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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오선주
[이재은 기자] "짜증나는 데이트는 우아하게 거절해야 한다. 하이힐을 신고 섹시하게 걸을 줄 알아야 한다. 다이아몬드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돈에 대한 감각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랑이란 고통에 익숙해져야 한다."

얼마 전 싸이월드 공감란에 실렸던 '30대 여자가 할 줄 알아야 할 것'들이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최근 서점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여자생활백서>, <여자가 꼭 해야 할 34가지>,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같은 책들을 보면 분명 사회가 요구하는, 혹은 여성 스스로 바라는 여성상은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8년 동안 연애한 남자친구와 최근 헤어진 김승연(28·회사원)씨는 개인 홈페이지에 '나의 생활백서'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혼자 여행을 떠날 것, 아침마다 거울을 보고 자신을 위해 웃어줄 것, 중독된 모든 것과 이별하기,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별 것 아닌 계획들이지만 그녀에게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 동안 한 번도 당당한 싱글 여성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청사진 속에는 대학 1학년 때 만난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 자신만이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이별 후 홀로서기를 위한 연습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나와 마주 대하고, 나와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자신감 있는 내가 되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루하루가 불안했습니다. '이대로 괜찮을까.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했으니까요. 한동안은 무턱대고 서점을 배회했습니다.

성공한 여자들이 들려주는 당당하게 사는 방법을 읽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책들이 또 포털 사이트의 수많은 글들이 말합니다. "여자들이여∼ 이렇게 해라. 그러면 당신이 곧 변할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처음엔 소위 잘 나가는 여자들이 가르쳐주는 대로 따라해 봤습니다. 와인도 배우고, 다이아몬드에도 관심을 가져보고, 이별 따위에 '쿨'하게 대처하는 태도도 익혔습니다. 지금보다 멋진 여자가 되기 위해, 사회가 요구하는 잘난 여자가 되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봤습니다. 그게 정답인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정말 내가 해야 할 것은 '내 안에 숨겨진 나'를 찾는 일이라는 것을.

잘난 여자, 당당한 여자가 되는 방법에 정답은 없습니다. 무엇에든 도전하고자 하는 용기와 자신감만 있다면 자신이 행하는 모든 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생활백서이고, 잘난 여자가 되기 위한 비법입니다. 너무나 사랑하는 내가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게끔 이끌어주는 일상의 소소한 노력들, 그것이 '진정한 여성생활백서'일 것입니다.

미국 인기 TV 시리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 브래드쇼가 한 마지막 대사를 가만히 떠올려봅니다.

"많은 관계들이 존재한다. 시작했던 곳으로부터 아주 먼 곳으로 데려가는 관계 그리고 우리를 예전으로 다시 데려오는 관계…. 하지만 가장 흥분되고 도전적이고 중요한 관계는 바로 우리 자신과 맺는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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