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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수공)가 투자비 회수방안도 제대로 수립하지 않은 채 8조원에 이르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수공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수공측은 "회수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다수의 참석자들이 투자비 회수방안이 없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수공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자체사업으로 시행하는 것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법률검토의견을 낸 데 이어 투자비 회수방안도 마련하지 않고 사업참여를 결정해 "고의에 의한 업무상 배임행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사회에서 쏟아진 '투자회 회수 방안' 우려... 수공조차도 "마련 중" 답변

 

수공은 지난 9월 28일 '4대강 살리기 사업 시행계획'을 의결하기 위한 이사회를 열었다. 재적 임원 13명 중 12명이 참석했다.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먼저 김계현 이사는 "고유과제에 신규댐 건설과 수질 목표 달성이 설정되고 중점사업인 경인 아라뱃길사업과 4대강 사업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4대강 사업의 적정관리 정도로 표현해 목표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완규 수공 관리본부장은 "고유과제의 설정 당시에는 4대강 사업이 구체화되지 않았고, 경인 아라뱃길사업도 착공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금번에는 변경이 어렵고 내년에는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답변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고유과제로 설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수공의 '신중장기 전략의 경영계획'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수공이 갑자기 떠안은 사업이라 중장기 전략도 없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김성순 의원실의 김봉겸 보좌관은 "4대강 사업 정도의 큰 사업을 하려면 중장기 전략을 짜고 그에 맞는 경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그런데 4대강 사업은 정부의 압력으로 신규사업에 편입돼 중장기 계획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투자비 회수방안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병진 이사는 "4대강 사업 자체로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수변지역 개발을 통해서 회수해야 할 수익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사업비가 현재는 8조원이지만 향후 그 규모가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학렬 이사도 "4대강 사업을 완벽하게 시행하는 것과 더불어 수변지역 개발을 통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따라서 수변지역 중 수익성 있는 사업지구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한 김연철 이사는 "여건 변화로 북한에 대한 수자원 투자 수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4대강 사업비를 조기에 회수해야 한다"며 "이러한 미래학적 관점을 정부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4대강 사업 종료 시점과 수변지역 개발 사업 종료 시점이 달라 4대강 사업이 종료되는 2012년에 지원받아야 할 투자 원금을 확정하지 못해 정부의 지원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면서 "투자원금에 대한 회수 시점은 빠를수록 좋으므로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양홍규 이사도 "투자비 회수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며 "이 부문에 대해서는 집행부에 다각적인 노력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송재우 이사도 "수변지역 개발이익 규모가 확정되지 않음에 따라 정부 지원 규모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4대강처럼 지원한 사례 없다"... 김성순 "회수방안 없이 의결, 배임행위"

 

이러한 우려에 안종서 수공 조사기획처장은 "정부도 수변지역 개발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있고 수공도 전담팀을 구성해 회수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변두균 수자원사업본부장도 "투자비 회수 규모는 수변지역 개발에 대한 마스터플랜이 나와야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수변지역 개발권 부여 ▲금융비용 전액 부담 등을 수공에 제안해 '사업참여'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9월 28일 이사회 회의록은 8조원에 이르는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수공의 한 관계자조차 "4대강사업에 선투자하게 된 수공의 8조 원은 처음부터 아무런 사업계획 없이 정부의 정무적인 판단에 의해 책정된 것"이라며 "어디에 예산이 얼마나 투자될지는 정해진 바 없고 추후 8조 원의 예산을 놓고 수공의 선택에 의해 시행할 사업이 정해지는 것"이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특히 안종서 조사기획처장은 "4대강 사업처럼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기로 약속한 사례가 있냐"는 김연철 이사의 질문에 "4대강 사업처럼 정부가 지원을 한 유사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김성순 민주당 의원은 "이사회에서 4대강 투자비 회수가 중요한 쟁점이었지만 구체적인 투자비 회수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는데도 4대강 살리기 사업 시행계획안이 원안대로 의결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수공 경영진은 4대강 사업을 자체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하천법과 수자원공사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빚을 내서 8조원을 투자할 경우 단기간에 재무구조가 급속히 악화되는 반면 구체적인 투자비 회수방안이 마련되지 않았음에도 4대강 8조 투자를 의결한 것은 명백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수공이 4대강 투자비 8조원을 회수하려면 수익률을 10%만 가정하더라도 4대강 수변지역 개발에 최소 80조원 이상 신규투자해야 하는데 이는 수공의 재무구조상 비현실적"이라며 "앞으로 정부가 투자비 회수 지원에 소극적일 때 수공이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힘없는 공기업에 천문학적인 국책사업의 재정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독재정권에서나 가능한 정부의 부당한 횡포"라며 '사업 철회'를 주장했다.


태그:#4대강 살리기 사업, #한국수자원공사, #김성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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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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