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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난 뒤, 지인(知人)과 함께 필리핀 바기오에 있는 한 어학원을 방문하였다. 마침 방문한 시간이 점심시간이어서 한국에서 온 학생들을 많이 만날 수가 있었다. 학생 대부분이 겨울 방학 기간을 이용, 영어를 배우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하였다.

겨울 방학 이전에 이곳에 와 영어 공부를 한 지 한달이 넘은 아이들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현지인들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영어를 잘 하였다. 게 중엔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적응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있는 아이도 있었다.

@BRI@우리나라와 달리 모든 수업이 영어로 이루어지는 터라 오랫동안 우리나라 수업 방식에 접해 온 아이들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몇 명의 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결과, 교사들 대부분의 발음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몇 명의 교사들은 한국 영어교육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해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다. 투자에 비해 많은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한 교사의 말은 우리나라 현 영어교육의 맹점을 정확하게 지적해 준 부분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지나친 문법 위주의 영어 수업은 아이들이 영어를 멀리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아이들이 영어를 좀더 쉽고 재미있게 공부를 하기 위해서 영어 교사들의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말은 영어 교사인 내게 큰 충격이었다. 결국 입시나 취업 위주의 영어공부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이 어학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대부분이 한국에서 왔기 때문에 말하기(Speaking)에서 다소 문제가 있는 듯하여 원장에게 물어보았다. 원장 또한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다며 어학원내에서는 절대로 우리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규율을 정해 놓았다고 하였다.

만약 우리말을 사용할 경우에는 벌칙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눈치를 보며 우리말을 사용하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영어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습관은 길들이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필리핀 유학생들 한국보다 학습량 더 많아

긴 겨울방학인데도 불구하고 사실 우리나라 대부분 초·중·고 아이들은 학원 수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방학이 없는 아이들을 보며 안타까워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 공부를 하러 온 대부분의 한국 아이들은 고국에 있을 때보다 학습량이 더 많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곳 대부분의 아이들은 하루에 약 6시간(오전 8시30분~오후16시)하는 수업을 소화해야 하며 집으로 돌아와 2시간 동안 튜터(Tutor)와 개인 과외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숙제 또한 만만치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숙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꼭 해야만 한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다음 날 수업에 큰 지장이 있다고 한다. 한국에 있는 아이들만 공부를 열심히 하는 줄 알았는데 방학을 이용해 이곳으로 공부를 하러 온 아이들 또한 학습량이 장난이 아니다.

아무튼 이 아이들이 여기에서 배운 모든 것들을 고국에 돌아가서도 십분 발휘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교닷컴과 강원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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