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전남 여수시 화정면 제도 가두리 양식 어민들이 적조로 인해 폐사한 줄돔을 배에 실었다. 이 과정은 십여 차례 계속되었다.
ⓒ 백형선
유해성 적조로 인해 물고기 수십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어·패류 양식장은 어떤 모습일까?

적조는 바다 수온이 24~26도씨로 적조생물 번식이 적당한 조건에서 호우로 인해 육상으로부터 염양염류가 연안으로 유입됨에 따라 유해성 적조인 코클로디니움 등의 플랑크톤이 분해되어 붉은 띠를 형성하는 것으로, 물고기 아가미가 막히거나 호흡곤란에 빠져 죽는 것.

남해안 일대로 확산되고 있는 적조는 여수 가막만 화정면 제도·자봉도·개도와 돌산 송도 및 남면 두라도 등의 가두리 양식장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1일 오후, 백야도에서 배를 타고 적조 피해 현장인 전남 여수시 자봉도·제도·개도 가두리 양식장을 찾았다.

하늘은 군데군데 검은 구름이 몰려 있고, 돌발적인 바람이 부는 상황. 출발에 앞서 피해가 심각하다는 제도를 오전에 둘러본 여수농협 화정면지소 백형선 소장은 "아침에 둘러 본 제도는 (고기) 썩은 냄새가 진동한 고기를 밭에 묻었다"며 "죽은 고기도 아주 작은 치어에서 중간 크기, 상품으로 판매할 성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는 상황을 전한다.

▲ 가두리 피해 현장을 둘러보는 여수시 등 관계자.
ⓒ 임현철
여수시 화정면, 적조 패해 총 34만 8천 마리 떼죽음

여수시 화정면 박병하 면장과 여수시의회 서현곤, 박동영, 김순빈 의원 등을 실은 배가 잔잔한 바다 위를 나아간다. 가막만 위쪽에 위치한 화정면 백야도 인근 바다는 아직 한 번도 적조가 오지 않은 곳이라 바다의 푸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10일 현재 물고기 떼죽음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화정면은 총 34만 8천미가 떼죽음을 당한 상태. 적조 피해 발생시, 피해신고→ 접수→ 관계기관 합동 현장조사→ 원인규명→ 피해규모 산정→ 보상 등의 과정을 거친다.

피해량 부풀림을 막기 위해 관계기관은 미리 입식 재고량 현황을 파악한다. 화정면에 따르면 재고량은 가두리·연승·복합 등 34건에 전복·돔 등 총 84.4㏊ㆍ1814만 3천미로 파악된다.

그리고 물고기 폐사 원인 규명 후 자연재해에 해당하면, 마리당 ㎏을 잰 후 죽은 물고기 ㎏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폐사 숫자를 파악, 피해 금액을 산정한다. 보상은 해양수산부가 2002년 마련한 기준표에 따라 이뤄진다. 어민들은 치어, 성어 등 크기에 구분 없이 치어 금액으로 일괄 보상 방법에 불만을 표출하는 실정이다.

▲ 적조 피해를 입지 않아 가두리 내에서 노니는 돔과 폐사한 줄돔(아래)
ⓒ 임현철
어민, 적조 폐사를 막을 수 있는 대책 요구

10여분 바다로 나가자 제도·개도·자봉도·돌산으로 둘러싸인 가막만 입구에 다다른다. 푸른 빛과 검붉은 바다색이 어우러져 있다. 황토 적취장은 자봉도·개도·금오도·두라도·월호도·돌산 등에 분산되어 있다. 자봉도와 개도 사이에서 황토를 살포 중이다. 검붉은 바다가 황토 빛과 얽히고설킨다.

이윽고 여수시 화정면 자봉도 서병권씨의 가두리 양식장에 당도한다. 돌돔 7만1천미가 폐사한 이곳은 썩은 냄새가 진동하리란 예상과 달리 깨끗하다. 서씨는 "오전까지 정신없이 물고기를 치웠다"면서 "적조 오기 5일 전부터 산소 공급기 가동과 황토 살포 등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물고기 17만미 중 절반이 죽었다"며 울먹인다.

아울러 서씨는 "고기가 죽은 후 오는 바이러스로 인해 앞으로도 얼마가 죽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다"면서 "중간 크기나 다 자란 물고기를 정부기준에 맞춰 보상하는 관계로 치어 마리당 보상액은 410원 정도지만 정부 융자금을 제외하면 실제로 어민에겐 200원이 주어질 것이다"며 사료 값에도 못 미치는 피해보상 기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그러나 정작 서병권씨의 불만은 따로 있다. "황토 살포도 2차 오염에 대한 바다 황폐화를 우려한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로 전처럼 드러내놓고 못한다"며 "적조를 이길 수 있는 대체 물질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매년 반복되는 적조 폐사를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 강구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같이 피해현장을 둘러 본 남해수산연구소 정창수 해양환경팀장은 "생태계 보호를 위한 적조 방제 구제물은 170여 가지 있으나, 그 중 황토 효과가 제일 나아 이를 쓴다"며 "관계기관 등에서 적조를 퇴치할 물질 개발에 노력하는 중이다"고 밝힌다.

▲ 현장을 찾은 이들에게 피해 상황을 설명하는 서병권 씨(오른쪽).
ⓒ 임현철

▲ 검붉은 색을 띠는 부분이 적조 현상을 보이는 곳이다.
ⓒ 임현철
적조 피해, 장소 구분 사라져

씁쓸한 마음으로 제도로 향한다. 제도는 10일 현재, 김도영·임석현·정광영·김수영·박남준·임재천씨 등 6명의 가두리에서 돌돔·우럭·감성돔 등 27만 7천미가 폐사했다. 그중 가장 많은 7만8천미·2억원의 피해를 당한 임석현씨는 가두리를 둘러본다.

자봉도와 마찬가지로 2차 피해를 우려한 어민들이 나와 어장을 살피고 있다. 이곳도 합동조사반의 피해조사 후 깨끗이 치워진 상태다. 가두리 양식장 내에서는 하얀 거품이 쉼 없이 올라온다. 산소 공급기와 순환 탱크가 가동되기 때문.

임씨는 "그동안 제도는 태풍 피해만 당했지 15년 동안 적조 피해를 당한 적이 없었는데 올해 처음 피해를 입었다"면서 "바람(남서풍)을 따라 이동한 적조가 갑작스레 들이닥쳐 손쓸 사이도 없이 피해를 입은 걸 보면 이제 적조 피해도 장소 구분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남해수산연구소 정창수 해양환경팀장은 "피해지역 양식장 부근에서 채취된 유독성 적조 생물은 ㎖당 8800개체로 경보 수준인 1500개체보다 7배를 넘어 집단 폐사의 원인은 적조다"면서 "남풍의 영향으로 피해를 입지 않는 곳까지 피해가 확대되었다"며 임씨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아울러 정 팀장은 "올 적조는 가막만 바깥쪽에서 일부 안쪽으로 확대된 상황이다"면서 "적조는 오염이 진행된 바다에선 발생되지 않고 바닷물이 깨끗한 곳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 여수시 등 관계기관의 황토 살포 작업.
ⓒ 임현철
2001년 이후 남해안 양식업 피해 1300억 중 적조 20% 차지

검붉은 바다를 가로 질러 개도 이강호씨 가두리로 이동한다. 도착하니 사람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황토 살포, 산소 공급기 가동, 바닷물 뿌리기를 이용한 산소 공급 강화 등의 자체 예방활동에 정신이 없다.

이런 노력으로 개도는 적조 한 가운데에 있으면서 아직까지 물고기 집단 폐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강호씨는 "적조 발생 처음부터 매년 당해와 훈련이 많이 되었기 때문이다"며 "자체 예방 활동 강화에 따른 것이다"는 노하우를 공개한다.

피해현장을 돌며 만난 어민들은 가두리 양식의 판매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또 다시 밀어닥친 자연재해로 인해 허탈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도 바다에서 배운 넓은 마음 때문에 웃음을 잃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자연재해는 우리네 인간들이 환경을 파괴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연재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활기를 잃은 어민들의 시름을 줄이기 위한 대체 방제물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져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 전남과 경남 등 남해안에서 발생한 양식업의 피해액은 1300억 원으로 추산되며 그중 적조로 인한 피해는 20%에 달한다.

▲ 현장 답사 도중 만난 오현섭 여수시장이 임석현 씨 가두리를 방문 위로를 하고 있다.
ⓒ 임현철

▲ 여수 개도 이강호씨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매년 당한 피해 노하우를 바탕으로 산소 공급기를 가동한 상태에서도 자체 황토 살포와 물뿌리기 작업을 병행 실시하며 적조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 임현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 U포터와 미디어 다음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적조, #집단폐사, #여수, #물고기, #환경 파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