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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지하철을 타고서>
ⓒ 길벗어린이
아이들은 처음으로 엄마 없이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대해 굉장한 두려움을 갖는다. '엄마 없이 유치원 가기', '엄마 없이 혼자 지하철 타기' 등 처음으로 자기 혼자 무언가를 하기 위해선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 아이에게 독립심과 스스로 뭔가를 해낼 수 있는 용기를 심어 주고 싶다면 그림책 <지하철을 타고서>를 읽어 주면 좋겠다.

길벗어린이에서 편집 주간을 맡고 있는 고대영씨가 글을 쓰고, 김영진씨가 그림을 그린 이 책은 어린이 두 명이 지하철을 타고 할머니 댁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익살스러운 그림이 시선을 끌고 검은 머리에 작은 눈, 동그란 얼굴의 어린이 두 명이 매우 한국적이어서 더욱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엄마가 "누나 말 잘 듣고 따라다니라"고 한 당부를 잊은 듯 벌써 저 앞으로 뛰어가는 병관이. 이 동생을 데리고 할머니 댁을 가야 하는 지원이는 신경이 곤두선다. 엄마하고 함께 지하철을 탄 적은 있지만 둘이서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가방에서 돈을 꺼내 표를 사고 개찰구로 가자, 병관이는 자기가 표를 집어넣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한다.

"안 돼, 잘못 넣으면 어떡하려고."

지원이는 어른스럽게 말해 보지만 천덕꾸러기 병관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표가 나오자 얼른 뽑아 들고 뛰어간다. 지하철을 타고서도 내내 걱정이다. 노선도를 보며 몇 정거장을 가야 할머니 댁에 도착하는지를 살피는 아이들. 지하철에 앉아 있는 두 아이들의 그림은 너무 귀엽고 천진난만하다.

"할머니 댁을 가려면 중간에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야 합니다. 갈아탈 역을 지나치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벌써 병관이가 꼬박꼬박 좁니다. '자지 마, 병관아!' 지원이가 병관이를 흔들어 깨웁니다. 갈아탈 역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들립니다. 지원이는 병관이 손을 꼭 잡고 지하철에서 내립니다. 표시를 따라 갈아타는 곳으로 갑니다. 병관이도 이 때만큼은 누나를 잘 따릅니다."

넓은 지하철 플랫폼에서 손을 꼭 잡고 서 있는 남매의 그림은 마치 망망대해에 떠 있는 돛단배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 남매는 씩씩하게 지하철을 갈아타고 자리에 앉는다. 병관이는 이내 잠이 푹 들지만 지원이는 마음 놓고 잘 수가 없다. 자칫하면 내릴 역을 지나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린 지원이. 이 두 남매가 꾸는 꿈나라에는 지하철 입구에서 팔던 예쁜 강아지들이 초원을 뛰노는 모습이 나온다. 지하철 내부와 뛰노는 강아지들의 모습이 오버랩 스타일로 그려진 그림은 참 독특하면서도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그림책 작가들의 그림도 이렇게 창의적이고 행복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 꽤 많다.

다른 사람 팔에 기대어 잠이 든 병관이의 모습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는 두 아이의 웃는 얼굴은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절로 난다. 잠든 두 아이를 깨워준 고마운 아주머니 덕분에 할머니 댁이 있는 정류장에서 내릴 수 있었던 지원이와 병관이. 어느 역에서 내릴 거냐는 물음에 '대흥역이요!'라고 크게 답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지하철을 혼자 타 보는 아이답다.

계속 말썽만 피우는 병관이를 데리고 무사히 할머니 댁에 도착한 지원이는 울음이 터진다. 동생을 데리고 처음으로 지하철을 탔던 지원이의 긴장감이 한 순간에 해소되면서 안도의 울음이 나온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왠지 모를 웃음이 난다. 누나 역할을 잘 해내고 무사히 지하철 여행을 마친 지원이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기도 하다.

아이들이 혼자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냈을 때의 성취감이란 그 무엇보다 큰 것이리라. 이제 생후 7개월 밖에 안 된 우리 아기가 혼자서 나팔을 불고 소리가 날 때에 기분 좋은 웃음을 짓는 걸 본 적이 있다. 이렇게 어린 아기도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는 것을 기뻐하는데 예닐곱 살의 아이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만큼 아이들에게 독립심을 길러줄 수 있는 여러 방법이 필요하다. 아이가 스스로 어떤 일을 해 낼 수 있도록 어른들은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만약 우리 아이가 혼자 하는 일들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다면 이 책을 읽어 주어도 좋겠다. 책에 나온 지원이와 병관이처럼 '너도 혼자서 얼마든지 지하철을 탈 수 있어'라는 사실을 알려 주면 아이는 금방 따라 하고 싶어할 것이다.

요새는 아이 숫자가 줄다 보니 부모가 지나치게 애지중지하여 엄마의 치마폭에 싸여 지내는 아이들이 많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독립적인 생활 방식을 습득하기 어렵게 된다. 가끔은 아이가 혼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른의 모습이 되어 보자. 우리 아이도 이 책의 지원이와 병관이처럼 씩씩하게 스스로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지하철을 타고서

고대영 지음, 김영진 그림, 길벗어린이(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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