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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사고 원인을 수사중인 검찰과 해경은 빠르면 이번 주 중 수사결과를 밝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름유출 책임이 삼성중공업의 예인선(1만1828t)과 홍콩 선적인 허베이 스프리트호 유조선(14만6848t)의 책임정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조사를 통해 드러난 사건의 흐름은 이렇다.

 

6일 오후 2시 50분. 삼성중공업 소속 '삼성 T-5호'(해상크레인선)가 인천을 출항했다. 출항선단은 '삼성 1호'와 예선 '삼호 T-3호' '삼성 A-1'호를 합쳐 모두 4척이었다. 폭풍·파랑·해일주의보 및 경보 등이 발효된 경우에는 해상교통안전법령에 따라 선박의 출항을 통제한다. 하지만 이 시간에는 기상특보가 발효되지 않았다.

 

7일 오전 5시 경. 인천을 출발한 '삼성 T-5호' 예인선이 경남 거제로 향하고 있었다. 당시 태안 만리포에서 북서쪽으로 10km 떨어진 바다에는 홍콩의 대형 유조선이 정박 중이었다. 이 때 3m가 넘는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삼성 예인선과 유조선과의 거리는 7㎞에 불과했다.

 

유조선측이 먼저 해상예인선 발견, 통보

 

먼저 유조선측이 해상예인선을  발견하고 대산지방해양수산청 관제실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위험상황을 인지한 대산지방해양수산청 관제센터는 삼성 예인선과 유조선에 각각 연락을 시도했다. 우선 삼성 예인선 측에는 VHF채널 16으로 수 차례에 걸쳐 교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응답이 없었다.

 

같은 날 오전 6시. 대산지방해양수산청은 삼성 예인선 선장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알아내 사고발생 약 1시간 전에 예인선 선장에게 위험상황을 인지시켰다. '대형 선박이 정박 중이니 피하라'고 알린 것. 유조선측에도 안전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사고 발생 40여 분 전인 오전 6시 28분께는 유조선 헤베이 스피리트가 삼성 T-5를 호출했으나 여전히 응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양 측의 입장이 다르다. 유조선 측은 '오전 6시 27분 경 안전조치를 취하라는 대산해양수산청 관제소의 연락을 받았지만 이동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닻줄을 풀어 삼성 예인선이 비켜갈 수 있도록 조처했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삼성 예인선측은 '충돌하기 1시간 전쯤에 유조선에 '비켜달라'고 교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로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항로 변경 또는 정박지 변경을 요구했다고 맞서고 있는 것.

 

이날 오전 7시. 예인선과 부선을 잇는 와이어 줄이 끊어지면서 파도에 휩쓸린 삼성 예인선이 정박중이던 유조선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5개의 기름탱크 중 3곳이 구멍이 뚫렸고 기름을 쏟아졌다.

 

과실 책임, 삼성예인선에 있더라도 배상책임은 유조선에 

 

양 측이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삼성 예인선 쪽이 과실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유조선은 정박중인 상태여서 충돌을 피할 의무가 운항중이던 예인선쪽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사고 직전 상당시간을 긴급조난 통신 채널을 닫아 놓았던 것도 책임론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삼성 예인선측이 충돌 위험을 미리 고지했는데도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채 항해를 계속했고 충돌 직전에도 속도를 늦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법에는 기름을 유출한 경우 징역 3년, 벌금 3000만원까지 처벌받도록 해양오염방지법이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 책임이 삼성예인선 쪽에 있다고 결론나더라도 유류오염에 대한 배상책임은 홍콩선적 유조선이 가입한 선주상호(P&I) 보험인 중국P&I와 SKULD P&I에 1차 배상책임이, 2차 배상책임은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에 있다. 관련법규에 유류오염에 대해서는 유조선 소유자에 배상책임이 있는 것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조선의 보험사나 IOPC펀드는 사고시 접촉을 한 삼성중공업 또는 보험사인 삼성화재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한편 해경은 그동안 예인선과 유조선 관계자의 진술을 들은 데 이어 교신 기록, 레이더 기록 등을 분석하는 등 막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태그:#태안 기름유출, #삼성 예인선, #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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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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