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예전 기업들은 국내매출과 해외수출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어디에든 더 많이 팔고 더 많은 시장을 개척해야 국제무대에서 그 브랜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런 거대한 기업 하나가 국가 이미지와 맞먹기도 했다.

 

요즘도 그건 결코 다르지 않다. 세계화 추세에 걸맞게 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만들려고 애쓴다. 브랜드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종종 국제적으로 불량품이나 유해품이 터져 나오면 그들이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것도 그 바람 때문이다. 토요타의 대량 리콜 사태도 결코 다르지 않았다.  

 

그것이면 족할까? 그렇지 않다. 겉으로는 좋은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부정직한 방법을 저지르는 기업도 있다. 한스 바이스와 클라우스 베르너가 함께 쓴 <나쁜 기업>은 그 현장을 파헤쳐준다. 그들은 어떤 추측이나 비약으로 쓴 게 아니다. 전 세계의 인권단체와 노동조합과 교구단체와 비판정신을 가진 저널리스트들의 견해를 토대로, 자신들이 몸소 뛰어들어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썼다. 설득과 신뢰를 얻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1천200만 명의 어린이들이 저가 수출품 생산 공장에서 착취당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호 360명은 극빈자 25억 명의 전 재산을 다 합한 것만큼이나 부유하다. 매년 그들이 자신의 재산 중 1%만 세상에 환원해도 가난한 사람들의 식수와 학비를 해결할 수 있다. 세계 인구의 0.05%에 불과한 500대 거대 콘체른들은 세계국민총생산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세계무역의 70%를 좌우하고 있다. 매년 1천만 명의 어린이들이 약값이 없어 병들어 죽어가고 기아와 착취로 인해 매일 10만 명의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 데 말이다."(서문)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나쁜 기업들 때문이다. 이른바 멋진 브랜드 값을 유지하기 위해 부정한 뒷거래를 마다하지 않는 기업들, 동아시아의 저개발국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력을 착취하는 기업들, 각종 음식에 들어가는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넓은 대지의 땅을 맘껏 파괴하고 자연환경을 오염시키는 기업들, 부채가 많은 약소국가에 자원채굴 기술협약을 약속하면서도 수출이득에 대한 세금에는 제한토록 압력을 행사하는 기업들이 그들이다. 되로 주고 말로 퍼가려는 고약한 기업행위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들이 있을까? 네슬레가 그 하나다. 그 기업은 82개국에 520개 공장을 둔 세계최대 식료품업체라 한다. 헌데 그들은 세계 카카오 수확량 대부분을 수천명의 아동노예로부터 가져오고 있다고 한다. 거기에는 나이키도 마찬가지라 한다. '필 나이트'라는 경영책임자는 오래전에 억만장자가 되었지만 중국의 여성 봉재사들은 시간당 17센트의 임금밖에 못 받았다고 한다. 그가 어떤 대가로 갑부가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에이즈 환자 감염률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고 한다. 그 비극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일차적으로는 그 나라와 개인에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쓴 두 사람은 노바르티스(NOVARTIS) 같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에게 그 책임을 묻는다. 왜일까? 그들은 한 달 수입이 25유로도 안 되는 그 나라 사람들에게 1개월에 800유로의 약값을 독촉하고 있는 까닭이란다. 우리나라도 의료보험을 민영화하면 그들이 벌이는 굿판에 놀아나지 않을까?

 

이 책에는 총 54개나 되는 나쁜 기업들의 실상이 나와 있다. 코카콜라를 비롯하여 맥도날드, 몬산토, 월마트, 월트디즈니, 제너럴모터스, 델몬트 등 우리 눈에 익숙한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놀라운 건 우리나라의 '삼성'도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왜일까? 그들 두 사람은 세계적인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의 견해에 따라, 삼성이 멕시코에서 기아임금 수준으로 텔레비전 수상기를 조립시키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전자제품과 관련 있는 기업들은 콩고에서 생산되는 희귀 광속물 '탄탈'을 확보하기 위해 반군단체와도 뒷거래를 일삼는다고 한다. 헌데 그들 두 사람이 동일한 방식으로 처놓은 덫의 현장에 삼성이 빨려드는 걸 포착했다는 것이다.

 

2001년 9월 외국어 초판이 출간됐을 때, 이 책을 둘러싼 기업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단다. 책에서 비난하는 내용들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기업들이 있었는가 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인정하는 기업들이 그것이다. 아울러 독자들도 둘러 나뉘였단다. 이 책이 기업 이미지와 수출입에 큰 타격을 줄 것과 민주사회 발전을 위해 이런 비판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대는 어느 편이 낫겠는가?

 

지금도 세계적인 기업들은 나름대로 멋진 브랜드를 구가하기 혼신을 다할 것이다. 문제는 그런 노력의 뒷면에 회칠한 무덤 같은 부패한 현장들이 포착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보통 사람들은 그들의 나쁜 기업행위를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쪼록 이 책에 발표된 나쁜 기업들이 차츰차츰 공정한 기업으로 발돋움 했으면 좋겠다. 그 길은 이 책에 나와 있는 나쁜기업들의 반면교사로부터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쁜 기업 -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가

한스 바이스.클라우스 베르너 지음, 손주희 옮김, 이상호 감수, 프로메테우스(2008)


태그:#나쁜 기업, #삼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