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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좋은사람
글을 써 본 사람은 공개적인 글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책을 내 본 사람은 글과 사진을 엮어 한 권의 책을 내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안다. 책은 혼자 내는 것도 아니고 출판사에 이익이 되어야 하기에 소재나 내용, 편집에 있어서 상업성을 갖춰야 한다.

얼마전 전에 내가 근무했던 한겨레신문사의 한 후배가 책을 냈다고 한 권을 보내왔다. 나와 함께, 또는 내 뒤를 이어 여행기자를 하던 후배이기에 남다른 관심이 가서 얼른 열어 보았다. 그런데 "그 상투적인 맛 기행서라니" 하는 말이 선뜻 나왔다. <놓치고 싶지 않은 우리 땅 참 맛>(이병학 기자 지음·책이좋은사람 펴냄)이 그 책이다.

그러나 목차를 들여다보고 내용 속으로 들어서는 순간 내가 얼마나 경솔한가 하는 후회를 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잊고 지냈던 몇몇 옛 일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기억 저편의 불확실한 상황들이 맛과 냄새와 감촉과 소리를 매개로 한 장의 스냅사진같은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마주해 온 밥상, 철마다 거듭 돌아와 우거지고 열매맺는 먹을거리들의 맛과 냄새는 그래서 추억이 된다.

이 책은 여느 맛집 안내서류와는 달리, 음식의 논리와 그것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정성과 인생철학, 그리고 그 음식들이 왜 긴 생명력을 가지고 우리 혼과 생명을 지켜오고 있는지를 저자의 발품으로 일궈내 보여준다.

이 책에서 다룬 음식과 재료는 이른바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할' 것도 아니요, '세계 최고의 맛'도 아니며, '안 먹어보면 땅을 치고 후회할 별미'도 아니다. 다만 현재 우리 땅에서 나는 가공이 덜 된 제철 먹을거리들이자, 지역 주민들이 나름대로 투철한 정신과 자신감으로 빚어낸 괜찮은 음식들임에 분명하다.

우리나라 각 지역 구석구석에서 절로 나고 정성으로 키우고 내공으로 익혀온 것들이다. 먹다 보면 은근히 당기는 우리 땅 우리 바다의 맛, 자질구레하면서도 감칠맛나는 전통의 맛, 사라져가는 맛, 새로 다듬고 개발한 토속의 맛, 대를 물려 이어줘야 할 부뚜막의 맛, 가족 밥상의 맛, 추억의 맛이다.

이 책은, 참살이(웰빙)를 위한 먹을거리들이란 이렇게 우리 조상들이 늘 즐겨온 음식들이 대부분임을 알려준다. 따라서 이 책은 그저 여행을 즐기는, 우리나라 보통 입맛을 가진, 보통 사람들을 위한 지역 맛 안내서라고 할 수 있겠다.

놓치고 싶지 않은 우리 땅 참맛

이병학 지음, 책이좋은사람(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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