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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은 4개 예비명칭을 대상으로 지난 20일까지 설문조사를 벌인 뒤 오는 28일 봉투를 개봉할 예정이다.
합천군은 4개 예비명칭을 대상으로 지난 20일까지 설문조사를 벌인 뒤 오는 28일 봉투를 개봉할 예정이다. ⓒ 윤성효

경남 합천군이 '새천년생명의숲' 공원 명칭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일해, 日海)를 딴 이름으로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 합천군위원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성명을 통해 공원명칭 변경에 반대하고 나섰으며, 오는 28일 예정된 설문조사 봉투 개봉작업을 저지하겠다고 나서 물리적인 충돌도 예상된다.

'새천년생명의숲'은 2004년 8월에 조성되었는데, 정식 명칭이 없었다. 합천군은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새마을지도자와 이·통장 등 1364명을 대상으로 '일해공원'과 '군민공원', '황강공원', '죽죽공원'을 예비명칭으로 해 설문조사를 벌였다. 합천군은 오는 28일 경찰이 입회한 가운데 설문조사 봉투를 열고 집계작업을 벌여,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명칭으로 공원명칭을 정할 예정이다.

@BRI@또 설문조사 전 한나라당 소속 심의조 합천군수가 읍·면장회의 때 '일해공원으로 해달라'는 협조요청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 같은 사실은 합천군의회 임시회 때 군정질의를 통해 알려졌으며, 심 군수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합천군위원회와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공원명칭이 '일해공원'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민노당은 23~27일 사이 한나라당 중앙당과 합천군청 홈페이지에 설문조사의 부당성과 '일해공원' 조성 의도에 대해 알리는 '사이버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또 민노당은 26일과 27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합천군청을 비롯한 합천읍내 곳곳에서 1인시위를 벌인다. 또 민노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생명의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오는 27일 오전 합천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원명칭변경 계획 철회의 요구와 공정성․투명성을 동반한 새로운 계획수립'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 이들은 합천군수와 군의회 의장 면담을 요구하고, 28일 예정된 설문조사 봉투 개봉작업 때 항의방문을 하기로 했다.

성명 "웃지 못할 일"

민노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합천군의 의도를 비난했다. 민노당은 23일 낸 성명에서 "팔만대장경에 담긴 호국정신의 고장 합천에서 웃지 못 할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문조사와 관련해 민노당은 "일시, 내용, 방식 등 그 어떠한 공지도 없이 설문조사가 진행되었다"면서 "최소한의 군민공청회와 설명회 등을 가져야 함이 옳음에도 불구하고 합천군의 처사는 무엇이 두려운지, 설문조사 계획을 공지조차 하지도 않은 채, 비밀스럽게 우편으로 설문 안을 배포하였고, 경찰을 대동한 채 설문안 개봉을 진행한다고 하니, 이는 행정의 일방독주, 속전속결,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며, 지역 군민들에 기초한 민주주의를 철저히 묵살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또 민노당은 "설문대상 선발 기준도 없이 읍·면장, 이장단, 새마을 남녀지도자등에 대한 설문조사만 진행되었을 뿐이다. 설문대상 선정기준이 철저히 공정성과 형평성을 상실하고 있다"면서 "합천군민의 3%도 채 되지 않는 설문응답자들의 결과를 놓고 민감한 사안인 공원 명칭 변경문제를 결정짓고자 함은 전체 군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민노당은 "유독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유도하는 합천군의 행정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고 지적한 뒤 "설문조사는 그 내용과 과정, 대상 선정에 있어서 공정성과 형평성을 상실한 대단히 비민주적인 과정이므로 회수된 설문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또 합천지역 시민사회단체는 22일 별도의 성명을 통해 "80년 5월 광주시민을 무참히 학살한 전 두환의 호를 따, 소위 '일해공원'으로 바꾸고자 하는 것에 대해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전체 국민들은 심각한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만일 합천군이 이러한 우리들의 입장을 무시하고 끝까지 공원명칭을 '일해공원'으로 만든다면 전 사회단체가 합심해서 전 국민적으로 합천군 농산물 불매운동을 비롯한 합천군 관광사업등에 이르기까지 교류를 전면적으로 중단시키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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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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