그의 방어막을 뚫지 못한다.

 

유능한 형사라면 심문에도 능숙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의 거짓말을 간파할 수 있어야 한다. 경험이 많은 범죄자일수록 거짓말도 자연스럽게 한다.

 

형사가 그 거짓말을 간파하지 못한다면 심문의 주도권을 잡기가 힘들다. 당연히 자백을 받을 수도 없다. 거짓말탐지기 같은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상대의 거짓말을 직감적으로 알아낼 수 있을까?

 

동작학 전문가 캐트린 댄스 시리즈

 

제프리 디버의 <잠자는 인형>(비채 펴냄)에는 '인간 거짓말탐지기'라는 별명을 가진 심문의 달인이 등장한다. 캘리포니아 연방수사국 소속의 캐트린 댄스가 바로 그녀다.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통신학 학위를 받은 댄스는 상대를 관찰하고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직관으로 알아내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사실 '인간 거짓말탐지기'라는 별명은 적절하지 못하다. 신체언어를 연구하는 동작학 전문가들처럼 댄스도 스트레스탐지기일 뿐이다. 이런 전문가들은 타인과 대화하면서 상대방이 발산하는 미묘한 스트레스를 느낀다. 특히 사람은 거짓말을 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거짓말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거짓말을 할 때 생기는 스트레스는 불필요한 손짓과 몸짓을 만들어낸다.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든지, 음색이 달라진다든지 아니면 코나 귀로 자꾸 손이 올라간다든지 하는 행동들이 그런 것들이다. 몸의 이런 자연스러운 반응을 의도적으로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입으로는 거짓말을 하면서 몸으로는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알려주는 셈이다.

 

그래서 댄스도 심문을 하면서 상대방의 몸짓에 주목한다. 거짓말에 따른 스트레스가 포착되면 댄스는 거짓말의 근원을 파헤치며 상대를 서서히 무너뜨릴 수 있다. 상대가 아무리 발뺌을 해도 소용없다. 이쯤되면 자백을 받아내는 것은 시간 문제나 마찬가지다.

 

이런 심문의 기술은 탈옥수를 추적할 때도 중요하게 사용된다. <잠자는 인형>에서 댄스는 8년 전에 일가족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교도소에 수감된 다니엘 펠을 상대한다. 다니엘 펠은 댄스와의 인터뷰 직후 교묘한 수법으로 교도관들을 속여서 탈옥에 성공한다. 탈옥에 대해서 책임을 느낀 댄스는 탈옥수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고 추적하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심문과 대화의 노하우를 총동원한다.

 

어떻게 탈옥수를 잡을 수 있을까

 

제프리 디버는 전신마비 법과학자 링컨 라임이 등장하는 '링컨 라임 시리즈'로 유명하다. <잠자는 인형>은 '캐트린 댄스 시리즈'의 첫번째 편이지만, 댄스는 링컨 라임 시리즈 7번째 편인 <콜드문>에서 처음 독자들 앞에 나타난다. 강의를 위해서 뉴욕에 왔다가 링컨 라임의 요청으로 수사에 협조한 것이다.

 

철저한 과학자인 링컨 라임도 댄스의 동작학이 범죄수사에 유용하게 이용된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해주었다. 물론 동작학이 직감이 아닌, 과학적 방법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직감이건 과학이건,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한 이런 전문가가 앞에 있다면 많은 범죄자들이 긴장할 것이다. 긴장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는 또다른 불필요한 몸짓을 하게 만든다. 댄스가 심문의 주도권을 쥐는 순간 상대방은 스스로 허물어지는 것이다.

 

<잠자는 인형>에서는 그런 대화 장면이 여러차례 나온다. 거짓말을 하고 진실을 감추려하지만 댄스 앞에서는 소용이 없다. 그녀는 상대방의 눈빛과 음색, 미묘한 자세의 변화를 간파하면서 진실을 추궁한다. 댄스의 심문 장면은 마치 총격전을 보는 것만큼 흥미롭다. 앞으로 펼쳐질 '캐트린 댄스 시리즈'의 묘미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잠자는 인형> 제프리 디버 지음 / 최필원 옮김. 비채 펴냄.


잠자는 인형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비채(2010)


#잠자는 인형#제프리 디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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