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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아주 곤란하다. 예산안 깎은 걸 그대로 밀어붙이자니 애들 밥 그릇 빼앗는 치졸한 인간이 되고, 다시 원상회복 시켜주자니, 솔직히 좀 걸리는 게 있다. 살다보니 참, 별일이 다 생긴다."

 

한나라당 소속인 A 경기도의원은 매우 난감해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한 마디로 진퇴양난. 무엇이 그를 이토록 힘들게 하는 것일까. 그는 책임의 화살을 교육위원에게 돌렸다.

 

"교육위원 7명의 '오판'이 한나라당을 참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제 우리 경기도민은 물론이고 전 국민들까지 우리의 선택을 뚫어지게 보게 생겼다. 벌써 야당 중앙당까지 공격하기 시작했고, 공세는 더욱 커질 게 뻔하다. 그런데 딱히 반박할 논리가 별로 없다. 내년이 지방선거인데, 참 난감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가 한숨 쉬는 이유가 가슴에 팍팍 꽂힌다. 초등학생 밥그릇이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의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교육위원들이 깎은 초등학생 무상급식 예산이 부메랑에 되어 한나라당을 정조준하고 있는 형국이다.

 

"교육위원들 오판 때문에 도의원들이 부담"

 

경기도의회 본회의가 오는 7일부터 열린다. 도의회가 전국적인 눈길을 끄는 이유는 경기도 교육위원들이 엎어버린 초등학생 밥그릇 때문이다. 엎어진 밥그릇을 다시 제자리 돌려 놓느냐, 아니면 엎어진 밥그릇을 발길로 다시 뻥 차버리느냐.

 

이 결정을 경기도의회가 한다. 그런데 경기도의회의 절대 다수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다. 전체 의원 117명 중 101명이 한나라당 소속이고, 민주당이 12명, 민주노동당 1명, 무소속은 3명 뿐이다. 이쯤 되면, 한나라당이 완전히 장악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과연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들은 추경예산 심사에서 깎인 예산을 원상회복 시켜줄 수 있을까? 정치공학적 측면으로 보자면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 물론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특정 정당에 소속돼 있지 않다. 하지만 그는 '반MB 교육'을 모토로 내세워 당선됐다. 한나라당이 좋게 볼 리 없다.

 

 

하지만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 원상회복 여부를 정치 논리로 판단하는 것도 이만저만 부담이 아니다. 예산을 깎았던 교육위원 7명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일주일도 안 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들 스스로 "민심을 살피지 못해 미안하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들이 민심을 거스르는 판단을 내리는 건 무척 부담되는 일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다른 사안도 아니고 초등학생 밥값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논리를 들이밀어도 이들의 밥값을 깎는 건 면목이 없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도의원들도 '생존'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여론의 힘이 모든 걸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무상급식 예산 원상회복' 여론이 월등히 높다. 안민석 민주당 국회의원과 친환경학교급식을 위한 경기운동본부가 지난 3일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 '무상급식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고스란히 나타났다.

 

전국 이슈 되어가는 '경기도발 초등학교 무상급식'

 

행사가 열린 화성오산교육청 대회의실은 300여 학부모와 영양사 등으로 가득찼다. 지역의 '작은' 토론회였음에도 김진표, 이종걸 민주당 의원,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등 국회 교육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참석했다.

 

이들 야당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도의회는 무상급식을 원상회복시켜야 한다"고 외쳤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이번 문제는 경기도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모두의 문제"라며 "도의회가 정파적 문제로 예산을 처리하면 도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도 "세금으로 아이들 밥 좀 먹이자는데 그걸 깎다니, 우리나라가 소말리아인가"라며 "이번 일을 잘 처리한 뒤 대전에서도 무상급식이 꽃 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때 맞춰 민주당은 "경기도의회가 무상급식 확대를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도교육감의 정책집행에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며 "경기도의회가 합리적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과 경기도의회까지 비난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정리하면 야당은 경기도의 무상급식 문제를 전국적인 이슈로 만들고, 한나라당을 그 중심에 세우겠다는 전략이다. 오는 21일에는 국회 차원에서 무상급식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의원 117명 중 101명이 한나라당... "지방선거 앞두고 고민되네"

 

소수지만 경기도의회 야당 의원들도 '결사항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고영인 경기도 도의회 민주당 대변인은 "여론은 이미 확인됐고,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도 분명해 졌다"며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민심을 따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경기도교육청도 좀 더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상곤 교육감은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도의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서 최선을 다해 (예산이 원상회복) 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오는 8일과 14일 본청과 의정부 제2청사 대강당에서 직접 도민들을 만나 설명회를 개최한다. 경기도 시민사회 진영은 이미 무상급식 예산 원상회복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도의회가 개원하면 다양한 '퍼포먼스' 등을 열 계획이다. 

 

엎어진 아이들 밥그릇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계속 엎어져 있을 것인가. 시민들의 눈은 지금 한나라당 소속 경기도의원들의 선택에 가 있다.

 

경기도의회 교육상임위원회 추경예산 심사는 9일부터 10일까지 열리고, 14일부터 21일까지는 예결위 심사가 있다. 도의회는 추경예산 의결을 오는 22일 오전 10시에 한다.


태그:#무상급식, #김상곤, #경기도의회, #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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