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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 우리의 삶을 은밀히 지배하고 있는 유명 브랜드업체들이 알고 보면 비인간적 노동착취와 어린이노동, 전쟁, 환경파괴를 통해 무시무시한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

 

한스 바이스와 클라우스 베르너의 <나쁜기업>(옮긴이 손주희, 프로메테우스 출판사, 2009년 4월)은 아디다스, 나이키, 바이엘, 화이자, 삼성, 코카콜라 등 유명브랜드 업체들의 비리를 폭로한 통렬한 고발서이다.

 

지금까지 10만부 이상이 팔려 나간 이 책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브랜드들의 뒤에 숨겨진 그늘을 조명하고, 거대재벌들의 파렴치한 형태를 파헤친다. 또한 신자유주의라는 우산 아래 이미 세계화된 경제 권력과 정치집단의 결탁관계를 생생히 보여준다. 특히 부패한 정부와 초국적기업이 인간친화적인 정책을 수용하도록 만들기 위해 힘없는 개개인들, 즉 우리가 '지금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제시하고 있다.

 

브랜드는 이미지다. 아디다스, 나이키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푸른 축구장 위를 마음껏 내달리는 꿈의 운동화이며, 바이엘, 화이자, 노바티스는 침대에 누워 있는 세상의 모든 환자들에겐 건강한 삶의 축복과도 같은 브랜드다. 거버와 네슬러는 우리 미래인 아이들을 위해 엄마들이 열망하고 있는 최고급 분유와 이유식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아니다. 이 책은 이들 친환경적이고 친소비자적인 이미지를 가진 기업들이 사실은 '몹시 나쁜 기업'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리고 이 세계적인 거대기업들이 왜 나쁜지를 객관적인 통계와 자료를 제시하면서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나쁜 기업>은 2003년 초판이 출판됐고, 현재 출간한 책은 자료를 추가 보충한 개정판이다. 특히 독재정권의 존재기반에 거대기업들이 어떤 모습으로 유착관계를 맺는지 보여주는 것은 물론, WTO 등의 국제기구와 세계적인 로비단체들 배후에도 이미 유명 브랜드 회사들이 깊숙이 관여돼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전자, 의약, 석유, 식료품, 완구, 스포츠용품, 수출업과 금융업 등 온갖 분야에서 이미 우리 실생활과 가까울 대로 가까워진 세계적인 기업들이 줄줄이 불러 나온다.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비리에 연루된 삼성도 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이 책의 출판 여파로 독일에서는 해당기업 제품에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헝가리에서는 보건국장이 사임하는 일마저 빚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거대기업들은 위선적인 과대광고, 아동노동과 불법적인 약품시험, 동물학대와 환경파괴, 부패정권에 대한 자금지원, 노동조합 및 기업비판가들에 대한 회유와 협박 등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럼 소비자로선 아무 할 일이 없을까. 절대 아니다. 지은이는 일상적 구매행위를 할 때 이 책 언급한 악덕기업 명단에 포함된 제품들을 가능한 사지 말라고 충고한다. 개개인은 무력하지만, 소비자는 힘이 센 존재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매운동만큼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쉽게 할 수 있고, 또 효과적인 일은 없을 거라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브랜드의 허울 좋은 이미지의 허상을 깨고 주체적인 소비자로 살아가고 행동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지역과 이웃들까지 함께 생각하는 윤리적 소비야말로 기업을 바꾸고 차츰차츰 세상을 바꿔 나갈 지름길인 셈이다.

 

추천사를 한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 책은 나이키, 지엠, 지멘스, 월마트, 맥도날드, 코카콜라, 삼성 등 돈벌이를 추구하는 유명기업들에 대해 '흰 부분은 희다'고 하고 '검은 부분은 검다'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노동착취와 아동노동, 군사 독재정권과 긴밀한 협력, 자기편에게 전쟁자금 지원, 환경의식이 약한 곳에서 자연파괴 또는 동물학대 행위 등은 검은 부분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진실을 접하면서 일종의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다"면서 "하지만 이것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착취당하고 학대당하는 모든 존재와 새로운 소통, 새로운 연대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쁜 기업>은 10만부 이상이 팔려 나갔고 스페인어, 네덜란드어, 터키어, 헝가리어, 한국어, 중국어로 번역돼 출판되기도 했다.

 

저자인 클리우스 베르너는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고전학과 독문학을 공부했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오스트리아 생태연구소의 언론대변인으로 활동했다. 현재 < Profil >, < Standard > 등 온오프라인 매체에 기사를 기고하며 베를린과 빈에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겸 저술가로 활약하고 있다. 한스 바이스는 빈, 캠브리지, 런던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의학을 공부했다. 1980년부터 빈에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겸 저술가로 < 슈테른 >, < 슈피겔 > 등에 르포르타주와 기사를 기고해 왔다.

 

옮긴이 손주희는 서강대 대학원 독문과 석사과정을 졸업했고,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에 있다. 감수자 이상호는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브레멘대학에서 7년간을 수학했다.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민주노총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나쁜 기업 -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가

한스 바이스.클라우스 베르너 지음, 손주희 옮김, 이상호 감수, 프로메테우스(2008)


태그:#나쁜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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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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