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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포
삼일포 ⓒ 김민수
온정리마을을 지나 관동팔경의 하나인 삼일포로 향하는 길, 차창으로 온정리 마을 사람들이 보일 때마다 손을 흔들어 주니 그들도 화답을 한다. 그러나 여전히 군인들은 어색하게 경색되어 있다. 그것은 남측이나 북측 다르지 않은 듯했다.

삼일포라는 이름이 붙은 내력은 이렇다. 옛날 어떤 왕이 관동팔경을 하루씩 돌아보기로 하고 긴 여행길에 올랐다. 그러나 이곳에 이르러 경치가 너무 좋아 3일 동안 놀고 갔다고 해서 삼일포라 불렸다고 한다. 주위에는 36개의 봉우리와 언덕들이 들쭉날쭉 병풍처럼 둘러서 있으며 바위섬들이 호수에 자리잡고 있다.

주차장에서 삼일포를 향해 내려가다 보니 구수한 냄새가 난다. 노상에는 북한산 막걸리와 꼬치구이가 준비되어 있고 각종 북측 농산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 김민수
옛날 그 어떤 왕은 3일간 이곳에 머물렀다고 했는데 나는 2박3일의 짧은 여정동안 두번 이 곳을 찾았다. 고요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그곳을 좀더 천천히 걷고 싶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바다였다는 삼일포, 그러나 모래가 점점 쌓이면서 바다와 단절이 되고 민물로 변하면서 호수가 되었다고 한다. 그 호수에는 물고기들도 다양하게 서식을 한다고 한다. 삼일포를 오르는 길에서 두 번 북한 안내원들의 안내를 받았다. 분위기가 좋으면 그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첫 날, 둘쨋날 모두 북한 안내원들의 노래 '반갑습니다'를 들을 수 있었다. 노래 끝에는 꼭 "동포 여러분, 우리 통일되어 꼭 만납세다"하는 멘트가 들어 있었다.

평화통일, 멀어도 가야 할 길이요, 모두가 통일을 이야기하는데 왜 이렇게 요원해 보이는 것일까? 그냥 막연하게 '통일 해야지, 그까짓 차이점들을 극복하지 못할 이유가 어딨어?'했는데 막상 북녘땅을 밟아보니 결코 그 길이 쉽지 않겠구나 싶다. 너무 오랜 분단의 세월을 살아온 것이다.

ⓒ 김민수
흔들다리, 이곳과 저곳을 이어 힘겹게 가야 할 길을 수월하게 갈 수 있도록 한 것이 다리다. 흔들다리는 구룡폭포 올라가는 곳에도 두 개가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흔들다리를 보면서 옛날 뚝섬을 생각했다. 아주 어렴풋이 배를 성수동쪽에서 배를 타고 뚝섬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났다. 이후 영동대교나 이런저런 한강다리가 생기면서 그곳은 강남 노른자위땅이 되었지만 다리가 생기기 전까지 뚝섬에 사는 이들은 서울시민이면서도 이방인처럼 살아야만 했다. 노른자위 땅이 되었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그 '다리' 덕분에 지금의 강남이 있는 것이다.

'다리'란 그런 것이다. 이 쪽과 저 쪽을 이어줄 뿐만 아니라 변화시키는 것이다. 평화통일을 이어주는 '다리'를 놓는 일, 이렇게 제한된 여행이지만 그것도 하나의 '다리'가 될 것이다.

ⓒ 김민수
삼일포는 정중동의 미를 간직한 곳인 듯했다. 그 곳에서 신새벽을 맞이할 수 있다면, 밤 새워 산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호수의 찰랑거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불어오는 바람에 온 몸을 씻으며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떤 왕인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3일밖에 머물지 않았다니 훌훌 떠날 줄 아는 사람이었나 보다. 잠시 와서 발도장 찍고 가는 것은 아니었을 터이니 그렇게 훌쩍 떠날 수도 있으리라. '사흘만 머물 수 있다면' 그런 생각을 하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삼일포에서 발길을 돌린다.

ⓒ 김민수
북한 안내원들의 노래소리와 여행객들의 박수소리가 소나무숲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다. 그런데 그것이 소음처럼 들리지 않는다. 이런 경험도 처음이다. 자연의 품에 안겼을 때 온전히 자연의 소리만 들려야 마음이 편안했는데 저렇게 왁자지껄 잔칫집에서 나는 소리가 들려오는데도 마음이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니.

짧은 시간 첫 만남이지만 이렇게 하나되어 잔치판을 벌일 수 있으니 한 민족인데, 도대체 언제 온전한 잔치를 벌일 수 있을까. 그래도 꿈을 꿔야지, 꿈을 꿔야지, 이 꿈들이 하나 둘 모여 평화통일의 다리가 되기를 꿈을 꿔야지.

덧붙이는 글 | 지난 5일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열린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의 '6·15공동선언 이행과 평화통일을 위한 금강산기도회'에 참석했다가 둘러본 금강산 여행기입니다. 

다음 기사는 '장전항'을 다녀온 여행기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삼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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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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