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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집을 2채이상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들은 앞으로 주택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을 잘 생각해보라. "

전군표 국세청장의 말이다. 지난 19일 종합부동산세 납부실적을 발표하던 그는 2채이상 집을 가진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 것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내년부터 부동산 관련 세금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한마디로 '돈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팔라는 것이다.

@BRI@국세청장의 제안과는 상관없이 금융당국의 은행권에 대한 돈줄 조이기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앞장서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다. 은행들의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금 상환 조치도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 가을 갑자기 올랐던 서울 강북 등 일부 지역부터다. 최근 금융권 대출이 막히면서 새로운 집주인들이 집값을 미처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세값도 떨어지고 급매물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에선 부동산 거품 붕괴가 당초보다 빨리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장의 이례적 제안 "다주택자 집 팔아서 돈 못번다"

우선 국세청이 계산한 부동산 세제 개편에 따른 투자수익률 비교를 보면 앞으로 집 가지고 돈을 벌기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투자 목적으로 집을 2채 이상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렇다.

예를 들어 시가로 10억원짜리(공시가격은 8억원) 집을 가진 A라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가 추가로 5억원짜리(공시가격은 4억원) 집을 샀고 매년 10%씩 올랐다고 가정한다. 3년 후에 5억짜리 집은 6억5550만원이 된다. 1억5550만원이 뛰어오른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이 집을 팔았을때 손에 실제로 쥐게될 돈은 얼마나 될까.

국세청 종합부동산세 김상현 과장은 " 몇가지 변수가 있어 정확하게 말하긴 어렵다"면서 "재산세와 종부세, 양도세 가중 등으로 세금을 뺀 이익은 5000만원이 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5억원을 투자해서 3년동안 올린 수익률은 10%가 채 안된다. 1년에 3.3% 정도. 은행 1년 정기예금의 이자가 4% 초반임을 감안하면 이보다 낮다는 것이다.

이 수익도 5억원이 순수한 자기 돈일 경우다. 만약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샀을 경우 이자 등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더 떨어질수 있다. 물론 이것은 가정에 불과하다. 서울 일부지역의 경우 집값이 최근 3년새 50% 이상 오른곳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바뀌는 각종 부동산관련 세금을 생각하면 수익률은 예상보다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금융당국, 부동산 돈 줄 죄기... 연이은 고강도 대책

▲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의 돈줄을 죄기 위해 16년만에 지급준비율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한국은행 전경.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부의 서민층 부동산대책을 앞두고 금융당국의 움직임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이미 지난달부터 시중은행의 돈줄을 조이기 위한 여러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우선 금리인상 압박을 받아왔던 한국은행은 지급준비율 카드를 꺼냈다. 지난달 23일 금융기관의 예지급준비율을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 등에 대해 현재 5.0%에서 7.0%로 인상했다. 지난 90년이후 16년만의 일이다. 또 지난 7일에는 외화예금 지급준비율도 현재 5.0%에서 7.0%로 올렸다. 한은은 지준율 인상에 따라 앞으로 100조원 가량의 통화 증가 억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또 2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내년 1/4분기 중 중소기업 지원용으로 시중은행에 공급하는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현재 9조6000억원에서 8조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1조6000억원을 줄인 것이다. 총액한도대출은 한은이 유망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시중은행의 대출이자보다 훨씬 낮은 금리(연 2.75%)로 제공하는 돈이다.

한은 쪽에선 최근 부동산 시장과 연관 짓는 것에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그럼에도 한은의 이같은 조치로 시중에 떠도는 돈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정책기획국장도 "시중의 유동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집만 가지고 대출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

▲ 금융감독원도 지난달부터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로 돈을 빌린 사람의 소득과 부채비율 등 상환능력을 평가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금융감독원은 좀더 강하게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시중은행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관리 감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주택담보로 돈을 빌린 사람의 소득과 부채비율 등 상환능력을 평가한 자료를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3억원 이상의 신규대출에 대해서라고 하지만 은행 입장에선 신경이 쓰일수 밖에 없다.

A 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는 "이미 지난달부터 주택담보대출이 엄격히 이뤄지고 있으며 금리도 올랐다"면서 "이젠 아파트 담보 가치이외에 빌린 사람의 소득과 부채비율 등까지 파악해야하기 때문에 대출이 나가긴 더 힘들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집을 담보로만 대출해서 집을 살수도 있었지만 빚이 많거나 소득이 적은 사람은 집 사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오는 31일부터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최저 적립률을 높이기로 했다. 대손충당금은 은행들이 돈을 빌려주고 떼일 것에 대비해 따로 마련해야하는 돈이다. 금융권에선 은행들이 추가로 2조5000억원의 돈을 쌓아 둬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종만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손충당금의 추가 적립액 만큼 은행들은 순이익이 줄어들게 된다"면서 "따라서 은행들의 주택담보나 기업 대출 등의 여력도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금리 인상 등으로 이어질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도 꿈틀 거리고 있다. 지난 가을 집값이 크게 오른 서울 강북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을 미처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강남도 아직 많진 않지만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집을 내놓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 부동산 관련 세금이 크게 늘어나는데다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조달도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초 정부의 추가적인 서민층 부동산대책이 예정돼 있어 아파트 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다. 따라서 일부에선 당초 예상보다 빨리 아파트 값 거품이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거품 붕괴 현실화 되나... 서울 강북지역과 강남 일부 집 내놔

지난 10월 서울 노원구의 28평형 아파트를 계약한 김정란씨(39)는 "1억3000만원 이상의 전세를 생각하고 은행 대출 받아 샀는데 요즘 금리가 올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돈을 밀어넣어야 하는데 전세가 생각보다 나가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재 1억1000만원에 전세를 내놓은 상태다.

이같은 현상은 노원구를 비롯해 뉴타운으로 집값이 크게 올랐던 은평구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또 서울 강남의 일부 다주택자들의 매물도 이번달 들어 늘어나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 세무법인에는 최근 부동산 매매에 따른 양도소득세 관련 서류가 크게 늘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하루에 1~2건이던 것이 12월 들어 평균 5건에 이른다는 것이다. 종부세와 양도세 부과에 대한 문의 전화도 하루에 10여통 이상이다.

남아무개 세무사(35)는 "이번달 들어 강남일대 2주택 이상 고객들이 집을 팔면서 양도세 관련 업무가 크게 늘어났다"면서 "단독주택을 비롯해 아파트 등이 포함돼 있으며 내년부터 늘어나는 세금 증가에 대한 부담감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현대공인 정명인 사장은 "강남쪽 아파트 매물이 많이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최근 시세가 하락안정세로 가는 분위기가 있다"이라며 "실제 매매로 이어질지는 좀더 두고봐야 하지만 아무래도 이쪽보단 강북쪽이 (하락세가) 커질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갑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지난 가을께 일부 과도하게 올랐던 서울 강북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크게 떨어질 수도 있다"면서 "따라서 당시 뒤늦게 집을 사들인 사람들이 피해를 볼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신 이같은 현상이 전체 아파트값 시장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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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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