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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착포 움켜진 주름진 손, 생계유지 위해 돈이 필요했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 발생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유조선의 선박 앞부분 왼쪽 오일탱크에서 유출된 원유는 피해지역주민들과 123만 자원봉사자 등에 의해 이제는 아련한 기억처럼 말끔히 치워졌지만 시커멓게 멍든 피해지역 주민들의 가슴은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사고 직후부터 피해지역 주민들은 살을 파고드는 추운 겨울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방제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검은 기름으로 범벅된 생계 터전을 바라보면서 하루라도 빨리 검은 띠를 눈앞에서 사라지게 하고 싶은 맘으로 기름제거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쳐가는 방제작업에서도 섣불리 지역주민들은 흡착포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날이 갈수록 주변엔 동상 환자와 감기몸살로 고생하는 주민들이 늘어갔지만 누구 하나 방제작업을 그만두지는 않았다. 오히려 태안군의 인구는 사고 후 한 달 만에 313명이 증가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 때문이었다.' 바다를 생계 터전으로 살아온 지역주민들로써는 각종 어류와 전복, 해삼, 굴 등 수산물을 팔아 얻은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는데 뚜렷한 소득이 없어진 주민들은 한마디로 방제작업 인건비 이외에는 돈 나올 구멍이 없었다.

 

벌이는 없지만 각종 세금용지를 비롯해 생계유지를 위한 비용은 필요했다. 이 때문에 방제 작업 인건비(남자는 7만원, 여자는 6만원)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생존형 도구로 변해 버렸다.

 

정부가 피해지역주민을 위해 긴급 생계비 편성을 결정하고 지급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사고 발생 후 약 45일. 주민들은 그 사이 자원봉사자들이 제공하는 컵라면이나 빵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방제작업에 임했다.

 

최대 피해추정액 6013억, 실수령액 5700만원 뿐

 

국토해양부는 지난 10월 14일 앞서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유류오염기구(IOPC 펀드)회의에서 오스터빈 사무국장이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의 총 피해액이 7일 기준으로 최대 6013억 원(최소 5663억 원)으로 추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3월에 열린 1차 모나코 회의에서 밝힌 3240~3520억 원의 약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지난 6월 2차 런던 회의에서 발표한 5382~5735억 원보다 278억 원이 상향조정된 금액이다. 또한, IOPC 펀드의 추정 피해액을 토대로 최대 보상한도액인 3216억 원을 초과하는 피해보상액에 대해서는 특별법에 따라 국제기금이 사정한 범위내에서 정부가 보상을 하겠다고 했다.

 

피해지역 주민들의 피해배상은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손해사정인을 통해 피해규모를 파악하고 이를 국제기금에 배상 청구하면 IOPC 펀드가 지정한 국내 감정인이 이를 다시 사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청구 시효는 3년이다.

 

현재 접수된 피해 신고건수는 총 6만 8천 93건으로 수산양식 분야가 5만 4637건이며 비수산분야가 1만 3456건이다. 이 가운데 맨손어업은 전체 건수의 65%에 해당하는 4만 4000여건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손해사정인에 의해 피해사실 조사가 끝난 피해건수가 총 4만 6223건인데 비해 IOPC 펀드에 배상 청구된 피해건수는 1만 403건, 약 2482억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가운데서도 실제 배상이 이뤄진 것은 방제비 49건, 133억 원을 빼고 지난 9월 태안군 연포해수욕장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김아무개(청구액 1억 800만원)씨가 수령한 5700만원이 전부이다. 

 

이처럼 피해배상이 늦어지고 있는 원인은 피해지역이 넓고 피해유형도 다양해 손해사정인들의 현지 사실조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한, IOPC 펀드에서 요구하는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탓도 있다. 일반적으로 수산업계는 위판장을 통한 거래하는 비율이 낮으며, 음식업, 숙박업, 관광업, 맨손어업, 소형 어선어업 등은 현금거래가 많아 피해를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다.

 

태안군 관계자는 "어업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입증할 자료가 없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인근에서 같은 형태로 어업활동을 해왔을 경우 이를 적용해 보상하는 방법을 기금에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 가능한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허나 내년 2월까지는 피해대책위원회가 피해사실 조사를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르면 내년 6~7월 정도면 피해 배상금이 지급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태안, #기름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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