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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멍든 가슴 두번 죽이지 마라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로 향하는 도로변에는 송설단 재단 소유 토지 공매를 비난하는 지역주민들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 기름 멍든 가슴 두번 죽이지 마라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로 향하는 도로변에는 송설단 재단 소유 토지 공매를 비난하는 지역주민들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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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어? 못쓰는 간척지를 맨손으로 개간해 밑지는 농사만 수십 년 지었어. 근데 이제 와서 비싼 가격에 땅을 사라고 하니."

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와 모항리 주민들이 술렁이고 있다. 이 지역주민 82가구는 지난 1958년도 간척사업을 통해 조성된 토지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다. 이 땅은 마을주민들이 갯벌을 개간해 옥토로 바꿔놓았다. 하지만 소유자는 마을주민이 아니다. 경북 김천시 소재 학교법인 송설당 교육재단 소유다.

"원래 간척지였어. 제대로 농사를 짓게 된 게 얼마 안 돼. 개답하고 나서 10~15년 동안은 농사를 지어도 수확이 돼야 말이지. 이제서야 옥토가 됐어. 태풍 때문에 3번이나 제방이 붕괴된 적도 있고."

마을주민들은 만약 간척하지 않았더라면 굴 양식장이 조성돼 지역주민들의 주수입원이 됐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학교법인 측이 땅을 차지해 땅을 개간해 소작료를 주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런데 학교법인 송설당 교육재단 측이 수십 년 동안 땅을 방치하다 마을주민들에 의해 옥토로 탈바꿈하자 갑자기 파도리와 모항일대 땅을 공매하겠다고 밝혀 왔다는 것.

문제는 또 있다. 공매가격이 주변시세와 비교할 때 높게 책정된 점이다. 재단측은 토지감정 평가를 거쳐 매도가격을 평당 4만4500원~6만2700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재단측이 제시한 가격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는 입장이다.

"송설당 교육재단이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했어"

어떻게 만든 땅인데...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이병문(70)씨. 그는 학교법인 송설당 교육재단 소유의 토지를 임대해 농사를 짓고 있다. 그러나 재단측이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하며 토지공매를 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 어떻게 만든 땅인데...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이병문(70)씨. 그는 학교법인 송설당 교육재단 소유의 토지를 임대해 농사를 짓고 있다. 그러나 재단측이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하며 토지공매를 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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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병문(70)씨. 지난달 31일 학교법인 송설당 교육재단으로부터 안내장을 받은 그는 요즘 갈수록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씨에게도 파도리 일대 1만6529㎡(5000평)은 지난 50년 동안 애지중지하며 일궈온 소중한 땅이다.

하지만 그는 사람 나이로 치면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쉰 살이나 먹은 자식과 같은 땅과 생이별을 하게 됐다.

"소원 지역에서 가장 농사가 잘 된다는 망산 지역도 이렇게 땅값이 비싸지는 않아. 대개 3만5000원 이하야. 도대체 어디서 감정을 했기에 이렇게 높게 나왔는지, 나 원 참."

벼농사를 짓고 있는 이씨는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등 장비사용료와 비료, 제초제, 농약을 구입한 비용을 제외하면 한해 농사로 벌어들인 수익금은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트랙터 사용료가 얼마인줄 아나? 한마지기당 3만5000원이여, 이양기는 3만원, 콤바인은 더 비싸지 4만원, 또 비료비는 어떻고. 작년에 8000원 하던 것이 올해는 1만2500원으로 올랐으니. 25마지기 농사지어 봤자 125가마밖에 안 나와. 그나마 금년엔 풍년이 들어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쌀 한가마에 15만5000원씩 계산해 봤자 2천만원도 안 돼. 거기다 수확량에 10~15%는 소작료로 지불한다고 생각해 봐."

이씨는 지난 4일 주민 한 사람을 대동하고 토지감정 평가를 맡았던 업체관계자를 태안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고 한다.

"아니, 글쎄 소원면 전체 토지 가격을 보고 평균치로 땅 값을 정했다는 거여, 그게 5만 4천원 정도라는 구먼. 근데 또 감정가격은 여기에다가 약간 상향조정해서 정한다고 하더라고. 누가 토지감정을 의뢰해서 평가했냐고 물었더니 학교법인에서 의뢰했다고 하더군."

안내문 송설당 재단측에서 소원면 파도리 경작인에게 보낸 안내장
▲ 안내문 송설당 재단측에서 소원면 파도리 경작인에게 보낸 안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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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학교법인 측은 지역주민들에게 보낸 안내문를 통해 현재의 토지를 분할해 경작인에게 우선분양하고 나머지 토지는 공매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인측은 이를 위해 9200만원을 투입해 토지를 현재 형태대로 지분분할하기 위한 측량을 한 후 지적정리까지 완료한 상태다.

하지만 40만평의 토지 중 현재 학교법인 측이 경작인 우선분양으로 제시한 토지는 14만 6800평. 이 가운데서도 4만평은 주민들에게 매각하지 않고 공매한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설사 토지구입을 희망한다고 해도 5천만원 이하의 경우만 수의계약할 수 있고 5천만원 이상일 경우는 공매를 통해서 구입할 수 있어 제3자에게 농지가 넘어갈 수도 있다.

따라서 주민들이 실제 구입할 수 있는 토지는 감정평가 업체가 제시한 평당 평균가격 5만 4천원을 고려할때 가구당 약 100평도 되지 않게 된다. 농지구입자금 지원수준이 2만5천원인 점을 감안할 때 실경작주민들이 땅을 매입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방치했다가 땅값 오르니까 사라고... 날강도가 따로 없어"

50년 피와 땀... 외면 수확한 벼가 건조를 위해 도로변에 널려 있는 가운데 송설당 재단의 공개 토지매각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50년 피와 땀... 외면 수확한 벼가 건조를 위해 도로변에 널려 있는 가운데 송설당 재단의 공개 토지매각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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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에서 공매해서 팔려고 하는 것 같어. 생각해 봐. 가장 낮은 가격이 4만 4천원이여. 40만평이면 간단히 계산해봐도 160억원이 넘어. 그 동안 관리는 안하면서도 임대수익인 5200만 원으로는 종합토지세 2억 5000만 원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이여.

공매해서 적자를 보전하겠다는 것 아니겠어? 공한지세 때문에 우리한테 빨리 개답해 달라고 부탁할 때는 언제고. 그때 아마 세금 대부분이 면제됐을 것인데."

이에 따라 이씨를 비롯한 파도리, 모항리 일대 경작인 82가구는 지난해부터 태안군청 앞 정문에서 집회를 갖고 송설당 측에 진정서를 보내는 등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학교법인 측은 별다른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씨는 한숨보다 길게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내가 50여년간 피와 땀으로 갯벌을 수년간 개간해서 농사를 짓게 만든 땅이여. 간척하지 않았더라면 굴 양식장이 조성돼 지역주민들의 주 수입원이 됐을 거여. 근데 무슨 이유에선지 학교법인 송설당이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이 땅을 기증 받았지."

그의 푸념을 더 들어보자.

"농사짓기까지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는지 아나, 기자양반? 내 돈 들여 지하수도 파고, 도랑도 팠어. 전답 만들 때 인건비만 따져도 몇 백만 원일 거야.

그런데 지금껏 방치하다가 이제 와서 땅 값 오르니까 사라고? 날강도가 아니고 뭐냔 말이여. 그것도 내가 만든 내 땅을 내 돈 내고, 어림도 없지. 끝까지 싸울 거네. 시골사람이라고. 나이 많은 사람이라고 우습게 보다간 큰 코 다치지."

한편, 토지가격이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에 대해 학교법인 송설당 교육재단 김광수 사무국장은 "토지 공매 가격은 감정사 두 곳을 선정해 책정한 가격으로, 도로변이 다소 높게 책정돼 평균가격이 상승한 것"이라며 "송설당 재단은 교육재단으로 해당 교육청의 감독을 받고 있기 때문에 5000만 원 이상의 경우는 공매를 통해 매각을 해야 한다. 허나 지역주민 3분의 2가 5000만 원 이하의 농경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에 주민이 원하면 얼마든지 수의계약으로 토지를 매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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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송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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