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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YMCA 라온아띠 태국 팀은 태국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하던 중 그 자유로움에 한 번 놀라고, 그 수에 두 번 놀란 '까터이(정확한 정의를 못 내렸다)'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세 번에 걸쳐 오마이뉴스에 연재한다.... 기자주

권인호군이 거울을 보는 모습, 그가 거울을 볼 때마다 우리 집에 놀러온 여자 아이들은 내 귀에 대고 '까터이, 까터이'라 외치곤 했다.
 권인호군이 거울을 보는 모습, 그가 거울을 볼 때마다 우리 집에 놀러온 여자 아이들은 내 귀에 대고 '까터이, 까터이'라 외치곤 했다.
ⓒ 고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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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만으로 판단되는 '까터이'

권인호(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2학년). 우리 팀에서 서기 역할을 맞고 있는 건장한 청년이다. 그는 '남자들도 화장한다'는 추세에 동참한 신세대로서 세안 후 거울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고, 남자와 여자 모두와 잘 어울리는 둥근 성격을 가진 이다.

문제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적지 않은 태국 사람들은 그가 까터이라 판단했다는 점이다. 극구 부인 덕에 그의 누명(?)은 벗겨졌지만, 시시때때로 그가 여자 아이들과 대화할 때, 혹은 그가 얼굴에 선크림 같은 것을 바를 때 사람들은 그를 까터이라 놀려댔다.

"태국은 남성과 여성의 역할 상 구분이 명확한 것 같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강한 것은 남자, 약한 것은 여자. 뭐 이런 식으로. 그러다보니 그 공식에서 벗아나는 아이들 중 상당수는 까터이라 낙인 찍히는 느낌이다. 상당수 까터이는 이런 후천적 사회화로 형성되는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의문을 가져본다."

"내 컴퓨터에는 여장을 하고 찍은 사진들이 몇 장 있었다. 그리고 이들에게 보여주는게 달갑지 않았다. 나 역시 까터이로 오인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난 남자친구들 만큼이나 여자친구들이 많은데, 태국 사회에서 살아갔다면 '까터이로 몰리지 않았을까?', 때때로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이상은 이유정(경남대 중국비즈니스학과 2학년) 팀원과 곽수현(영남대 특수체육학과 2학년) 팀원의 견해이다. 일종의 문화적인 현상 혹은 우리가 사고하는 대로의 성적인 문제가 핵심이되, 그 주변에는 수많은 것들이 맞물려져 있는 느낌을 우리는 지울 수가 없었다.

남자줄 가장 앞에 서 있는 아이가 '조조'의 동생 '잼', 그는 형이 까터이라는 사실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형이 공부를 열심히하고 영어도 잘 한다는 사실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대인관계가 좋아서 항상 바쁘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남자줄 가장 앞에 서 있는 아이가 '조조'의 동생 '잼', 그는 형이 까터이라는 사실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형이 공부를 열심히하고 영어도 잘 한다는 사실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대인관계가 좋아서 항상 바쁘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 고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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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적인 거겠죠"

태국 북부 파야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조조', 우리가 교육 중인 '젬(왕리앙 중학교 3학년)'의 형인 그는 방학차 마을에서 3주 정도 머물렀다. 우리가 그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짧은 기간, 1회성 만남으로 스치듯 지나가는 이에게 직접적 질문과 자극적인 질문을 할 수 없는 탓이었다.

그와의 인터뷰는 가장 친근감 있게 그와 친해질 수 있었던 권인호 팀원이 담당했다.

"까터이, 이것도 성적 소수자임이 분명한데 조조는 거부감이 없었어요. 당당했고, 진지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했죠. 그래서 직접적이고 자극적일 수 있는 질문들을 마음놓고 할 수 있었어요."

그의 소감만큼이나 자못 흥미로웠던 그의 인터뷰, 함께 살펴보자.

인호 : 남자를 좋아해요, 여자를 좋아해요?
조조 : 남자를 좋아해요.

인호 : (자신이)남자라고 생각해요, 여자라고 생각해요?
조조 : 여자라고 생각해요.

인호 : 처음으로 남자를 좋아한다고 느낀 적은 언제예요?
조조 : 중학교 1학년 때 '비여우'란 이름의 동급생을 좋아했었어요. 초등학교 때는 그런 느낌이 없었는데 말이죠.

인호 : 당신이 이른바 '커밍아웃'을 한 이후 주변에 반응은 어땠나요?
조조 : 그냥 그랬어요. 부모님은 별 문제 없다고 말했고, 친구들과 동네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 였어요. 특별할게 없었죠. 가족들이 날 인정해준 점, 이것이 약간 특별하긴 하죠.

인호 : 당신의 성 정체성 혼란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됐을까요?
조조 : 천부적인 거겠죠.

인호 : 까터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조조 : 태국 사회에선 그냥 그렇게 받아들여지죠. 물론 안 좋은 까터이도 있어요. 도구화 하거나 성산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바로 그 좋은 본보기죠. 하지만 까터이는 태국의 문화예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잘 받아들이길 바래요.

인호 : 게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조조 : 남자들보다 우리를 더 잘 이해해줘요.

인호 : 당신은 성 전환 수술을 하거나 호르몬 주사를 맞을 의향이 있어요?
조조 : 아직 모르겠어요. 생활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거든요.

'조조'.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어떻게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는지 보통 한국 사람의 감성으론 잘 이해되지 않았다.
 '조조'.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어떻게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는지 보통 한국 사람의 감성으론 잘 이해되지 않았다.
ⓒ 권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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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와의 인터뷰 속에서 태국 사회에 까터이라는 존재에 대해 상당히 관대하는 것, 그리고 주변 인물들이 생각보단 쉽게 그 존재를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역시 미궁에 빠지는 구절은 자신이 까터이가 된 이유에 대해 천부적이라 답한 부분이었다. 정황상 후천적 영향이 맞는 것 같은데, 그는 천부적인 것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까터이는 태국의 문화라는데 이유는 천부적이라... 그렇다면 누구나 잠재되어있는 성 정체성이 혼란이 이 부분에선 관대한 태국에서 표출된다는 의미인가. 우린 또다시 미궁에 빠지기 시작했다.

덧붙이는 글 | KB-YMCA 라온아띠 해외봉사단 태국 팀은 2008년 8월부터 2009년 1월까지 태국 북부 일대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태그:#라온아띠, #KB, #YMCA, #태국, #까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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