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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십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가 정년퇴직을 하게 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 무사히 직장생활을 마쳤다는 안도감 또는 후련함도 있겠지만 반대로 아쉬운 감정도 함께 갖게 될 것이다.

 

정년퇴직을 한다는 것은 자신이 더 이상 일을 안 해도 되는 나이가 되었다는 의미일테다. 그러니 그동안 열심히 일을 해온 사람이라면 그런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못할 것이다.

 

아무튼 정년퇴직을 하고 나면 자신에게는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시간이 생긴다.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고 미루어두었던 취미생활을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 아니면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만나서 다른 일을 도모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환갑을 맞이한 세 명의 할아버지

 

아리가와 히로의 2009년 작품 <세 마리 아저씨>에 등장하는 기요카즈도 정년퇴직을 한다. 기요카즈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만 60세 생일을 기해 정년퇴직을 하는데 이제 기요카즈의 차례가 된 것이다.

 

기요카즈는 60세가 되었으니 '아저씨'보다 '할아버지'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는 신세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은 아직 머리도 검고 대머리가 되는 체질도 아니다. 오랫동안 검도를 해왔기 때문에 다리와 허리도 튼튼하고 자세도 웬만한 젊은이보다 훨씬 꼿꼿하다.

 

예전에 비해서 평균수명이 늘어난 요즘 60세를 할아버지의 범주에 넣는 것은 아무래도 위화감이 있다. 비록 기요카즈에게 고등학교에 다니는 손자가 있지만 사회적으로 할아버지 취급을 받는 것은 견디기 힘들다. 지하철에서 누가 자리라도 양보하면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울컥 화가 난다.

 

그래서 기요카즈는 자신의 오랜 친구들과 함께 색다른 일을 구상한다. 술집 '술 취한 고래'의 전 주인 시게오,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노리오가 그 친구들이다. 이들은 어린시절에도 함께 모여다니며 '세 마리 악동'이라는 별명을 들었던 죽마고우들이다.

 

시게오는 유도의 고수이고 노리오는 두뇌회전이 빠르고 손재주가 좋다. 이들은 예전처럼 다시 모여서 마을을 위한 자원봉사를 하려고 한다. 일종의 사설 자경단 같은 것을 만들어서 최근 동네에서 조금씩 생겨나는 치한이나 날치기들을 자신들이 직접 잡아들이려고 하는 것이다.

 

세 명 중에 두 명이 무술의 고수이고 한 명은 참모의 역할을 할 수 있으니 구색은 갖춰진 셈이다. 그렇더라도 동네의 불량배들 여럿이 한꺼번에 덤비면 당해내지 못할 수도 있다. 온갖 종류의 잔인한 범죄와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현실이다. 환갑을 맞은 할아버지 세 명이 어떻게 이들을 상대할까?

 

환갑이지만 몸도 마음도 청춘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썩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시점인 환갑을 맞이한다면 더욱 묘한 감정이 생길 것이다. 작품에서 기요카즈는 며느리에게 환갑을 기념하는 빨간 두루마기와 모자, 부채를 선물받는다.

 

이 3종 세트를 몸에 걸치고 밖에 나가면 자신이 할아버지가 되었다고 온 동네에 광고하는 꼴이 된다. 물론 사람들은 자신을 안쓰럽게 쳐다볼 것이다. 그래서 기요카즈는 이 선물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감추어두었다가 나중에 몰래 버리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은 아직 늙지않았다고 다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요카즈와 시게오, 노리오는 매일 밤 '술 취한 고래'에 모여서 술을 마신다. 자경단 활동의 작전을 세울 때도 있고 그냥 마실 때도 있다. 오랜 친구들과 어울려 한 잔씩 하는 건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나이를 먹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어떻게 나이를 먹어가느냐가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 나이에 걸맞은 낭만과 책임,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20대 젊은이건 70대 노인이건 마찬가지다. 거기에 오래된 친구들과의 촉촉한 술자리가 함께 한다면 금상첨화다.

덧붙이는 글 | <세 마리 아저씨> 아리가와 히로 지음 / 오근영 옮김. 살림 펴냄.


세 마리 아저씨

아리카와 히로 지음, 오근영 옮김, 살림(2010)


태그:#세 마리 아저씨, #아리가와 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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