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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봄 햇살에 꽃이 활짝 웃으며 화답하는 봄이 왔다.
 
지난 주만 해도 싹도 찾을 수 없었는데 일주일 사이에 싹을 내고 꽃을 피운 기특한 '너도바람꽃'이 드디어 화들짝 피어났다.
 
봄, 이제 정말 봄이구나.
 
풀꽃다운 풀꽃, 단 한 번 보는 사람이라도 절대로 잡초라고 부르지 않을만큼 흔하지 않으면서도 그를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어김없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 예쁜 꽃이 '너도바람꽃'이다.
 
 
모름지기 이런 풀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해야 봄이 제대로 온 것이다. 복수초, 변산바람꽃에 이어 피어나는 너도바람꽃은 '보춘화' 중에서는 상위권에 속하는 꽃이다. 간혹 그 사이에 노루귀가 끼어 들기도 하지만 아침 햇살에 막 피어나는 싱싱한 너도바람꽃과 눈맞춤을 하는 사람은 봄을 어지간히도 기다린 사람들이다.
 
작은 꽃이라 관심을 갖고 바라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꽃, 천천히 걷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꽃, 아무데나 피어나지 않는 꽃이 너도바람꽃이니 풀꽃 중에서는 제법 대접을 받는 꽃이다.
 
 
꽃은 홀로 있어도 함께 있어도 아름답다.
 
홀로 있거나 함께 있어나 활짝 웃는 꽃의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지독한 외로움 끝에 활짝 웃어본 사람, 그 사람은 꽃이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 사람은 절망하는 법이 없다.
 
 
3년 전, 그 곳에 그들이 피어난다는 것을 알았다.
 
만주바람꽃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씨앗을 맺고 있는 그들을 만나고는 내년 봄에는 꼭 만나야지 했다. 그러나 다음 해 제 때에 그 곳을 찾질 못했고, 그 곳을 찾았을 때에는 이미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올해는 꼭 피어나기 시작할 때 만나고 싶었다.
 
지난 주에 그 곳을 갔을 때 새싹도 만나질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찾은 오늘(15일) 오전 그 곳에서 그들은 "내년 봄에 만나!"한 약속을 지키려는 듯 막 피어나고 있었다.
 
 
이전에도 너도바람꽃을 만나긴 했지만 이렇게 막 피어나기 시작한 것들을 만난 적은 없었다. 맑은 아침햇살과 따스한 봄바람까지 너도바람꽃과의 만남을 축복해 주는 듯 했다.
 
이 작은 풀꽃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나에게 큰 기쁨을 주는지, 나는 그들을 보면서 희망을 노래하고, 그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쓰는지 다 알지는 못한다.
 
그냥, 좋다. 그냥 막 좋다. 그들만 보면 그냥 막 좋아서 내 마음에 나를 해치려는 나쁜 기운들이 다 사라져 버린다.
 
 
사람들의 욕심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동식물의 종들이 늘어나고 있단다.
 
이 꽃은 봄에 일찍 피어나는 것으로 보아 열이 많은 꽃일터이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 이 꽃도 우리와 영영 작별을 할지도 모른다. 꽃들이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인간은 과연 얼마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작은 들꽃, 새 한 마리, 곤충에 이르기까지 다 이유가 있어 존재하는 것들이다.
 
 
그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시를 지어주지 못할 지언정, 그들의 삶을 뒤흔들어 버리는 일을 하지는 말아야 할 터인데 사람들이 가는 곳마다 그들의 절규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여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그들은 절대로 스스로 절망하지 않는다. 스스로 좌절하지도 않는다. 자기 스스로 절망하고 좌절하는 것은 오직 인간 뿐이다.
 
 
너도바람꽃이 피어나는 숲운 봄 기운으로 가득했다.
 
지금은 나목들의 잔가지 사이로 하늘이 훤히 보이는 텅 빈 숲이지만 작은 풀꽃들이 피어나고 씨앗을 맺을 즈음이면 그들을 위해 늦게 피어나던 키 큰 풀꽃들과 나무들도 새싹을 낼 것이다.
 
봄, 이제 봄은 더 이상 남녘땅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도 봄이 왔다. 너도바람꽃이 숲을 휘휘 돌며 봄바람을 돌게 하니 겨우내 잠자던 풀꽃들이 하나 둘 기지개를 켠다. 이 따스한 봄이 온 누리에 가득하길.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너도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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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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