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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판수
어제 퇴근길에 물놀이하는 한 가족을 보았다.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개울에서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이 둘이 매우 즐겁게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물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 태풍이 가져다준 선물(?)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가슴을 졸인지 단 하룻만에 웃음 띤 얼굴로 고무보트에 타고 노를 젓는 엄마 아빠와 튜브를 가슴에 두르고 뒷발을 통당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 모습 또한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 ….

그런데 밤에 켠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중부지방의 호우 소식은 바로 에위니아가 몰아친 여기보다 덜하지 않았다. 실종과 수재민이 생겨났고, 곳곳이 침수되고 도로가 끊어지고, 버스가 떠내려가고, 축대가 붕괴되고 …. 그저께의 재판을 보는 듯했다.

ⓒ 정판수
그리고 아들이 있는 연천, 전곡 지역 주변에는 홍수주의보가 내렸다는 게 아닌가. 아들이 전화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그쪽 상황을 알고 싶었다. 그러나 전화를 할 수 없었다. 거기서는 중대장의 배려가 있어서 전화를 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부대로 전화할 수 없었다.

한쪽에선 바람으로 인하여 지붕이 날아가고 거실 유리창이 깨질까 마음 졸일 때 다른 한쪽에선 족구를 하고 있었고, 또 한쪽에선 홍수가 나 언제 그 물이 들이칠지 몰라 조마조마 간 졸일 때 다른 한쪽에선 물놀이를 하고 있는 걸 보면서 내 앞에는 다시 세계지리가 펼쳐졌다. 지도상으로 보면, 다시 봐도 보잘것없이 조그만 나라였다. 그런데 그 조그만 나라에서 이곳과 저곳이 그렇게 다르다니 ….

오늘 아침 다시 보는 화면에 아들이 있는 곳을 포함한 중부지방의 황폐한 모습이 보였다. 앞으로 100~150mm는 더 올 예정이라는 자막과 함께. 그리고 출근길 차 안에서 다시 바다로 눈 돌리니 연인으로 보이는 두 남녀가 팔짱을 낀 채 몽돌해변을 걷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참으로 거대한 우리 나라의 모습이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 ‘달내마을 이야기’에 나오는 ‘달내마을’은 경주시 양남면 월천마을을 달 ‘月’과 내 ‘川’으로 우리말로 풀어 썼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이 ‘다래골(다래가 많이 나오는 마을)’ 또는 ‘달내골’로 불리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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