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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증세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전치 5주에 해당하는 폭행을 당한 노홍철씨.
 정신분열증세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전치 5주에 해당하는 폭행을 당한 노홍철씨.
ⓒ 마이데일리 유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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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연예인 노홍철(29)씨 폭행사건은 정신분열증세를 보여 온 남성 김아무개(27)씨의 단독 범행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노씨는 지난 19일 귀가하던 중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흉기를 소지하고 미리 기다리고 있던 김씨로부터 이유 없이 구타를 당해 귀가 찢어지고 갈비뼈가 골절되는 등 전치 5주의 부상을 입었고, 현재 신촌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노씨를 공격한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학 졸업 후 일본 오사카에서 일하다 정신분열증세로 지난 3일 귀국했으며, 평소 TV를 보며 노씨가 자신의 부모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노씨의 아파트 앞에서 노씨를 기다리는 중 누군가로부터 노씨를 때리라는 환청을 듣고 구타하게 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가해자 김씨는 이전에도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경력이 있었는데, 이 사실을 안 노씨가 가해자 김씨의 처벌을 원치 않아 경찰은 일단 김씨를 불구속 기소키로 하였습니다.

경찰 측에 의하면 가해자 김씨의 아버지는 가해자의 정신 병력을 인정하고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겠다고 한 것으로 이번 사건이 일단락되었습니다.

가해자 김씨, 정신분열병(Schizophrenia)의 가능성 높아

 한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가 정신질환 상태를 테스트 받고 있다
 한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가 정신질환 상태를 테스트 받고 있다
ⓒ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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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김씨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이상 병원의 정밀 정신 감정을 통해 김씨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김씨의 과거 병력과 경찰조사에서 환청, 피해망상(누군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고정된 믿음), 관계망상(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자신과 관계가 있다고 믿는 고정된 믿음)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정신분열병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정신분열병은 '정신'이 '분열된다'는 말의 느낌이 풍기는 느낌처럼 무시무시한 병으로 오인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증상이 매우 심할 때를 제외하고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집에 틀어박히고, 멍하게 보이는 등 감정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감정이 둔화되고 적절하지 않은 모습을 주로 보여줍니다. 오히려 환자 자신은 혼란스럽고 외로우며 두려움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정신분열병은 평생유병률(평생 한 번 이상 병에 걸리는 비율)이 전 세계적으로 지역이나 인종, 문화적 특성과는 상관없이 1% 내외로 100명 중 1명은 살면서 한 번쯤은 걸릴 수 있는 병입니다.

이 병의 원인으로는 뇌의 구조와 기능문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심한 스트레스 환경이나 질병, 약물 등의 요인이 거론되고 있고, 유전적 요소와 가족력이 강하게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남녀의 발생 비는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남자는 20세 전후에, 그리고 여자는 30세 전후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증상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초기에 욕설이나 다수의 대화, 어떤 지시가 들리는 환청과 피해망상, 관계망상, 불안증상 등이 동반됩니다.

정신분열병 환자, 생각만큼 위험하지 않아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 존 내쉬는 비록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지만 가족의 사랑으로 정신분열증을 극복하고 노벨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이처럼 정신분열증 환자에게는 가족과 주변에서의 적극적인 지지가 큰 도움이 됩니다.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 존 내쉬는 비록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지만 가족의 사랑으로 정신분열증을 극복하고 노벨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이처럼 정신분열증 환자에게는 가족과 주변에서의 적극적인 지지가 큰 도움이 됩니다.
ⓒ Universal Pic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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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홍철씨의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같이 위험인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2000년 대검찰청의 '범죄백서'에 따르면, 일반인의 범죄 발생률이 10만 명당 2545명으로 2.5%인 반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전체 17만6396명 가운데 3201명인 1.8% 정도로 낮았습니다.

정신질환자에게서 나타난 범죄는 고도의 지능이 요구되는 치밀한 범죄는 찾아볼 수 없었고, 갑작스런 급성기 증상으로 인한 충동적인 범죄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는 정신분열병 환자와 같이 환청과 관련된 경우는 적었고, 오히려 반사회적 인격장애, 약물중독, 품행장애 (비행) 등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남궁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치료받는 정신질환자들은 오히려 온순하고 조용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증상으로 힘이 들 때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하기보다는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신과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범죄위험이 있다고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고 무차별적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비판을 경계합니다.

유범희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정신분열증의 치료에 대해 "병을 너무 방치하여 두거나 급성 정신병적 상태에서는 사고의 위험성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일시적인 입원이나 격리가 필요한 경우는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유 교수는 "적합한 약물, 생물학적 치료와 함께 적절한 자신의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 기반을 찾아갈 수 있는 재활, 심리 상담의 치료가 함께 진행될 때 환자의 회복은 더욱 빠르고 좋아진다"면서 반드시 의학적 치료가 환자에게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정신질환자의 처벌은 불가능한가?

노르웨이 국립정신병원 전경. 외부 환경이 자연과 조화를 이뤄 정신질환 환자들의 치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노르웨이 국립정신병원 전경. 외부 환경이 자연과 조화를 이뤄 정신질환 환자들의 치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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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건강>의 기사 <숭례문 방화범 채씨, 감형 가능할까?>에서 일부 정신질환에 따라 숭례문 방화범 채씨의 감형도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노홍철씨의 피습사건에서는 노씨가 가해자 김씨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비록 노씨가 가해자 김씨를 개인적으로는 용서했지만, 노씨의 용서와는 무관하게 가해자 김씨의 법률적 처벌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양승욱 변호사(양승욱 법률사무소)는 "가해자 김씨가 흉기를 소지하고 상해행위를 하였다면, 일반 상해행위에 비하여 법정형이 가중된다"면서 "흉기를 소지하고 상해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이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는 않을 것이며,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와 무관하게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덧붙여 "가해자 김씨가 피해자 노씨와의 합의를 통해 양형에서 일정한 고려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양 변호사는 "형법 10조에 마음 또는 정신 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심신 미약자, 사물의 구별능력이 없는 심신 상실자의 경우에는 형을 감경하거나 벌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 변호사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만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상실 혹은 미약하다고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의 상실 혹은 미약 여부에 관한 정신감정 결과를 토대로 법관의 판단하게 된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러므로 비록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할지라도 범죄에 대한 처벌까지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노홍철씨가 그랬듯이 너그럽게 이해해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언제나 우리에게 즐거운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노홍철씨의 빠른 방송 복귀를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태그:#노홍철, #정신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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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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