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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가 3000만 그루 나무심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식목일을 맞아 대전시 직원과 사회단체 회원 등이 식목행사를 하고 있다.
대전시가 3000만 그루 나무심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식목일을 맞아 대전시 직원과 사회단체 회원 등이 식목행사를 하고 있다. ⓒ 대전광역시

대전시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3000만 그루 나무심기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장의 선거공약 이행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지난해 5·31선거 당시, 3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대전을 푸른 도시, 숨쉬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당선 후 박 시장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시책도 바로 이 3000만 그루 나무심기다.

지난 3월 첫 삽을 뜬 후, 대전시는 본격적인 3000만 그루 나무심기운동을 펼치고 있다. 대전시는 2020년까지 14년 동안 3단계에 걸쳐 매년 200여만 그루씩 모두 3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여기에는 총 5956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대전시는 우선 사업시행 첫 해인 올해 시민들의 자율적인 참여 확산을 위해 도로변 등 가시권에서 사업효과가 큰 건널목, 교통섬, 가로녹지대 등에 중점적으로 나무를 심기로 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2020년에는 대전이 숲으로 우거진 초록 도시가 될 전망이다. 150만 대전시민이 앞으로 1인당 20그루가 넘는 나무를 추가로 얻게 된다는 얘기다. 이 정도 계획이 실행되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처지지 않는 꿈의 도시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도 과연 그럴까? 대전시의 대대적 나무심기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나무심기와 숲 가꾸기를 사명으로 삼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시민운동을 해온 환경단체들이 바로 그들.

시민단체 "3000만이라는 숫자에 얽매어 시민 기만"

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숲 사무국장.
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숲 사무국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들이 대전시의 나무심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은 대전시가 3000만이라는 '숫자놀음'으로 시민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숲 사무국장은 "박 시장이 나무와 숲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대적으로 나무심기에 나서는 건 매우 고무적"이라면서도 "최근 대전시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3000만 그루 나무 심기 사업'엔 여러 가지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대전에 3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대전 면적인 539.84㎢에 3000만 그루로 나눌 경우, 1그루당 면적은 18㎡(약 5.45평)다. 이 중 그린벨트와 건물, 도로, 하천 부지 등을 제외하면 1평당 1그루 심기도 부족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대전시가 대규모로 숲을 조성하겠다고 하던 부지 확보도 만만치 않다. 대전정부청사 주변 4만6000평의 잔디밭을 '테마 숲'으로 조성하고 주변 담장도 허물어 나무를 심겠다고 대전시에서 밝혔지만, 청사 측은 사전에 논의한 적도 없고 '가'급 국가시설의 담장을 허무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부정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전시가 자랑하는 3000만 그루의 대부분은 큰 키로 자라는 교목이 아닌 관목이다. 대전시 계획에 따르면 교목은 455만에 불과하며 나머지 2545만 그루는 관목이다. 무려 84.8%가 영산홍, 철쭉, 진달래, 회양목, 개나리 등으로 채워져 있다. 소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벚나무 등이 도시를 가득 채워 그 그늘 아래에서 휴식하는 상상과는 거리가 멀다.

나무를 심는 주체와 관련, 대전시 계획에서 공공식수는 1420만 그루로 47%에 불과하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도로공사 등 유관기관이 심는 식수가 532만 그루로 18%이며, 나머지 1048만 그루(35%)는 시민 참여로 채울 예정이다. 대전시가 심는 양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예산도 문제다. 당초 세운 예산 5956억원은 국비 624억원(11%), 시비 1571억원(26%), 구비 920억원(15%), 민자 2840억원(48%)으로 구성돼 있다. 절반에 가까운 예산을 민간에서 조달한다는 것.

이와 관련, 최근 대전시는 부족한 민자부분을 시민들의 모금으로 충당하기 위해 행정자치부에 시민운동본부(가칭) 등록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모금 목표액이 너무 커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대전시 계획에서 수정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또한 대전시가 사업시행 첫 해인 올해 가시적 효과가 큰 교통섬이나 도로변을 사업대상으로 정한 것도, 실현 불가능한 계획을 과대 포장해 시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전시가 시정소식지에 실린 '3000만 그루 나무 심기' 홍보 글에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대전시가 시정소식지에 실린 '3000만 그루 나무 심기' 홍보 글에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 대전광역시
이인세 국장은 "3000만 그루 나무심기라는 시장의 공약 이행을 위해 대부분을 관목으로 채우면서 꿰어 맞추는 사업을 펼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대전시에 진정으로 이 사업을 추진할 의지가 있다면 대대적 조직개편과 인력충원, 예산 확보, 실현가능한 정책 수립 등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전시가 추진하고 있는 서남부생활권이나 성북동 골프장, 보문산 골프장, 화훼단지 개발 등으로 사라지는 녹지만 그대로 보존해도 3000만 그루의 나무는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는 30여 년 동안 꾸준한 나무심기로 울창한 숲을 보유하게 됐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대전시도 양적인 것에 매달려 너무 성급하게 사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 도움을 받아 질적인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밝혔다.

대전시 "1년에 200만 그루씩... 충분히 가능"

이에 대해 대전시는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나무를 심어 푸른 대전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지켜봐 달라고 밝히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조경 방법에서 큰 나무 아래 작은 나무를 심는 것은 당연하기에 3000만 그루 중 관목이 많은 것이며, 부족한 부지는 학교와 주택담장 없애기를 통한 부지와 건물 옥상, 가로수 2·3중 식재, 소규모 마을공원 조성, 교통섬 등을 통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 중 민자 부분이 많은 것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식수를 비용으로 환산한 금액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1년에 200만 그루씩 심어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 "시민단체 등에서 우려하는 점을 대전시도 잘 알고 있고, 시장도 최근 양적인 것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질적인 면에 신경 쓸 것을 지시했다, 혹 1000만 그루 밖에 심지 않았는데 대전이 이미 푸른 숲의 도시가 되면 꼭 3000만 그루를 심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3000만이라는 숫자는 푸른 대전을 만들겠다는 시의 의지 표현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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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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