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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YMCA 라온아띠 태국 팀은 태국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하던 중 그 자유로움에 한 번 놀라고, 그 수에 두 번 놀란 '까터이(정확한 정의를 못 내렸다)'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세 번에 걸쳐 오마이뉴스에 연재한다... 기자주

5달여의 태국 생활이 마무리 되는 시점, 우리 팀은 마지막으로 까터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자유로운 토론을 진행해 보았다. 모두들 흥미로운 이 주제를 위해 많은 자료와 책, 혹은 주변을 관찰한 다음에 벌어진 일이었다.

태국 사회가 까터이를 바라보는 눈은?

곽수현 팀원, 특수체육학과를 다니는 그는 주변에 여자친구들이 많다는 이유로 태국에 살았다면 까터이로 오인받았을거라 예상했다.
 곽수현 팀원, 특수체육학과를 다니는 그는 주변에 여자친구들이 많다는 이유로 태국에 살았다면 까터이로 오인받았을거라 예상했다.
ⓒ 고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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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현(영남대 특수체육학과 2학년) : 태국 사람들이 까터이란 존재에 대해 수긍은 하되 이해는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까터이는 분명 존재하는 성이지만, 사회에선 놀림감과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으며 무엇보다 그들 주변에는 여성 혹은 까터이밖에 없었다. 마초들은 더더욱 그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아닐까?

천주희(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 : 처음엔 까터이가 성적소수자로서 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그들이 나름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됐다. 그들은 법적이나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는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했고, 성 혹은 관광 산업 등에 있어서 이용된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겉으론 관대해 보이지만, 속으론 보수적일 수 있는 태국 사회가 까터이를 바라보는 이중적 시선을 느꼈다고 할까?

강선구(이화여대 기독교학과 4학년) : 태국에서 까터이를 바라볼 때 그 압도적인 수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혹자가 말하는 것처럼 태국이 '모계사회'여서, 아니면 여성의 사회적 역할의 모습이 커서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 역시 수긍은 하되 이해를 못한다기 보단 인정을 못하는 것 아닐까?

박세미 팀원, 태국에 있는 놀랄만한 까터이의 수에 대해 그녀는 '요 근래 일어나는 유행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박세미 팀원, 태국에 있는 놀랄만한 까터이의 수에 대해 그녀는 '요 근래 일어나는 유행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 고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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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미(경북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 : 난 까터이가 태국 사회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요 근래 급격하게 까터이 수가 는다는 소리를 듣고 더 그런 생각이 강해지곤 했다.

박수진(계명대 수학과 2학년) : 외향적인 모습에 충실한 까터이는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이라 생각했다. 내면보단 겉모습에만 지극히 충실한 그들을 볼 때 그런 생각이 더 강해지곤 했다.

권인호(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2학년) : 난 까터이라는 것이 태국의 특수한 문화적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태국 인터넷을 검색해본 결과 까터이란 단어는 1970년대 이후에서나 등장했고, 어떤 이유 때문에 사회가 변화하면서 생긴 폭발하는 현상이 아닐까? 왜냐하면 까터이는 여느 성 소수자들처럼 일반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주변이 받아들이면 '성 전환'의 형태를 표방하지만, 주변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게이라던가, 그것도 아니면 그냥 내제한 채 혹은 표출하지 않은 채 살아가기 때문이다.

고두환(공주대 국제통상학과 4학년) : 까터이를 '트랜스 젠더'로 보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까터이 안에 트랜스 젠더가 있다면 모를까. 까터이는 외부적으로 비치는 모습을 보고 판단되는 경향이 짙고, 사회가 그렇게 만드는 분위기라는 생각이 강하다. 본인이 그렇게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형태의 성적 소수자가 아니다. 어느 성에도 분류할 수 없는 까터이는 그냥 까터이가 아닐까?

까터이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곽수현 :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양성애자가 아닐까란 고민을 해본다. 주변에 양성애자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까터이와 매우 흡사하단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곳은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까터이란 모습을 선택하지만, 한국이었다면 양성애자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안효섭(대구카톨릭대학 경영학과 3학년) : 정체가 애매한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을 사칭하며 범죄가 많이 벌어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곤 했다.

이민아(동아대 불어불문학과 3학년) : 그 용어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니 정체 역시 더더욱 모르겠다. 다만 놀란 것은 까터이가 까터이를 놀린다는 점, 무시도 한다는 점이었다. 특히 까터이인 아이들끼리 그렇게 싸우는 모습을 봤는데, 그 이후로 한층 더 혼란스러워지곤 했다.

고두환 : 남성도 여성도 아닌 그냥 '까터이'다. 여성이 되고 싶은 남성이라기엔 그 안에 내포하는 의미가 너무 많은데, 사람들은 그들을 모두 까터이란 단어로 관통시킨다. 우리가 모르는 것을 태국 사람들은 보고 아우르면서 까터이는 그냥 까터이라고 말하고 있다.

천주희 팀원, 평소부터 '성 소수자'에 대해 관심이 있던 그녀는 태국에서의 경험을 겪은 뒤 '생물학적 성'이라는게 껍데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천주희 팀원, 평소부터 '성 소수자'에 대해 관심이 있던 그녀는 태국에서의 경험을 겪은 뒤 '생물학적 성'이라는게 껍데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 고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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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희 : 남성, 여성. 이것은 껍데기 아닐까? 까터이와 까터이가 사랑한다. 겉으로 보기엔 '게이'인데, '레즈비언'인 셈이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남성이고 여성인 것에 주목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진다. 그들은 결국 다 같은 인간인데.

강선구 : 성 정체성에 대한 사람들의 개념 변화, 까터이는 그 신호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강하다.

박세미 : 나 역시 사람을 보면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분하고 그에 대한 특징이 머릿 속에 자연스럽게 나열되는 과정을 겪으며 살아간다. 까터이의 정체는 모르겠지만, 사람은 그저 사람 본연의 모습으로 봐야 하는 게 이 현상의 핵심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왕리앙 학교 아이들과 그림 수업 후 찍은 사진, 이 안에도 까터이는 있지만 내 눈엔 그저 다같은 아이들일 뿐이다. 이 곳에서의 자연스러운 생활이 내 눈을 바꿔놓았다.
 왕리앙 학교 아이들과 그림 수업 후 찍은 사진, 이 안에도 까터이는 있지만 내 눈엔 그저 다같은 아이들일 뿐이다. 이 곳에서의 자연스러운 생활이 내 눈을 바꿔놓았다.
ⓒ 고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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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 팀은 오랜 기간 동안의 관찰과 여러 자료 탐독, 사람들과의 대화를 시도했지만 까터이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도 못했고, 까터이에 대한 정체성을 밝혀내지도 못했다. 다만, 태국 사회엔 제 3의 성, 까터이가 있다는 것. 지금 그들은 매우 많은 수를 이루고 있으며 사회에서 나름대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리학적 성과 내가 살아가는 성이 혼란이 왜 오는지, 이것이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단지 여러 사례를 가지고 알아가고 판단해나갈 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것을 판단하는 것보다 그들을 하나의 인격체로서, 하나의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결국 너와 내가 다름을 인정하는 것, 이것은 사람이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가장 기초적인 배려이다.

덧붙이는 글 | KB-YMCA 라온아띠 해외봉사단 태국 팀은 2008년 8월부터 2009년 1월까지 태국 북부 일대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태그:#라온아띠, #KB, #YMCA, #태국, #까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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