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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2일자 <동아일보> 사설
9월22일자 <동아일보> 사설 ⓒ 동아PDF
먼저 <동아>의 주장 가운데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엔 수요가 큰 중대형 규모를 줄이고 서민을 위한 중소형 주택을 짓겠다고 하는 바람에 서울 강남의 경우 40평형대 이상 주택 가격을 치솟게 했다.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시작한 판교신도시가 오히려 강남, 성남시 분당 일대는 물론이고 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된 것이다"라는 주장을 보고 있노라면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판교신도시에 공급될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물량이 애초 계획과 달리 격감해서 강남벨트 등의 가격 상승을 촉발했다는 것이 <동아>주장의 요지인데, '공급물량 격감'은 사실과 다르다. 애초 판교신도시에 분양될 25.7평 초과 공동주택은 7465호였고 그 중 아파트가 5611호였다. 이것이 공동주택 6343호, 아파트 4566호로 각각 변경되었다. 즉, <동아>의 주장과는 달리 판교신도시에 공급될 25.7평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고작 1000호가 줄었을 따름이다.

판교신도시에 공급될 중대형 아파트 중 무려(?) 1000호가 감소해서 서울 강남의 40평형대 이상 주택 가격이 치솟았다는 <동아>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처럼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과장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독자들에게 관철시키고자 하는 <동아>의 태도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아울러 판교신도시가 강남벨트는 물론이고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는 <동아>의 주장도 그리 신빙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주지하다시피 강남벨트 등의 아파트 가격이 국민의 정부 말부터 폭등을 거듭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불로소득을 쫓는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다. 물론 저금리로 인한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도 보조적 역할을 했다.

강남벨트 등에 투기적 가수요가 만연해 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그 중 몇 가지를 들자면 강남벨트 등에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타 지역을 압도한다는 점,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전국 최저 수준이라는 점, 다주택 소유자가 강남벨트에 집중돼 있다는 점 등이다.

위의 실증적 증거들이 잘 보여주듯이 강남벨트 등의 주택 가격이 폭등한 것은 판교신도시에 공급될 중대형 주택의 규모가 줄어들어서도, 강남벨트 등에 주택공급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강남벨트와 신도시, 나아가 수도권 소재 주택 가격을 폭등시키는 것은 단연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다.

또한 <동아>는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금 상승은 지방 대도시로 번져 나가고 있다. 집주인들이 보유세 상승분을 전세금과 월세에 전가(轉嫁)하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이다. 주택을 사려던 사람들이 높은 보유세 부담 때문에 구입을 미뤄 전월세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몫 거들고 있다"라며 정부의 '세금폭탄'(?)정책이 전세금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서울 세종로에 위치한 동아일보 사옥
서울 세종로에 위치한 동아일보 사옥 ⓒ 오마이뉴스 권우성
<동아>의 주장처럼 전세금 상승의 주된 원인이 집주인들이 보유세 상승분을 전·월세에 전가하기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토지와는 달리 건물에 부과되는 보유세는 전가(轉嫁)가 가능하다. 그러나 익히 알다시피 모든 정책에는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겨냥하고 있는 주된 목표가 집값안정이고 이를 이루기 위한 주요 수단이 보유세와 양도세 등의 세제라면 이에 수반되기 마련인 부작용은 차차 해결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한편 <동아>의 주장을 꼼꼼히 살펴보면 무척 고무적인 사실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그건 다름이 아니라 "주택을 사려던 사람들이 높은 보유세 부담 때문에 구입을 미루고"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동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투기적가수요 억제에 성공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살핀 것처럼 근년 들어 강남벨트 등에 소재한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던 데에는 무엇보다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적 가수요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정부는 이를 억제하기 위해 세금폭탄(?)이라는 누명(陋名)까지 써 가면서 종부세 및 양도세 현실화 정책을 사용한 바 있다.

일부 언론의 호들갑과는 달리 종부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 고가 주택은 전체의 1.2%밖에 되지 않을 만큼 소수이다. 그런데 보유세 부담이 무서워-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고작 종부세 과세대상이다-주택 구입을 미루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려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고가 주택 구입을 주저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고가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는 <동아>가 사설 모두(冒頭)에 밝힌 "주택시장의 수요 공급"의 원칙을 따를 때 당연히 도출되는 결론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탓 만 하는 <동아>의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설마 <동아>가 바라는 것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에 들떠 너도 나도 주택 구입에 나서고 그 결과로 전세가격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부동산 문제에 대한 <동아>의 처방 역시 틀렸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동아>가 내놓은 처방도 어처구니없기는 매 한가지다. "주택시장의 수요 공급" 운운하는 것으로 보아 <동아>는 서울과 수도권에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집 값 안정과 전세 가격 안정의 해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만약 작금의 부동산 시장이 정상이라면 <동아>의 주장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작금의 부동산 시장은 투기적 가수요의 존재에 의해 가격 메커니즘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조건 아래 주택 공급을 대량으로 한다면 장차 공급과잉으로 인해 주택가격이 일시에 폭락하는 현상이 필연적으로 도래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동아>가 책임질 텐가?

더 이상 서민과 중산층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하지 말라!

우리는 8․31대책 발표 무렵 <동아>가 보인 행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당시 <동아>는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혁-종부세 및 양도세 현실화-을 세금폭탄(?)으로 매도하며 좌초시키고자 갖은 노력을 다 했다.

물론 그 당시에도 <동아>는 서민과 중산층을 들먹였지만, 기실 <동아>의 관심은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될 대한민국 1.2%에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8․31대책이 입법화 된 이후에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흔들려는 <동아>의 맹공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민 중산층 함께 울리는 이념형 부동산 대책'이라는 제목의 9월 22일자 사설도 이런 맥락 안에 자리한다.

<동아>를 위시한 보수언론들이 연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맹타하고 이를 틈타 한나라당이 8·31대책을 사실상 백지화시키는 종부세법 및 소득세법 개악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부동산 부자들은 <동아>를 필두로 한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의 활약에 마음 든든해하며 정권이 바뀌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서민과 중산층은 지금이라도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 전전긍긍(戰戰兢兢)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동아>는 9월 22일자 사설에서 정부가 이념형 부동산 대책을 쓰는 바람에 서민과 중산층을 함께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정작 서민과 중산층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동아>다.

<동아>에게 간곡히 충고한다. 지금이라도 부동산 부자들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서민과 중산층의 가슴을 후벼 파는 행위를 당장 멈추라! 그 길만이 <동아>가 그 동안 서민과 중산층에게 저질렀던 잘못에 대한 최소한의 사죄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사)민주언론시민연합과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지난 7월6일 '부동산보도모니터팀'을 구성해 총 9개(경향, 국민, 동아, 서울, 세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 일간신문의 부동산 관련 보도를 모니터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일부 언론들은 집값이 폭등할 때는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요구하다가 막상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 '세금 폭탄' 등의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부동산 대책을 흔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시장경제논리를 가장한 반(反)시장경제논리로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정책을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언론의 보도태도는 실효성 있는 부동산 정책 수립과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합니다. 

이에 민언련과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주요 일간지들의 부동산 관련 보도를 지속적으로 분석·비판해 그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올바른 부동산 정책이 마련되고 시행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논평은 두 단체의 홈페이지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민언련 www.ccdm.or.kr/ 토지정의시민연대 www.landjustic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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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는 우리사회에 부동산 및 경제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일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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