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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여의도 KBS 신관앞에서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집결한 가운데 파업 2일차 집회가 열리고 있다.
 2일 오후 여의도 KBS 신관앞에서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집결한 가운데 파업 2일차 집회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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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새 노조가 1일 파업에 돌입한 후 달라진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은 예능의 재방송이다. 당장 이번 주말(7월 3, 4일)부터 <1박 2일> <남자의 자격> <천하무적 야구단은> 이미 방송된 분량을 재편집한 스페셜 방송이 나갈 예정이다. <야행성>은 한 주 분을 미리 제작해서 이번 주는 방송이 나가지만 다음 주부터는 정상 방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드라마 메인 PD들도 손을 놨다. 월화, 수목, 주말 대표 드라마 메인 PD 다섯 명이 모두 제작 일선에서 빠졌다. 다음 주부터 방송을 시작할 <구미호 여우누이뎐>의 메인 PD는 제작발표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수목 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리며 KBS 드라마 중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제빵왕 김탁구>의 메인 PD도 어제(1일)부터 촬영을 중단한 상태다. 다만 메인 PD 대신 대타로 CP(부장, 국장급 PD)가 메가폰을 잡아 드라마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항해 루트를 꿰고 있던 선장이 빠진 배가 제대로 순항할 리 만무하다.

"KBS 보는 국민 시선 따뜻해지는 계기될 것 같다"

달라진 것은 또 있다. KBS 조직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다. KBS의 파업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는 많은 지지 글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KBS에 살아있는 양심이 있다는 것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며 당신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 꼭 승리로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오마이뉴스, 9ri4rang)
"노조 같지 않았던 기존 노조를 대신해 공정방송 투쟁을 하는 새 노조에 지지를 보냅니다." (오마이뉴스, 시멘트위민들레)
"이번엔 제대로 싸우세요, 그러면 시민들은 언제든 여러분 편입니다." (트위터, generalpark)
"KBS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이 조금은 따뜻해지지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트위터, lanos97)

촛불집회 등등 취재현장에서 KBS 기자들을 내쫓았던 국민들이 다시 한 번 KBS를 믿어보겠다며 마음 한 켠을 내어주고 있는 것이다.

박대기 기자 "회사 입사 이래 최고로 기분 좋다"

박대기 기자가 2일 오후 여의도 KBS 신관앞에서 열린 KBS 새노조 파업 2일차 집회에서 "어제 인터넷을 통해서 파업 소식이 알려지며 트위터나 문자를 통해 지지한다는 의견을 보내온 사람들이 많았다" "회사에 들어온 이래 최고로 기분 좋았던 날이 어제였다"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박대기 기자가 2일 오후 여의도 KBS 신관앞에서 열린 KBS 새노조 파업 2일차 집회에서 "어제 인터넷을 통해서 파업 소식이 알려지며 트위터나 문자를 통해 지지한다는 의견을 보내온 사람들이 많았다" "회사에 들어온 이래 최고로 기분 좋았던 날이 어제였다"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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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업으로 한 명의 스타가 탄생한 것도 변화지점이다. 폭설스타로 이름을 알린 박대기 기자가 파업스타로 떠올랐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하루 전 파업 출정식 때 맨 앞에 앉아 북을 두드리고, 총회에서 율동을 선보인 박 기자의 모습이 "깜찍하다"며 다른 사용자들에게 RT(리트윗)하기도 했다.

파업 이틀째인 2일 오후 KBS 신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도 여지없이 파업스타 박대기 기자가 등장했다. 박 기자는 "어제(1일) 인터넷을 통해서 파업 소식이 알려지며 트위터나 문자를 통해 지지한다는 의견을 보내온 사람들이 많았다"며 "많은 시민들이 우리가 움직이길 바라고 있었는데 우리가 그 소리를 못 듣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에 들어온 이래 최고로 기분 좋았던 날이 어제였다"며 "즐겁게 파업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큰 부담에도 파업에 참가한 예능·드라마 PD들의 결단, 스타를 탄생시킬 만큼 쏟아진 시민들의 관심, 따뜻한 격려를 보내는 지지자들에 힘입은 KBS 새 노조 조합원들은 "제발 좀 나서지 말라"는 가족들의 만류에도 전면에 나섰다.

집회 발언자로 마이크를 잡은 변성준 촬영기자는 "모친이 회사에서 데모하면 잘리는 줄 알고는 나서지 말라고 당부를 하더라"라면서 "오늘도 나오는데 살살하라고 하시더라"라고 말하며 웃었다. 변 기자는 "영상취재국 촬영기자들은 어마어마한 조직의 반칙과 회유를 뚫고 파업에 참가했다"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병기 조합원 역시 "집사람이 제발 좀 나서지 말라고 했는데도 이 앞에 나선 것은 다섯 살, 세 살 된 나의 아이들이 커서 아빠가 KBS 다니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라며 "이를 위해 다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선배들의 의지에 막내 조합원들도 힘을 내고 있다. 막내기수인 안상은 예능PD는 "윗선을 통해서 왜 예능국만 차질이 생기냐며 압박이 들어오고 있다"며 "예능국이 포기하지 않고 승리를 이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파업을 통해서 진짜 파업이 무엇인지 정확히 배우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사측, 조합원에게 휴가 불허... 근무지 이탈 금지 명령

2일 오후 여의도 KBS 신관앞에서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집결한 가운데 파업 2일차 집회가 열린 가운데, 건물 입구 계단에 앉아 있던 노조원들을 청원경찰들이 끌어 내리고 있다.
 2일 오후 여의도 KBS 신관앞에서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집결한 가운데 파업 2일차 집회가 열린 가운데, 건물 입구 계단에 앉아 있던 노조원들을 청원경찰들이 끌어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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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여의도 KBS 신관앞에서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집결한 가운데 파업 2일차 집회가 열린 가운데, 건물 입구 계단에 앉아 있던 노조원들을 청원경찰들이 끌어 내리고 있다.
 2일 오후 여의도 KBS 신관앞에서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집결한 가운데 파업 2일차 집회가 열린 가운데, 건물 입구 계단에 앉아 있던 노조원들을 청원경찰들이 끌어 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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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집회 자리에서도 청원경찰과 조합원의 마찰이 빚어졌다. KBS 신관 정문 바로 앞 계단에 앉아있던 조합원들을 청원 경찰이 끌어냈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인 것.

50여 명의 청원경찰들은 대여섯 명의 조합원을 잡고 막무가내로 밀어냈다. 이 과정에서 시비가 일며 "당신한테 얘기 안 했어요"라는 조합원의 말을 꼬투리 잡은 청원경찰은 "당신? 지금 당신이라고 했어?"라며 조합원에게 덤볐다.

작정한 듯 싸우려는 청원경찰에 조합원들은 잠시 흥분했지만 "사측에서 청원경찰에게 조합원을 자극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말려들지 맙시다"라는 조합 간부의 말에 곧 진정하고 차분히 집회에 참가했다.

사측은 다른 한 편에서는 다양한 제재 조치로 조합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사측은 파업기간 중 모든 휴가를 불허하고, 지방에서 근무하는 조합원들에게 근무지 이탈 금지를 명령하는 등 전방위적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새 노조는 "회사가 모든 휴가를 불허하겠다고 하는 것은 휴가권을 박탈하는 행위로서 법적 정당성이 없다"며 "파업기간 중 회사는 근로계약에 따라 업무지시 등의 지배관리권을 행사할 수 없어 파업 기간 중에 근무지를 이탈하지 말라는 회사의 방침은 성립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태그:#KBS , #파업, #박대기 , #김탁구, #1박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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