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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25일 저녁 8시]

▲ 의문의 독극물에 중독돼 숨진 전 KGB 요원에 대해 집중 보도하고 있는 영국의 <더타임스> 홈페이지.

전직 러시아 정보요원의 의문의 죽음을 둘러싼 파문이 계속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러시아 정부가 개입된 독살 가능성에 무게를 둔 서방 언론과, 러시아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서방언론의 음모라고 주장하는 러시아 언론의 대리전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독극물에 중독돼 입원한지 약 3주후인 지난 23일 밤(현지시간) 사망한 전직 러시아 정보요원 알렉산더 리트비넨코의 친구인 알렉스 골드파브는 24일 리트비넨코의 유서를 공개했다.

유서 공개 "한 사람을 침묵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망하기 이틀전에 구술한 유서에서 리트비넨코는 "당신은 한 사람을 침묵시키는 데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당신 귓속에는 평생동안 세계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저항의 함성이 울릴 것"이라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또한 "당신의 비판자들이 주장하듯이 당신이 야만적이고 무자비하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리트비넨코는 죽기 몇 시간 전에 방문한 그의 또친구 안드레이 네크라소프에게 "그 놈들은 나를 해쳤지만 모든 사람들을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 꼭 살아남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등 푸틴에 대한 강한 증오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의 부친 월터 리트비넨코도 이날 기자들에게 "아들은 매우 작은 핵폭탄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며 "그는 죽음 앞에서도 매우 용감했다"고 말했다.

이 말은 같은날 존 레이드 영국 외무장관이 사망한 리트비넨코의 몸에서 방사능이 발견됐다고 말한 것과 관련이 있어보인다. 의료진은 전날 방사성 물질에 의한 사망설을 부인했었다.

영국 민간기구인 건강보호국도 이날 리트비넨코의 시신에서 방사성 물질인 아이소톱 폴로니움 210이 다량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영국 경찰은 리트비넨코의 집, 제보원들을 만난 일식집 그리고 그전에 러시아 사람들을 만났던 찻집 등에서 방사성 물질의 흔적을 찾고 있다.

러 언론 "사인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독살로 단정"

러시아 언론은 서방언론들이 명확한 사인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리트비엔코의 사망과 여기자 폴리트코프스카야 살해사건을 러시아 정부가 개입한 것으로 단정지으며 사건을 확대 재생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러시아 언론은 서방언론들의 이같은 행태가 EU-러시아 정상회담을 앞두고 러시아 정부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도덕성에 상처를 입히는 '정치적 책략'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에너지에 대한 러시아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이런 사건들은 유럽연합에 있어서 정치적-외교적 압박을 가할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의 기사를 보면 '리트비엔코의 독살 사례는 러시아 스파이들이 영국의 땅에서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다'라는 문장 바로 두 줄 아래 '독살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개입 증거는 없다'라고 논하고 있다. 대조되는 두 문장은 고의적으로 거짓주장을 펼치고 있고, 죄인은 러시아가 아니라 편집자가 아닌가! 서방언론들은 심한 병에 걸린 편집병 환자들이다."(러시아 KM뉴스)

푸틴 "비극적 죽음을 정치적 선동으로 이용 말라"

러시아의 친 푸틴 인사들은 영국에 망명한 러시아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를 의심하는 분위기이다.

베레조프스키는 지난 1991년 망명한 이후 줄곧 반 푸틴 행적을 걸었으며 사망한 리트비넨코와도 가까이 교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리트비넨코의 유서를 발표한 그의 친구 골드파브가 베레조프스키가 만든 재단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것도 그를 의심하는 이유이다.

러시아 정보기관 FSB의 간부출신 니콜라이 코발요프 국가두마(하원) 의원은 TV에 출연해 "베레조프스키에게는 리트비넨코 독살사건을 러시아의 소행으로 돌리는 게 큰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EU-러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은 리트비넨코의 죽음에 대해 유감을 표현하고 '독살사건'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그는 "사건 담당 영국 의사들은 죽음의 원인을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즉 이와 관련 더 이상 논할 것이 있는가, 한 사람의 비극적 죽음을 정치적 선동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푸틴대통령 보좌관 세르게이 야스트르젬브스키는 EU-러시아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수장과 러시아의 위신을 손상시키려는 '계획된 음모'이다. 이런 희생이 과연 누구에게 이득이 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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