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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3년 4월 서부지법에 출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승강기 앞으로 이동하고 있다.
ⓒ 권우성

80년 5월 이후, 전두환씨도 광주와 전남지역을 방문했고 그 흔적을 남겼다.

이 흔적들은 20여 년 가까이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들도 있다. 지난 2003년과 2004년에는 전두환씨가 광주를 방문해 남긴 흔적들이 새롭게 알려졌다. 이 때 발견된 그의 흔적은 아직도 그대로 광주에 남아있다. 바로 '대통령 전두환'의 이름으로.

서훈은 취소됐지만, '전두환의 흔적' 아직 그 곳에 있다

지난 3월 21일 국무회의에서는 2005년 6월 개정된 상훈법(8조1항)과 '5·18 민주화운동 등에 따른 특별법'에 따라 12.12 군사반란과 80년 광주학살 등 관련자 14명의 서훈을 취소했다.

물론 80년 5월 광주를 짓밟고 권좌에 오른 전두환과 노태우씨도 서훈 취소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 때 '무궁화대훈장'은 취소되지 않았다. 헌법적 '대통령 임기'를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행정자치부의 설명이다.

어쨌든 이같은 결정에 따라 이들이 훈장을 반납해야 하는 기한은 지난 4월 30일. 그러나 이들은 아직도 훈장을 반납하지 않은 채 모르쇠로 버티고 있다. 현행법은 이럴 경우 강제 행정집행을 할 수 없다. 재산은닉으로 추징금 납부를 미루더니 훈장 반납에서도 버티기를 또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행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광주광역시청과 전두환씨가 남기고 간 나무 한 그루가 그대로 남아있다. 심지어 5·18민중항쟁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5·18기념공원 내에도 전씨가 남긴 범종이 고이 모셔져 있다.

이 범종과 나무가 일반에게 알려진 것은 지난 2003년과 2004년. 당시에는 강제 철거 주장도 나왔고 기념공원 내 적절한 장소에 옮겨 역사적 교육자료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논란이 일 때만 관심을 가질 뿐 관심이 수그러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직 나무와 범종은 그대로다.

▲ 지난 2003년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6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 풍경 하나 5·18 기리는 공원에 '전두환 범종'이

'전두환 범종' 5·18광주민중항쟁 정신을 기린다며 조성한 기념공원 안에 '전두환'을 기리는 범종이 버젓이 지금도 설치돼 있다. 원 안은 '대통령 전두환 각하'라고 쓰인 부분이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5·18민주유공자유족회·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5·18구속부상자회·5·18기념재단 등 5월 단체는 14일 성명을 내고 "무각사의 '전두환 범종' 철거를 다시 촉구한다"고 밝혔다.

5월 단체들은 지난 2003년부터 범종을 철거해 달라고 무각사 측에 요구해 왔다. 무각사는 5·18민중항쟁을 기리기 위해 80년 당시 진압군들이 주둔했던 상무대 부지에 조성한 5·18기념공원 내에 있는 사찰이다. 바로 이 무각사 대웅전 옆에 범종각에 전두환씨의 범종이 있다.

이 범종은 2.2t으로 지난 옛 상무대 군 법당이었던 무각사에 지난 81년 5월 설치된 것이다. 이 범종에는 한자어로 '尙武台護國의 鍾(상무대호국의 종)'이라고 새겨져 있으며 그 왼쪽 편에 '대통령 전두환 각하'라는 글귀가 보인다.

이에 대해 5월 단체는 "기념공원에 아직도 학살자를 기리는 종이 있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무각사는 5월 단체에 기증해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용하지 않는다면 철거를 위한 범시민운동을 펼칠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 무각사 한 관계자는 "기념공원 안에 전두환씨가 시주한 돈으로 만든 범종이 있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문제제기가 계속 있어서 새 범종을 제작하게 되면 지금 종은 철거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새 범종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올해 안에는 '5·18 민중항쟁'을 기리는 공간 안에 '전두환'을 기리는 종이 있는 장면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 풍경 둘 시청엔 '전두환 나무'와 '주영복 국방장관 나무'가

'전두환 나무' 2년 전 논란이 일었지만, 한때의 소낙비를 피해간 '전두환 나무'는 지금도 여전히 광주광역시청 식수동산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누가 심은 나무인지 알 수 있는 표지석도 없는 동백나무 한 그루가 광주광역시청사 식수동산에 서 있다. 이 나무는 전두환씨가 지난 87년 광주 계림동 옛 광주시청사 방문을 기념해 식수한 것이다.

이 사실은 지난 2004년 시청사를 옮기면서 알려졌다. 당시 5월단체와 민중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철거를 주장했다. 뽑아 없애자는 주장, 5·18기념공원으로 옮겨 설명판을 마련해 역사적 교육자료로 활용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그 이후 2년이 흘렀지만 그 나무는 그대로다. 오늘도 이 나무는 광주시청사 식수동산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논란이 한참이던 2004년 당시 광주시는 전직 대통령의 식수라는 이유로 머뭇거렸다가 시민 여론을 조사해 처리하기로 했다. 결과는 80% 가량이 시청 식수동산에 이 나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5월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이후 관심을 갖지 않다보니 그 나무는 그대로다. '반짝 흥분'으로 비춰져 씁쓸하다.

광주시청도 식수에 대해 다시금 명확한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나무가 그 자리에 만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식수동산에 전두환씨와 함께 12·12와 5·18과 관련 서훈이 취소된 주영복 80년 당시 국방장관의 나무도 자리하고 있다. 이 또한 다른 곳으로 전두환씨 나무와 함께 옮겨져야 할 것이다.

이것이 또 다른 의미에서 5·18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작게나마 실천하는 길이 아닐까.

# 풍경 셋 이제 '전두환 각하'를 딛고 일어서자

전두환 디딤돌 망월동에 자리잡은 전두환 디딤돌의 모습. '전두환 나무', '전두환 범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 돌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전두환씨와 관련된 또 하나의 광주 풍경은, 80년 당시 광주학살의 아픔이 서려있는 망월동 제3묘역(5·18 구 묘역) 입구에 있다. 이 자리에는 '전두환 디딤돌'이라는 기념비가 바닥에 놓여 있다. 구묘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돌을 밟고 지나야 한다.

애초 이 기념비는 전두환씨 부부가 지난 82년 3월 전남 담양군 고서면 성산마을에서 민박을 했다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을에 세운 것이다. 광주전남민주동지회는 지난 89년 1월 13일 마을의 기념비를 부숴 영령들의 혼을 달래기 위해 망월동에 가져다 두었다.

처음 구묘역을 방문하는 이들은 '이게 뭐지'라는 궁금증을 가질 만 하다. 입구 바로 옆에는 이에 대한 설명판이 있다. 이를 읽으면 이것이 무엇인지, 왜 바닥에 있는지 알아차리게 된다. 이것으로 역사적 교훈을 작게나마 알아갈 수 있다.

아직 이 기념비의 '전두환 대통령 각하'라는 글귀가 선명하다. 애초 이 기념비는 전두환씨 부부의 방문을 기념하는 비였지만, 89년 1월 이후 전두환씨의 죄를 되새길 수 있는 저항의 기념비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디딤돌은 시청 '전두환 나무'와 무각사 '전두환 범종'을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시사점을 준다고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촉구하고 싶다. 광주시청·5월 단체·시민사회단체에. 좀 색다른 5월의 기념식을.

박광태 시장, 이원영 비난 전에 '전두환 식수' 처리하길

지난 12일 이원영 열린우리당 인권위원장이 '5·18 군개입은 질서유지 차원'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 때다 싶은 민주당은 총공세에 나섰다. 지방선거를 15여일 앞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에는 '악재'겠지만, 민주당에는 광주전남지역 민심을 자극할 수 있는 '호재'인 셈이다.

곧바로 13일 민주당 박광태 광주광역시장 예비후보와 박준영 전남도지사 예비후보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당을 맹비난했다.

이들은 "신군부의 쿠테타 명분을 우리당이 철석같이 따르고 있다"며 이 의원의 의원직 사퇴까지 촉구했다.

말실수였든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이든, 사려깊지 못한 이 의원의 발언은 물론 참으로 유감스럽다.

그러나 이를 박 후보에게 되돌려 묻고싶다. 박 후보가 말했듯 '광주학살의 책임자'인 전두환씨의 나무는 어떻게 할 것인지.

지난 2004년 논란이 한창일 당시 광주시장이었던 박 후보는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 의원의 발언을 선거 쟁점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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