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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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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영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남북 대표단(손영태 공무원노조 위원장, 최창만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노동자분과위원회 부위원장, 권승복 전 공무원노조 위원장, 김정애 조선교육문화직업동맹 통일위원장(사진 왼쪽부터))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남북 대표단(손영태 공무원노조 위원장, 최창만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노동자분과위원회 부위원장, 권승복 전 공무원노조 위원장, 김정애 조선교육문화직업동맹 통일위원장(사진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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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연일 이어지는 송년행사와 모임 등이 업무로 지쳐있는 몸과 마음을 더욱 피곤하게 할 때 쯤 반가운 소식이 날 흥분시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아래 공무원노조)이 주관하는 ‘공무원가족 금강산 통일 기행’을 2박3일(4~6일)간 동행취재하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2004년에 이어 두 번째지만 이번 방문은 성격이나 의미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남쪽의 공무원노조 대표단과 북쪽의 조선직업총연맹, 조선공무원직업동맹이 한 테이블에 앉아 통일을 전제로 상호 협력에 대해 논의 하는 자리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양측 고위 공무원간의 만남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실무 공무원이 북쪽의 공무원을 만나 통일을 위한 상호협력에 대해 논의 하는 자리는 보기 드문 일이어서 그 만남 자체가 관심을 끌어냈다.

[첫 만남] "3월안에 통일 사업을 위한 실무접촉 갖겠다"

4일 저녁 문화회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손영태 공무원노조 위원장
 4일 저녁 문화회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손영태 공무원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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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만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노동자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창만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노동자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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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온정리 문화회관에서 북측 교예단 공연 관람을 마친 600여명의 통일기행 참가인들은 기립박수로 훌륭한 공연에 화답했다. 이어 공무원노조와 만날 북측 대표단이 회관으로 들어서자 흥분과 긴장이 교차하는 표정의 남측 공무원가족들은 박수로 일행을 맞이했다.

이날 이곳을 찾은 북측 대표단은 최창만(64)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노동자분과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정애 조선교육문화직업동맹 통일위원장을 비롯해 모두 4명이 참가했다.

남측대표인 손영태 공무원노조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금강산을 찾는 걸음 자체가 외세의 힘에 의지하지 말고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을 앞당기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추진해 하나 되는 통일 사업을 힘 있게 같이 하겠다"고 밝혔다.

북측 최창만 부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금강산을 찾은 공무원가족들을 환영한다"며 "우리민족이 화합할 때 통일을 이룰 수 있고 단합된 힘으로 하루빨리 조국통일을 안아오자"고 강조했다.

이어 최 부위원장은 "6·15선언과 10·4성명을 고수하고 정세변화에 조국통일 기치를 내릴 수 없다"며 "대범하고 폭넓게 나가야 하고 과거 털고 손잡고 단결할 때 조국통일 위업 전진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600여명의 통일기행 참가자들이 '조국통일'을 외치자 남북 대표단이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600여명의 통일기행 참가자들이 '조국통일'을 외치자 남북 대표단이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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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를 마친 남북대표단이 퇴장하자 문화회관 안은 통일기행 참가인들이 외치는 '조국통일'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어 인천지역 희망세상어린이문예단의 공연이 이어졌으며 행사를 마친 한 어린이가 "3·8선을 치워주세요. 우리는 작은 아이들이지만 통일이 되도록 노력할게요"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다음날 5일 남북 대표단은 금강산 목란관에서 오찬과 만찬을 함께하며 특색 있는 상호 협력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기자는 남측 관계기관에 통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만나는 사진 몇 장을 촬영하고 자리를 떠야 했다.

이 자리에 함께했던 명태용 공무원노조 통일위원회 정책위원장은 "대화를 하는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며 "남북이 힘을 합쳐 통일을 가로막는 법과 제도를 바꾸어 나가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만찬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명 정책위원장은 "남북 공무원들과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축구대회를 남북을 오가며 개최하자는 의견도 있었다"며 "올 3월안에 6·15 공동선언과 10·4성명 이행을 위한 통일 사업 실무접촉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 "이분 이모예요"

북측 해설원이 관광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바위의 모양을 동물에 비유해 설명하고 있다.
 북측 해설원이 관광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바위의 모양을 동물에 비유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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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금강산을 둘러보며 2004년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예전에 북측 군사분계선을 넘으면 다부진 체격의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인상의 군인이 버스에 올라 관광객 숫자를 헤아렸는데 이번에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또한 방문객들을 따라 다니며 주위를 살피던 환경관리원들도 볼 수 없었다. 산 중간 중간에서 곶감이며 과자, 차를 유료로 제공하는 곳이 늘었으며, 금강산의 환경 보호 때문인지 산중에 있는 화장실의 유료이용은 변함이 없었다.

우리 일행을 안내했던 남측 이명희 조장은 "선배 조장들이 말하길 예전에는 북측에서 통제가 심해 관광하기 어려웠다"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남북 정상이 만나는 등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다 보니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귀띔했다.

한병완 경기본부 통일위원장은 "이번에 두 아이를 데리고 참가했는데 6살배기 작은 아이가 산을 오르다 넘어지자 북측의 해설원이 일으켜 세워줬다"며 "아이가 나를 바라보며 '이분 이모예요'라고 물었는데 순간 당황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 통일위원장은 "아이들 생각대로 남북사람 모두를 이모와 삼촌같이 한 가족으로 여긴다면 통일을 쉽게 올 수 있을 것"이라며 "어른들이 편견을 뛰어넘어 아이들과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서면 통일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북측 여성들이 금강산 중턱에서 곶감과 차, 과자 등을 판매하고 있다.
 북측 여성들이 금강산 중턱에서 곶감과 차, 과자 등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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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에 공무원노조가 주관한 금강산 통일기행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 일부 언론이 있었다. <연합뉴스>는 7일자 '타르 피해 속 무안 전공노 금강산 관광 눈총'이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무안군 등에 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무안군청 일부 공무원들이 금강산 관광을 다녀와 눈총을 받고 있다'고 썼다.

<연합>은 이어 '타르로 인한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전 공무원과 주민, 자원봉사자들이 타르 제거작업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무안군지부 소속 공무원 21명이 금강산 관광을 다녀온 것은 부적절하다'는 내용을 담아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성렬 공무원노조 통일위원장은 7일 전화통화에서 "나무 한그루를 보고 숲 전체를 본 것처럼 생각하는 근시안적 발생에서 나온 기사가 분명하다"며 "우리들의 활동이 통일을 위한 작은 몸부림에 지날지는 모르지만 칭찬은 못할지언정 뺨을 때리면 되겠냐?"고 반문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현재까지 공무원노조 조합원 수 천 명이 태안에서 자원봉사를 펼칠 땐 침묵하다가 해마다 실시하는 통일 사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공무원노조를 음해하고 왜곡하는 보도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지역 희망세상어린이문예단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통일기행 참가인들
 인천지역 희망세상어린이문예단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통일기행 참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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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무원가족 금강산 통일기행' 취재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우리민족끼리', '자주통일', '평화통일', '화합', '단결' 등의 단어였다.

막연하게만 느껴졌고 영원한 숙제로 남을 것만 같았던 통일. 남북 정상이 통일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남북 노동자가 뜨거운 가슴을 나누고, 농민들이 거친 손을 부여잡는 모습을 보면서 문익환 목사께서 외친 '통일은 됐어'라는 말이 성큼 다가왔음이 느껴졌다. 또한 통일은 이미 우리마음 속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실감 할 수 있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한 김성렬(사진 왼쪽) 공무원노조 통일위원장이 5일 금강산 목란관에서 열린 오찬 감담회에서 북측 김정애 조선교육문화직업동맹 통일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한 김성렬(사진 왼쪽) 공무원노조 통일위원장이 5일 금강산 목란관에서 열린 오찬 감담회에서 북측 김정애 조선교육문화직업동맹 통일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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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남북대표단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손영태 공무원노조 위원장이 특색있는 사업으로 통일을 앞당기자는 인사를 하고 있다.
 5일 남북대표단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손영태 공무원노조 위원장이 특색있는 사업으로 통일을 앞당기자는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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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기행에 부모를 따라 참가한 어린이가 6일 금강산 인근 바닷가에서 해가 뜨기전 촛불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고 있다.
 통일기행에 부모를 따라 참가한 어린이가 6일 금강산 인근 바닷가에서 해가 뜨기전 촛불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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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공무원노조, #통일기행,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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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이 세 아이가 학벌과 시험성적으로 평가받는 국가가 아닌 인격으로 존중받는 나라에서 살게 하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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