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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길에 물놀이하는 한 가족을 보았다.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개울에서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이 둘이 매우 즐겁게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물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 태풍이 가져다준 선물(?)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가슴을 졸인지 단 하룻만에 웃음 띤 얼굴로 고무보트에 타고 노를 젓는 엄마 아빠와 튜브를 가슴에 두르고 뒷발을 통당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 모습 또한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 ….
그런데 밤에 켠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중부지방의 호우 소식은 바로 에위니아가 몰아친 여기보다 덜하지 않았다. 실종과 수재민이 생겨났고, 곳곳이 침수되고 도로가 끊어지고, 버스가 떠내려가고, 축대가 붕괴되고 …. 그저께의 재판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아들이 있는 연천, 전곡 지역 주변에는 홍수주의보가 내렸다는 게 아닌가. 아들이 전화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그쪽 상황을 알고 싶었다. 그러나 전화를 할 수 없었다. 거기서는 중대장의 배려가 있어서 전화를 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부대로 전화할 수 없었다.
한쪽에선 바람으로 인하여 지붕이 날아가고 거실 유리창이 깨질까 마음 졸일 때 다른 한쪽에선 족구를 하고 있었고, 또 한쪽에선 홍수가 나 언제 그 물이 들이칠지 몰라 조마조마 간 졸일 때 다른 한쪽에선 물놀이를 하고 있는 걸 보면서 내 앞에는 다시 세계지리가 펼쳐졌다. 지도상으로 보면, 다시 봐도 보잘것없이 조그만 나라였다. 그런데 그 조그만 나라에서 이곳과 저곳이 그렇게 다르다니 ….
오늘 아침 다시 보는 화면에 아들이 있는 곳을 포함한 중부지방의 황폐한 모습이 보였다. 앞으로 100~150mm는 더 올 예정이라는 자막과 함께. 그리고 출근길 차 안에서 다시 바다로 눈 돌리니 연인으로 보이는 두 남녀가 팔짱을 낀 채 몽돌해변을 걷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참으로 거대한 우리 나라의 모습이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 ‘달내마을 이야기’에 나오는 ‘달내마을’은 경주시 양남면 월천마을을 달 ‘月’과 내 ‘川’으로 우리말로 풀어 썼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이 ‘다래골(다래가 많이 나오는 마을)’ 또는 ‘달내골’로 불리어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