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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진군 체육회(회장 당진군수)가 지난 해 말에 불법조성한 성금 내역과 사용처가 기재된 출납부. 해당 자료에는 출입기자들에게 상당액의 돈이 건네진 것으로 기재돼 있다.(사진자료는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오마이뉴스 심규상

지난 1월 4일 충남 당진군이 각 언론사에 'OOO 부군수, 탁월한 행정력으로 시승격 박차'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제공했다. 이 보도자료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2005년 1월 부임한 OOO당진 부군수는 온화한 인격과 탁월하고 치밀한 행정력의 소유자로 취임 2년을 맞았다."

다음 날인 5일, 지역 일간신문에는 '탁월한 행정력'이라는 제목과 함께 다음과 같은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기사가 일제히 실렸다.

"OOO 당진부군수(사진)가 탁월한 행정력을 펼치며 취임 2년을 맞았다." <새충청일보>
"2005년 1월 부임한 OOO 당진 부군수(사진)는 온화한 인격과 탁월하고 치밀한 행정력의 소유자로 취임 2년을 맞았다." <중도일보>
"2005년 1월에 부임한 OOO 당진 부군수가 취임 2주년을 맞았다." <중부매일>
"탁월하고 치밀한 행정력의 소유자인 OOO 당진부군수가 취임 2년을 맞았다." <충청투데이>


도 넘은 '베껴쓰기', 너무 똑같네

지방일간지의 행정기관 또는 기업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 베껴쓰기'가 도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당진참여자치시민연대는 대전충남지역에서 발행하는 5개 지방일간지에 보도된 지난 1월과 2월의 당진발 뉴스를 비교분석한 결과 92.5%가 당진군과 당진군교육청 등에서 제공한 보도자료를 과도하게 인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각 기관이나 기업에서 제공한 보도자료 원본을 기준으로 이를 그대로 전제했거나 또는 이를 토대로 단순히 기사량만 증감시킨 경우 '과다인용'으로 분류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조사기간인 2달동안 5개 지방일간지가 소속 당진 주재기자 이름으로 보도한 당진발 기사는 모두 348 건. 이 중 321건(92.5%)이 보도자료를 과도하게 인용한 사례로 꼽혔다.

신문별로는 <중도일보> 98.63%(73건 중 72건), <중부매일> 98.41%(63건 중 62건), <새충청일보> 91.89%(74건 중 68건), <대전일보> 77.27%(44건 중 34건) 순이다.

또 조사기간 동안 각 기관과 기업에서 제공한 보도자료 한 건당 평균 2개 언론사가 이를 인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는 해당 지방일간지의 경우 풀뿌리 주간지역신문에서 심층보도를 통해 문제를 제기한 사안에 대해서도 보도자료만을 인용한 것이 많았다고 밝혔다.

당진참여연대 조상연 부회장은 "A신문사와 B신문사에 같은 날 같은 기사가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올라, 의문을 갖고 비교분석을 하게 됐다"며 "제공한 보도자료를 일방적으로 인용보도하면서 사업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세부 검증을 하지 않는 등 언론의 비판과 대안제시 기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과도한 보도자료 베끼기는 관공서의 로비와 기자들의 무사안일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며 "각 지방일간신문의 당진기사가 지역 주간지역신문보다 많은에도 불구하고 구독자가 적은 이유가 무엇인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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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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